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노사 '성과급 협상' 본격화…'300%의 벽' 깨나
지난해 200%로 낮춰 올해 인상 요구 나와
여전히 여론 눈치…전년 수준 유지하는 은행도
- 박동해 기자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은행권 노사가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을 본격화하면서 올해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한 은행들이 직원들에게 어느 정도의 성과급을 지급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은행들의 노동조합이 소속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산하 42개 지부 중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완료한 곳은 현재 3곳으로 확인됐다.
앞서 금융노조는 지난 9월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임금 2.8% 인상 및 노동시간 단축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임단협 합의안에 서명했다. 이후 각 은행별로 보충교섭이 진행되고 있으나 많은 은행에서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 일부 지부는 협상 결렬로 파업에 돌입하기도 했다.
매년 보충교섭에서 가장 큰 쟁점 역시 '성과급'이다. 지난해 은행권이 정부와 여론을 의식해 성과급 수준을 낮췄기 때문에 올해는 이를 다시 인상해야 한다는 노동조합의 요구가 나오고 있다.
지난 2022년도 임단협에서는 주요 은행 직원들이 기본급의 300% 이상을 성과급으로 지급받아 '고금리로 서민들은 고통받는데 은행원들만 이익을 챙긴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에 지난해 은행권 노사는 성과급을 기본급의 200%대로 축소했다.
이에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권) 노동조합이 지난해 낮춰진 300% 한도를 깨보려고 시도 중"이라며 이 때문에 협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 9월 노사 합의를 통해 성과급 300% 한도 제한을 폐지한 사례도 있다.
노조 측은 은행의 지속적인 인력 감축으로 인한 과중한 업무 속에서도 최대 성과를 낸 직원들에게 회사가 적절히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올해 국내 은행들이 높은 예대마진을 바탕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올린 만큼, 그동안 희생한 직원들에게 성과급으로 보상할 때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의 올해 3분기 누적 이자이익은 44조 4000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은행권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고액의 성과급을 지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예를 들어, 신한은행 노사는 27일 기본급의 28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합의에 도달했다. 이 중 230%는 현금, 50%는 주식으로 지급하며,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신한은행은 성과급 외에 휴가 확대, 마이신한포인트 지급, 육아휴직 연장 등의 복지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한 은행권 직원은 "워낙 눈치도 보이고 현재 시국도 어려워서 (은행들도) 여러 고민이 있을 것"이라며 성과급 이외에 복지 등 다른 혜택들을 더 만드는 정도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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