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깡통대출' 4조원 넘었다…NH농협만 1.1조원 달해
올해 3분기 무수익여신 잔액 4조2773억원…전년 동기 대비 7000억 증가
NH농협 전년比 62.3% 폭증…인뱅 3사 무수익여신 잔액 5100억원
- 김현 기자
(서울=뉴스1) 김현 기자 = 올해 3분기까지 이자조차 받지 못하는 악성채무인 시중은행의 무수익여신이 4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인터넷전문은행 3사(카카오·케이·토스뱅크)의 무수익여신은 당기순이익과 맞먹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무수익여신 등 부실채권의 증가는 은행의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9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경영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9월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무수익여신 잔액은 4조2773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3조5769억원) 대비 7004억원(19.6%) 급증한 수치다.
이는 올해 6월말 기준 무수익여신(3조7946억원)이 전년 동기(3조2473억원) 대비 16.9%(5473억원) 늘어났던 것보다 증가폭이 더 커진 결과다.
총여신 증가폭과 비교하면 무수익여신의 증가폭이 더 두드러진다. 올해 3분기까지 5대 시중은행의 총여신은 1759조1847억원으로, 전년 동기(1631조3898억원) 대비 7.8%(127조7949억원) 늘어났다.
악성채무인 무수익여신은 이자조차 상환하지 못하는 이른바 '깡통대출'로 불린다. 3개월 이상 연체되거나 채권재조정, 법정관리 등으로 이자수입이 아예 없는 여신을 말한다.
은행별로 보면 NH농협은행이 1조1005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전년 동기(6782억원) 대비 62.3%(4223억원)나 폭증했고, 직전 분기(6월말 기준 8481억원)와 비교해서도 29.8%(2524억원) 늘어난 수치다.
뒤이어 KB국민은행(9625억원)과 하나은행(9289억원), 신한은행(7145억원), 우리은행(5709억원) 순이었다.
국민은행은 전년 동기(7735억원) 대비 24.4%(1890억원) 증가했고, 하나은행도 전년 동기(7748억원) 대비 19.9%(1541억원)가 늘었다.
반면 신한은행은 전년 동기(7049억원) 대비 1.4%(96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고, 우리은행은 전년 동기(6455억원) 대비 11.6%(746억원) 감소했다.
무수익여신이 크게 늘어난 농협은행은 전체 여신 중 무수익여신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년 동기 대비 0.13%포인트(p) 늘어난 0.36%였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03%p 증가한 0.24%, 0.27%을 기록했다.
이와 달리 신한은행은 무수익여신 비율이 전년 동기 대비 0.02%p 하락한 0.20%, 우리은행은 0.04%p나 낮아진 0.17%에 머물렀다.
5대 은행 무수익여신의 증가는 기업대출이 많이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5대 은행의 3분기까지 총여신 중 기업대출 잔액은 1016조5736억원으로, 전년 동기(937조7724억원) 대비 8.4%(78조8012억원) 늘어나 총여신 증가폭(7.8%)을 웃돌았다.
문제는 기업대출의 증가와 함께 무수익여신이 함께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5대 은행의 올해 9월말 기준 '기업' 무수익여신 잔액은 3조597억원으로, 1년 전(2조4621억원)보다 24.3%(5976억원)나 증가했다.
무수익여신이 크게 증가한 농협의 경우 올 9월말 기준 '기업에서 발생한 무수익여신 잔액'이 8469억원으로 1년 전(4867억원)보다 74.0%(3602억원)나 폭증했다.
국민은행도 3분기까지 기업 무수익여신 잔액이 6899억원으로 전년 동기(4869억원) 대비 41.7%(2030억원)가, 하나은행 역시 무수익여신 잔액이 5992억원으로 1년 전(5109억원)보다 17.3%(883억원) 늘었다.
반면 우리은행은 9월말 기준 무수익여신 잔액이 3889억원으로, 전년 동기(4302억원) 대비 9.6%(413억원) 감소했고, 신한은행도 잔액이 5348억원으로 1년 전(5474억원)보다 2.3%(126억원) 줄어들었다.
시중은행 무수익여신 증가는 지난 11월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전 세계적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데다 경기침체 등으로 중소기업 등에서 한계 및 부실기업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라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개인사업자와 영세·중소기업 취급 비중이 높은데, 여전히 고금리에 경기까지 좋지 않다 보니 부실이 많이 발생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인터넷전문은행들도 무수익여신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9월말 기준 인터넷전문은행 3사(카카오·케이·토스뱅크)의 무수익여신 잔액은 5100억원으로, 전년 동기(4508억원) 대비 13.1%(592억원) 늘어났다. 3분기까지 무수익여신 잔액은 같은 기간 인뱅 3사(카카오 3556억원·케이 1224억원·토스 345억원)의 당기순이익 합계(5125억원)와 맞먹는 수치다.
다만, 지난 6월말 기준 잔액(5378억원)과 비교하면 5.2%(278억원) 감소했다.
은행별로 보면 케이뱅크의 무수익여신 증가폭이 컸다. 9월말 기준 케이뱅크의 무수익여신 잔액은 2072억원으로, 전년 동기(1604억원) 대비 29.2%(468억원) 늘어 3사 중 가장 많았다.
같은 기간 카카오뱅크는 1494억원에서 1874억원으로 25.4%(380억원) 증가했다. 반면 토스뱅크는 1410억원에서 1154억원으로 18.2%(256억원) 감소했다.
직전인 2분기말과 비교하면 케이뱅크(2027억원→2072억원)만 증가했고, 카카오뱅크(1986억원→1874억원)와 토스뱅크(1365억원→1154억원) 모두 줄어들었다.
인터넷은행의 무수익여신 증가는 가계대출 중심 구조에서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 확대에 따른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9월말 기준 인뱅 3사의 총여신 잔액(73조7799억원) 중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94.2%(69조5105억원)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인뱅 3사는 3분기에 모두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30% 이상을 달성하며 설립취지인 '포용금융'을 실천했다. 은행연합회가 공시한 '인터넷전문은행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에 따르면 올해 3분기(3개월 평균 잔액 기준) 비중은 카카오뱅크 32.3%, 케이뱅크 34.5%, 토스뱅크 33.8%였다.
그러다 보니 가계대출에서 자연스럽게 무수익여신이 늘고 있는 셈이다. 9월말 기준 가계대출 부문에서 인뱅 3사의 무수익여신은 4524억원으로, 전체 무수익여신의 88.7%를 차지하고 있다.
은행별로 가계대출 부문 무수익여신 잔액을 보면 케이뱅크가 전년 대비 388억원(1572억원→1960억원), 카카오뱅크도 294억원(1483억원→1777억원)이 각각 늘었다.
반면 토스뱅크는 308억원(1095억원→787억원)이 감소했다. 토스뱅크의 무수익여신 감소는 부실채권을 적극적으로 정리하면서 자산건전성을 관리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토스뱅크는 3분기까지 장부에서 제거(상각)한 대출채권(2482억원)과 시장에 매각 및 환매한 대출채권(1094억원)이 3576억원으로, 카카오뱅크(상각 1264억원, 매각·환매 33억원 등 1297억원)와 케이뱅크(상각 1376억원, 매각·환매 119억원 등 1495억원)에 비해 2배 이상 많았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포용금융 실천을 위해 중·저신용자 대출과 개인사업자 대출을 늘리고 있는데, 경기 상황 등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무수익여신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다만 인뱅들이 담보대출 등 안전 자산을 늘려가고 있고, 대손충당금도 많이 적립해 무수익여신이 늘어나는 데 대한 대비를 충분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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