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원장 "계엄사태 영향 제한적…외환위기 가능성 없다"(종합)

"잠재성장률 낮아지고 있어…규제·노동개혁 필요"
"트럼프 정부 출범 긍정적 측면도…정부 혁신 '트리거'될 것"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11일 서울 JW메리어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KDI 제공)2024.12.11/뉴스1 ⓒ News1 김유승 기자

(서울=뉴스1) 김유승 기자 =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11일 비상계엄과 탄핵정국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제한적이며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 원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금 (사태가 발생한 지) 1주일이 됐는데 그 사이 주가와 환율을 보면 이전에 비해 1~2% 정도 영향이 나타났다"며 "그러한 변화 폭이 크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리 크다고 생각하지 않는 분들이 좀 더 많지 않나"라고 했다.

이어 "상황 변화에 따라 가변적으로 바뀔 수 있는 부분이지만, 그러한 금융시장 변화는 상황이 바뀌면 빠르게 회복되는 변수이기 때문에 (영향이) 그리 크지 않은 것 같다"며 "우리가 8~9년 전에 비슷한 상황이 있었는데, 그때 지표를 보면 그리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조 원장은 최근의 정치적 혼란이 외환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대외 순자산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50%쯤 되며, 달러로 치면 1조 달러 정도"라며 "정치적 충격으로 해외가 반응하고 국내를 바라보는 시선이 불안해져 한국 투자를 꺼리게 되는 부분은 있겠지만, 국가적 위기로 치달을 만큼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가 1997년 외환위기를 겪었을 땐 경제 기초체력, 국내 금융시장도 너무 취약했기 때문에 재벌 부채나 그런 게 맞물려 나라 전체의 경제 위기로 발전했다"며 "지금은 국내기업의 재무 상황이 1~2년 전과 비교해 나빠지긴 했지만, 그때와 비교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조 원장은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낮아지고 있으며, 빠른 개선을 위해선 규제개혁, 노동개혁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조 원장은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2%를 넘는 쪽에서 아래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틀림이 없다"며 "앞으로 더 낮아질 것이란 방향성이 중요한 포인트"라고 지적했다.

이어 "개혁했을 때 효과가 빠르게 반영되는 것은 규제개혁"이라며 "노동도 유연한 체계로 바꿔가면 상대적으로 빠르게 우리 사회의 생산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유럽·일본과 달리 미국 경제가 혼자 오래 잘나가는 배경에는 노동시장과 주식시장을 필두로 한 자본시장의 효율성이 있다. 우리도 그런 상황을 만드는 토양과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며 "KDI가 장기적 시계를 갖고 고민해야지, 오늘내일 일만 가지고 고민하느라 근본적 문제를 놓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내수와 관련해선 "잠재성장률이 2% 아래로 내려갈 텐데, 이런 상황에서 소비 지표가 1%대 중후반 이상으로 계속 (증가하긴) 힘들 것"이라며 "그런 상황이 되기 위해선 성장이 필요하며, 소득이 뒷받침되지 않는 소비 활성화는 장기간 지속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11일 서울 JW메리어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KDI 제공)2024.12.11/뉴스1 ⓒ News1 김유승 기자

조 원장은 정부와 KDI의 내수 회복에 대한 시각차가 존재한다는 질문에는 "저희는 생각만큼 원활하게 내수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차원으로 (정부와) 똑같은 지표를 보면서도 베이스라인(기준점)이 달랐다"며 "저희는 생각하는 속도가 있는데 거기까진 못 갔다고 봤고, 정부는 조금씩 올라가는 측면을 이야기한 것 같다. (두 시각이) 많이 다르지 않다는 쪽에 저는 무게를 둔다"고 답했다.

최근 부진을 겪는 건설업 취업자 수 현황에 대해선 "건설업계 업황이 최저점을 통과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건설업황이란 것은 업체가 새로 수주를 받고, 계약금이 들어와서 재무적으로 안정화돼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 숨통이 트인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 건설이 진행되는 상당히 뒤에 지표가 돼서 나타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게 지표로 나타나고 건설업계의 고용까지 파급이 미치려면 내년 말까진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 원장은 정국 혼란 속에서 트럼프 미국 신행정부 출범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묻는 질문에는 "관료와 학계가 해야 하는 일에는 변한 것이 없다. 고민하던 것들을 계속해야 한다"며 "우리나라처럼 무역 의존도가 높은 나라에서 자유무역 시스템이 흔들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지만, 미국의 중국 견제 입장이 강하기 때문에 우리의 지정학적 가치가 오히려 높아지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조 원장은 "트럼프 당선 이후 여러 측면에서 부정적 측면만 강조되지만 그렇지 않은 측면도 있다"며 "혁신 제고가 가장 안 되는 부문이 정부인데, (이에 대한) 경각심 등 변화를 트리거(유발)한다는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 출범은 정부 혁신에 긍정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쉬었음' 인구가 늘고 있는 데 대해선 "직장이 아닌 사회에서 보상을 받는 측면도 요인으로 작동한다"며 "사회적으로 쉬는 사람에 대해 편의를 봐주고 있기 때문이란 연구 결과가 나온다면 그걸 줄여야 하고, 마음에 드는 일자리가 없고 커리어를 개발할 만한 일자리가 부족한 것이면 관련 대책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ky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