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임종룡호, '50대' 구원투수 정진완 올렸다

"후보군 중 가장 젊은 68년생"…'조직 쇄신' '세대 교체' 방점
은행내 대표적 기업금융 전문가…'부당대출 사건' 수습은 과제

정진완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우리은행 제공)

(서울=뉴스1) 김현 김근욱 기자 = 우리금융그룹이 29일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를 개최하고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로 정진완 현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을 추천했다.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태로 위기에 직면해 있는 임종룡호(號)가 조직 쇄신과 세대교체를 선택했다는 평가다.

우리금융 자추위는 이날 사임 의사를 밝힌 조병규 현 우리은행장의 후임으로 정 후보를 선택했다. 정 후보는 오는 12월 중 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자격 요건 및 적합성을 검증받은 후 주주총회에서 공식 선임돼 내년 1월부터 2년 임기를 시작할 전망이다.

정 후보는 1968년생으로 포항제철고와 경북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1995년 한일은행에 입행했다. 정 부행장은 지난 2015년 종로3가지점장을 거쳐 이듬해 본점 기관영업전략부장, 중소기업전략부장을 지냈다.

2019년부터 테헤란로금융센터장, 삼성동금융센터장, 삼성동금융센터 영업그룹장, 테헤란로금융센터 본부장, 우리은행 본점영업부 본부장을 거쳤다. 2023년 우리은행 중소기업그룹 본부장을 지냈고 지난해 12월 부행장으로 승진해 중소기업그룹을 이끌어 왔다.

우리금융 자추위는 정 후보 발탁엔 '조직 쇄신'과 '세대교체'에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현 조병규 행장이 1965년생인 것을 감안하면 정 후보 기용으로 3살이나 연령을 확 낮췄다. 또한 정 후보는 지난해 12월 부행장직에 오른 후 1년 만에 은행장으로 직행한 기록도 썼다.

이에 따라 향후 이어질 자회사 대표 인사에도 세대교체를 통해 조직 쇄신이 이뤄질 전망이다.

정 후보 발탁을 계기로 최근 우리은행이 손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태 여파에 휩싸여 있는 분위기를 바꾸겠다는 임 회장의 의지도 담겨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자추위도 "현직 주요 경영진으로서 경영 연속성 확보와 조직 쇄신을 위한 젊은 '세대교체형 은행장' 선임에 방점을 두고 은행장 후보군 중 적임자를 찾는 데 집중했다"며 "정 후보는 기업문화 혁신 등 조직쇄신과 기업금융 중심 영업전략을 추진할 수 있는 최고의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또한 정 후보가 우리은행 내 대표적인 기업금융 전문가라는 점에서 향후 우리은행의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영업'에도 방점을 둔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은행은 중소기업 대출 잔액이 전체 여신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중소기업의 비중이 높다. 정 후보는 미국과 영국 등에서의 해외 영업 경험도 갖고 있다. 이에 정 후보가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향후 우리은행의 기업금융 전략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2024.11.22/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은행 조직내 '균형' 맞춰…'상업' 조병규 행장 이어 '한일' 출신 발탁

그간 우리은행장 선임과 관련해 임 회장은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여왔지만, 정 후보 발탁을 보면 임 회장의 의중이 적지 않게 반영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일단 우리은행 조직 내 '균형'을 맞췄다. 그간 우리은행장은 대체로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출신이 번갈아 맡아왔던 관행을 따랐다. 정 후보는 한일은행, 전임인 조 행장은 상업은행 출신이다.

임 회장이 호남(전남 보성) 출신인 것을 고려하면 그룹 내 고위직의 지역적 균형도 이뤘다. 정 후보는 경북 포항 출신으로, 경북 경주 출신이었던 이순우 전 행장(2011년3월~2014년12월) 이후 10년 만에 경북 출신 은행장에 오를 전망이다.

무엇보다 정 후보가 우리금융그룹 내에서 임 회장과 가장 가까운 인사로 분류돼 왔다는 점에서 현 위기 상황 돌파를 위해 측근을 기용한 측면도 읽힌다. 임 회장은 과거 주영국대사관 재경관으로 재직하던 당시 우리은행 런던지점에서 근무하던 정 후보와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은행 부당대출' 사건 수습…첫 과제로

정 후보가 공식 임명돼 임기를 시작할 경우 손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태 해결 등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게 첫 번째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8월 우리은행이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차주를 대상으로 616억 원의 대출을 실행했으며 그중 350억 원을 '부적정 대출'로 파악했다고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후 지난 10월부터 진행된 우리금융 및 은행 정기 검사에서 손 전 회장과 관련한 추가 불법 대출이 확인됐는데, 이것이 임 회장 취임한 이후에도 지속해서 이뤄졌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금감원은 이날 구체적인 액수는 밝히지 않았지만, 상당한 규모의 불법 대출이 추가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조 행장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금융사고 보고의무를 위반한 혐의로 피의자 전환된 상태다.

정 후보도 이날 보도자료에서 "최근 일련의 금융사고로 실추된 은행 신뢰 회복을 위해 내부통제 전면적 혁신과 기업문화의 재정비에 우선적 목표를 두겠다"며 "혁신형 조직개편, 성과중심의 인사쇄신을 통해 우리은행만의 핵심 경쟁력을 높여 신뢰받는 우리은행으로 거듭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ukge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