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빼고 거의 다 바꿨다"…9명 CEO 바꾸고 5명 '본부장→사장' 파격

신한지주 9개 자회사 CEO 인사…'세대교체' 방점
카드·저축·DS·펀드파트너스·리츠운용 '본부장급' 발탁 인사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24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중소기업 기후위기 대응 등의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2024.9.24/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신한금융지주가 경영진을 거치지 않은 '본부장급'을 사장으로 대거 발탁한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불확실한 경영 상황에 맞춰 경영 역량을 중시한 대규모 인적 쇄신과 동시에 파격 인사로, 조직 내 긴장감을 불어넣어 차세대 리더 발굴에 나서겠다는 진옥동 회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됐다는 평가다.

신한금융지주는 5일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자경위)를 열고 자회사 사장단 후보 추천을 실시했다.

이번 CEO 인사의 큰 줄기는 △고강도 인적 쇄신을 통한 조직 체질 개선 △경영능력 입증된 CEO연임으로 일관성 있는 미래전략 추진 가속화 △세대교체를 통한 차세대 리더 적극 발탁 등이다.

이중에서도 세대교체를 통한 '차세대 리더' 발탁이 파격적이라는 평가다. 지주 13개 자회사 중 9개 사의 CEO가 '신규 추천' 인사인데, 신한카드·저축은행·DS·펀드파트너스·리츠운용의 경우 '본부장급' 인사를 CEO로 전격 추천했다. 13개 자회사 중 9개사 CEO가 교체되고 이중 5개사는 본부장급 발탁이라는 파격이 이뤄진 셈이다. 대표가 연임된 곳은 신한은행, 신한라이프, 신한자산신탁, 신한EZ 손해보험 등 4개사 뿐이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부사장을 건너뛰고 신한카드 사장에 신규 추천된 박창훈 신한카드 본부장(Payment 그룹)이 대표적이다. 현 문동권 사장이 부사장을 거쳐 승진했고, 임영진·위성호 전 사장도 신한지주 부사장직을 거친 것과는 대조된다.

이는 신한은행과 함께 그룹 기업가치제고(밸류업) 계획 실행을 위해 성과 확대가 필수적이라는 진 회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 지난 10월 말 기준 개인 신용판매 점유율은 신한카드 20.6%, 현대카드 19.2%와 큰 격차가 나지 않는다. 다만 올해 누적 신용판매 실적은 현대카드에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지주는 "신한카드는 카드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으나 2위권 사업자와 격차가 축소되고 있고, 업권을 넘나드는 치열한 경쟁 상황에서 차별적인 성장 모멘텀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며 "이에 CEO 교체를 통해 과감한 조직 내부 체질 개선을 이끌고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방점을 뒀다"고 했다.

신한저축은행 사장으로 추천된 채수웅 신한은행 본부장 또한 경영진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자회사 CEO로 낙점됐다. 채 본부장은 차세대 경영진 육성 프로그램인 '신한퓨처AMP'에 참여 중으로, 리테일 영업 및 브랜드홍보 분야 전문가다.

신한지주 측은 "경영진을 거치지 않고 바로 자회사 CEO로 추천된 만큼 세대교체를 통해 그룹 차세대 리더들을 적극적으로 발탁하겠다는 진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신한리츠운용 사장에는 임현우 신한은행 본부장(부동산금융부), 신한DS 사장에는 그룹 내 ICT분야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는 민복기 신한은행 본부장(Tech기획부), 신한펀드파트너스에는 김정남 신한은행 본부장이 각각 추천됐다. 직위보다 경영 능력 등 CEO로서 갖춰야 할 역량을 중시한 인사 방향성이 적용된 셈이다.

진 회장이 신한은행장 시절 당시 높은 관심을 보인 배달 에플리케이션(앱) '땡겨요' 사업을 맡아 진두지휘한 전필환 신한은행 부행장은 신한캐피탈 사장에 낙점됐다. 신한은행 일본 현지법인 SBJ 법인장을 역임하며 탁월한 경영관리 역량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울러 신한벤처투자의 신임 사장으로는 우리벤처파트너스의 박선배 전무가전무가 신규 추천됐다. 박 전무는 20년 이상 VC업계에 몸담은 업계 베테랑으로 벤처 투자 사이클 전반에 걸쳐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높게 평가받았다.

자경위 관계자는 "자회사 CEO 교체 폭을 대폭 확대해 조직 내 긴장감을 불어넣고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포착, 선점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그룹의 경영리더로서 그간 축적한 경험과 통찰력을 바탕으로 시장 불확실성에 효율적, 안정적으로 대응하고, 그룹의 한 단계 도약, 새로운 성장 기회 창출을 위한 강한 추진력, 실행력을 발휘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doyeo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