[AI 투자 A-Z] ②투자는 어떻게?…투자 전 따져봐야 할 것
장기투자 위해선 업체별 서비스 비교도 꼼꼼하게
수익률 중요하지만 리밸런싱 등 다른 것 함께 봐야
- 정지형 기자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앞서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가 무엇인지 살펴봤습니다. (관련기사: [AI 투자 A-Z] ①AI 시대, 이제는 투자도 '인공지능'으로) 추석 연휴 첫날인 9일 지금부터는 실제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에 따져봐야 할 것을 짚어보겠습니다. 3년 이상을 함께해야 하는데 허투루 동반자를 고를 수 없습니다. 알고리즘은 수익을 잘 내는지, 수수료 체계는 어떤지, 투자 진행 상황은 친절히 알려주는지 등을 확인한 뒤 투자를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현재 로보어드바이저 투자일임이나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는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 파운트, 콴텍, 쿼터백자산운용, 업라이즈투자자문, 에임, 두물머리 등이 대표적으로 있습니다.
◇서비스마다 제각기 다른 강점…수수료 체계도 참고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쓰는 곳을 원한다면 디셈버앤컴퍼니나 파운트를 선호할 수 있습니다. 디셈버앤컴퍼니는 투자일임 분야에서는 선두주자입니다. 2019년 3월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으로 비대면 일임계약이 가능해지자 곧장 '핀트' 서비스를 내놨습니다. 먼저 시장에 들어온 만큼 투자일임 고객 수가 지난 2분기 말 기준 6만2000여명으로 업계에서 가장 많은 축에 속합니다. 파운트는 투자자문 고객 수가 2분기 말 기준 10만5000여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다양한 상품을 원한다면 콴텍이 있습니다. 콴텍은 상용화가 가능한 알고리즘을 가장 많이 보유 중입니다. 여러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현재 애플리케이션(앱)에서 11개 상품을 운용 중입니다. 한 계좌로 여러 상품에 가입할 수도 있습니다. 알고리즘 품질에도 자신감이 확고합니다. 상장지수펀드(ETF) 위주로 투자하는 타사와 달리 개별 종목에도 투자하는데, 알고리즘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분석에 품이 많이 드는 개별 종목 투자도 가능하다는 설명입니다.
디셈버앤컴퍼니와 함께 시장에 일찍 진출한 쿼터백자산운용도 국내와 해외 8개씩 총 16개 상품을 운용해 투자자에게 선택권을 폭넓게 보장하고 있습니다. 쿼터백은 서비스 재가입률이 90%가 넘는 점이 강점입니다.
업라이즈투자자문은 '김단테'로 유명한 김동주 대표의 활발한 소통으로 유명합니다. 김 대표는 구독자가 35만명에 이르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입니다. 유튜브에서 최근 시장상황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는가 하면 본인이 직접 자사 서비스로 운용한 투자의 성과를 매월 고객들에게 공개합니다. 업라이즈투자자문의 투자일임 서비스 '든든'은 글로벌 헤지펀드인 레이 달리오의 올웨더 펀드를 ETF 포트폴리오로 구현해 글로벌 자산 배분에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로보어드바이저 기업마다 제각기 다른 특성과 무기를 갖추고 있는 만큼 본인의 투자 스타일과 성향에 맞는 곳을 고르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울러 수수료 부과 체계도 빼놓고 넘어갈 수는 없습니다. 매월 일정 금액 수수료를 수취하는 곳이 있는 반면 수익을 내지 못할 경우 수수료를 받지 않는 곳도 있습니다. 투자 계약 전에 기업별 기본·성과·중도해지 수수료는 어떤 식으로 부과되는지 확인하면 가입할 서비스를 고르는 데 크게 도움이 됩니다.
◇테스트베드 확인…수익률·샤프지수·최대손실률
무엇보다 투자자 입장에서 가장 궁금한 점은 수익률입니다. 수익률은 코스콤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 홈페이지에서 확인이 가능합니다. 테스트베드는 알고리즘이 실제 상용화가 가능한지 검사하는 곳입니다. 홈페이지 '운용정보'란에서 '전체 운용정보'로 들어가시면 알고리즘별 수익률을 비교할 수 있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테스트베드를 통과해 상용화가 가능한 알고리즘만 모인 'R* 그룹'만 보셔도 무방합니다.
'전체 운용정보'에 나와 있는 표를 보시면 알고리즘명과 함께 기간별 수익률이 기재돼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적극투자형' 유형에 업종을 '자문·일임'으로 설정한 뒤 R* 그룹에서 데이터를 뽑으면 전날 기준 총 40가지 알고리즘이 뜹니다. '콴텍 가치투자 해외주식형 3호'를 보면 1주부터 3년까지 기간별 수익률이 모두 플러스(+)인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공시가 시작된 2019년 2월11일부터 꾸준히 수익을 내오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표에 기재된 수익률은 공시시작일에 표에 적혀 있는 운용자금을 굴리기 시작했을 때 얻어낸 수익률을 뜻합니다. 운용자금 규모와 투자 시작 시점에 따라 수익률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최근 6개월간 6.9%가 나왔다고 해서 현재 투자를 시작한 뒤 6개월 뒤 동일하게 6.9% 수익률을 달성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시기에 따라 시장 상황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과거 수익률이 미래 수익률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양훈석 코스콤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 팀장은 "수익률이 시장 영향을 덜 받으면서 기간별로 고르게 안정적으로 기록된 알고리즘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또 수익률을 시장과 비교할 때는 코스피200 지수와 함께 놓고 보면 됩니다. 코스피200 지수를 상회했다면 나름 괜찮은 성적을 거뒀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수익률과 함께 같이 보면 좋은 지표도 있습니다. 바로 샤프지수와 최대손실률입니다.
샤프지수는 위험에 대한 초과수익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샤프지수가 높을수록 투자성과가 성공적이라는 말입니다. 양 팀장은 "절댓값은 없지만 여러 알고리즘을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샤프지수가 높은 알고리즘이 더 성과가 좋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샤프지수를 비교할 때는 측정 기간과 투자 전략이 동일해야 비교에 의미가 있습니다. 또 운용 기간 중 최고가를 기준으로 발생한 최대 손실의 비율인 최대손실률은 당연히 낮을수록 좋습니다.
정리하면 테스트베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알고리즘을 보유한 로보어드바이저 기업을 확인한 뒤 투자 결정에 참고하시는 것이 권장됩니다. 복잡하고 귀찮은 일일 수 있지만 앞서 말씀드렸듯 향후 3년을 위한 준비라고 생각하시면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지시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리밸런싱 역량 강조…"충분한 정보 공시돼야"
전문가 사이에서는 로보어드바이저 성과를 수익률로만 평가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방금까지 수익률 보는 법을 설명해놓고 왜 이제 와서 다른 소리를 하는지 의아해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수익률도 물론 중요한 잣대지만 수익률만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원금손실 위험이 큰 알고리즘이 좋게만 평가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수익률이 높다는 건 그만큼 위험자산에 많이 노출돼 있다는 의미도 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현황과 성과 분석' 연구를 진행한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투자성향에 따라 자신에게 적합한 포트폴리오를 추천하는 로보어드바이저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수익률로만 평가되면)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로보어드바이저만을 선택하도록 잘못 유도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성과는 본질적 역할인 장기적 관점에서 금융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지로 평가돼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그래서 더 강조되는 것이 자산 리밸런싱(재조정) 역량입니다. 고객 투자성향과 투자목적에 부합하도록 자산을 적절히 분산투자하고, 시장상황에 맞춰 자산을 리밸런싱해 위험을 최소화하면서도 자산관리 수익을 높일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연구위원은 뉴스1과 한 통화에서 "결국 리밸런싱을 잘하는 로보어드바이저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로보어드바이저 기업마다 리밸런싱 역량을 강조한다고 말씀드렸는데 이유가 나타내는 대목입니다.
문제는 투자자로서는 기업별 리밸런싱 역량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기업들은 리밸런싱이 있을 때마다 해당 내역을 투자자들에게 메일이나 알림으로 안내합니다. 정리한 자산과 새로 편입한 자산을 알려줍니다. 다만 과연 해당 리밸런싱이 얼마나 효과를 냈는지는 투자자가 알아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 연구위원은 "리밸런싱 역량을 판단할 충분한 정보가 투자자에게 공시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커지는 로보어드바이저 시장…결국 자산관리 역량에 달려
코로나 유동성에 힘입어 주식투자가 활성화하면서 로보어드바이저 투자일임과 자문 서비스 시장도 급성장했습니다. 올해 들어 하락장이 계속되며 업계가 다소 활기를 잃기는 했지만 하락장으로 직접투자에 지친 투자자들이 간접투자로 다시 발길을 돌리길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업체마다 연금저축 등 신규 서비스 출시에 나서고 있으며 퀀팃처럼 새로 투자일임 서비스를 준비하는 업체도 이어지는 중입니다. 앞으로 업체별 경쟁도 더 심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처럼 한국도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이 계속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많습니다. 향후 만약 로보어드바이저 투자일임 업체가 퇴직연금을 다룰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되면 시장 성장 가능성은 더 뚜렷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외부 환경 변화에만 목매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이 연구위원은 "투자자에게 확실히 월등한 자산관리 역량을 보여줘야 시장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kingkong@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