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고래' 예산 전액 삭감…정부 "시추 예정대로", 어떻게?
1차 시추 정부예산 500억원 감액…석유공사 자체 재원조달로 추진
추가 시추도 난항…불확실성 높은 탄핵정국 속 투자유치 애로
- 이정현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동해 심해 가스전 부존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대왕고래' 1차 시추 예산이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1차 시추에 드는 예산 1000억 원 중 정부가 부담하기로 한 500억 원이 증발한 것으로, 재정 부담은 이제 온전히 한국석유공사 몫으로 넘어가게 됐다.
10일 국회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삭감한 감액 예산안을 그대로 처리했다.
이중 산업통상자원부 예산은 총 11조 4336억 원으로 확정됐다. 이는 정부안 대비 675억 원, 올해 본예산 대비 453억 원(-0.4%)이 감액된 규모다. 정부안 대비 가장 큰 삭감 비중을 차지한 사업은 '유전 개발사업 출자'다.
동해 심해 가스전 부존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대왕고래' 1차 시추 예산 500여억 원이 사실상 전액 감액된 채 부활하지 못했다. 민주당 등 야당은 기존 정부안 505억 원에서 497억2000만 원(98%)을 삭감한 수정안을 최종 확정했다. 통과시킨 예산은 8억 3700만 원에 불과하다.
당장 오는 17일 1차 시추작업을 위해 시추선 웨스트카펠라호가 시추해역으로 출항을 앞둔 상황에 관련 예산이 끝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동해 심해 가스전 자원탐사개발 프로젝트'는 불안한 첫발을 내딛게 됐다.
정부 지원 예산은 사라졌지만, 사업 자체가 중단되지는 않는다. 정부와 석유공사는 이미 시추 작업이 시작된 상황에서 프로젝트 중단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문제는 부족한 자금인데, 일단 정부 지원은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석유공사가 회사채 발행 등 자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 석유공사는 지난해 말 기준 총부채 19조 6000억 원, 자본은 1조 3000억 원으로, 2020년부터 이미 자본잠식 상태다.
가까스로 1차 시추작업을 완료한다 해도 추가 시추가 정상적으로 추진될지도 걱정이다. 정부와 석유공사는 최소 5회, 10회 미만에서 시추탐사를 이어간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시추 1공당 최소 1000억 원의 자금이 소요되는데, 2차 시추부터는 해외 투자유치를 통해 재원을 조달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러나 탄핵정국 속 국가 불확실성 확대로 세계가 한국을 우려 섞인 시각으로 주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활한 투자유치가 가능할지 걱정이 커지고 있다.
그나마 1차 시추에서 자원 부존 가능성에 대한 진일보한 결과물이 나온다면 추가 시추작업에 탄력이 붙겠지만, 별 소득 없이 마무리된다면 '프로젝트 좌초'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장 거대 야당이 이 프로젝트에 대해 전혀 호응하지 않는 상황인 데다, '탄핵 위기'에 놓인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국정사업에 굳이 힘을 실어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등 야당은 지난 6월 정부의 동해 심해 가스전 부존 가능성 공식 발표 이후부터 줄곧 사업 적정성과 우리 정부와 석유공사에 해당 해역에 자원 부존 가능성을 확인해 준 미국 액트지오(Act-Geo)사에 대한 신뢰성을 지적해왔다.
산업부 관계자는 "시추 작업이 이미 시작된 상황에서 중단은 없다"면서 "석유공사가 정상적인 사업 추진을 할 수 있도록 여러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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