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울한 11월 극장가, 외화 저력 '글래디에이터Ⅱ'·'위키드' [N초점]

'글래디에이터Ⅱ' '위키드' 포스터
'글래디에이터Ⅱ' '위키드' 포스터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흥행이 쉽지 않은 암울한 11월의 극장가를 외화가 견인하고 있다.

지난 20일 개봉한 뮤지컬 영화 '위키드'(감독 존 추)는 개봉 이틀째 박스오피스 1이 자리를 지키며 초반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개봉 이틀째 날인 21일까지 누적관객수는 14만 9586명. 우리나라에서 전 세계 최초로 베일을 벗은 '위키드'는 북미에서는 22일(현지시간) 개봉했다.

'위키드'는 자신의 진정한 힘을 아직 발견하지 못한 엘파바(신시아 에리보 분)와 자신의 진정한 본성을 발견하지 못한 글린다(아리아나 그란데 분), 전혀 다른 두 인물이 우정을 쌓아가며 맞닥뜨리는 예상치 못한 위기와 모험을 그린 이야기를 그린다.

2003년 초연된 동명의 브로드웨이 원작 뮤지컬은 전 세계 6000만 명이 관람하고 50억 달러의 흥행 수익을 기록, 토니상, 그래미상 등 100여개 어워즈를 수상했다. 영화는 이번 개봉한 작품이 파트1, 2025년 개봉을 앞두고 있는 작품이 파트2로 연이은 흥행을 노리고 있다.

'위키드'가 정상을 차지하기 전까지 그 자리를 지켰던 작품은 '글래디에이터Ⅱ'(감독 리들리 스콧)였다. 지난 13일 개봉한 '글래디에이터Ⅱ'는 개봉 이후 일주일간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으며 21일 기준 누적관객수는 58만 5517명을 나타내고 있다.

'글래디에이터Ⅱ'는 1편의 국내 개봉 이후 24년 만에 나온 속편으로 주목을 받았다. 2000년에 개봉한 '글래디에이터'는 당시 전 세계적으로 4억6551만 6248달러(한화 약 6524억 6757만원)의 수익을 거두며 흥행한 작품으로 국내에서도 많은 인기를 끌었었다. 1편의 감독이 그대로 연출을 맡았다는 점에서 1편을 본 관객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고, 이는 개봉 3주 차까지 이어지고 있다.

두 편의 외화와 함께 현재 극장가는 '위키드'와 같은 날 개봉한 '히든페이스', '글래디에이터Ⅱ'보다 한 주 앞서 개봉한 '청설', 그리고 지난 14일 개봉한 '사흘'과 10월 30일 개봉한 '아마존 활명수' 등 한국 영화들이 다수 포진했지만, 흥행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개봉한 한국 영화 대부분이 타깃 층이 분명한 작품들이라 특별한 입소문 없이 대중적으로 관객의 관심을 끌기는 어려운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다만 개봉 첫 주차인 '히든페이스'에 대해서는 아직 추후의 흥행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한 달 앞선 10월 극장가에서도 11월과 비슷한 양상이 펼쳐졌다. '보통의 가족'과 '대도시의 사랑법' 등 한국 영화들이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지는 못했고, 전달에 개봉한 '베테랑2'가 누적 751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했을 뿐이다. 그 사이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찍은 작품은 '베놈: 라스트 댄스'나 '조커: 폴리 아 되' '와일드 로봇' 같은 외화들이었다. 특히 잘 되면 60~70만명대에서 끝난 다른 작품들과 달리 '베놈: 라스트 댄스'는 유일하게 지난 10월 개봉해 100만 고지를 넘긴 작품으로 이름을 남겼다. 21일 기준 이 영화는 누적 173만 1264명을 동원하고 있다. 타깃 층이 분산되는 한국 작품들과 달리 외화들은 대중성을 무기로 흥행 가뭄 속에서 선전하고 있다.

한국 영화 기대작들인 '하얼빈' '대가족' '1승' '보고타' 등이 개봉하기 전까지는 극장가 풍경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영화의 부진을 틈 탄 대중적인 블록버스터 외화들의 흥행이 어느 정도의 규모로 이어지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ujene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