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가계대출 사상 첫 '1100조 돌파'…주담대 증가 행진 4.7조 ↑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축소…1월 3.3조원 → 2월 2조원
"주담대 둔화 추세…당분간 가계대출 낮은 증가세 전망"

(자료사진) /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이 처음 1100조 원을 돌파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5조 원 가까이 늘면서 전체 가계대출이 2조 원 뛴 결과다.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2024년 2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한 달 전보다 2조 원 증가한 1100조 3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은행 가계대출 잔액이 1100조 원을 넘긴 것은 지난 2021년 2월에 1000조 원을 돌파한 이후 3년 만의 일이다.

월간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지난 1월(+3.3조 원) 대비 1조 3000억 원 축소됐다.

이번에도 가계대출 잔액을 끌어올린 것은 주담대였다.

2월 은행 주담대 잔액은 860조 원으로 한 달 전보다 4조 7000억 원 증가했다.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한 달 새 2조 7000억 원 감소했다. 명절 상여금 유입에 따른 상환 등 영향으로 감소 폭이 전월(-1.5조 원)보다 확대됐다.

2월 중 기타대출 감소 폭은 통계 속보치를 작성한 2004년 1월 이후 최대였다.

원지환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가계대출은 주담대 증가세가 지속됐으나 기타대출 감소 폭이 확대되면서 증가 규모가 축소됐다"며 "주담대는 전세자금 수요 증대에도 아파트 입주 축소, 영업일 감소 등으로 증가 규모가 소폭 줄었다"고 말했다.

원 차장은 "주담대 증가세는 축소 선상에 있다고 판단한다"며 "신생아 특례 대출은 자금 집행이 2월 중순 이후 시작된 것으로 파악돼 가계대출에 의미 있는 숫자로 반영됐다고 보긴 힘들다"고 평가했다.

앞으로도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세는 낮은 모습을 보일 것으로 관측됐다.

원 차장은 "제2금융권 같은 경우 지방 부동산 경기와 연결돼 있어 자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대출 취급을 엄격히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2금융권 대출 추이는 지방 부동산 경기가 언제 회복될지와 긴밀히 연관됐다 본다"고 분석했다.

이어 "전(全)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세는 주택 경기만 아니라 정부 정책, 금리 수준 등 여러 요소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단언할 수 없으나 일정 기간은 낮은 증가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 제공)

지난달 가계대출만 아니라 기업대출도 증가 행진을 이어갔다.

2월 은행 기업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8조 원 증가한 1262조 4000억 원으로 나타났다. 증가 폭이 통계 속보치를 작성한 2009년 6월 이래 같은 달 기준 역대 두 번째로 큰 수준이었다.

특히 대기업 대출이 한 달 새 3조 3000억 원 확대돼 운전자금을 중심으로 견조한 증가세를 이어갔다. 대기업 대출 역시 통계 사상 두 번째로 큰 증가 규모를 경신했다.

중소기업 대출은 은행의 관련 대출 확대 전략에 기업의 시설자금, 명절자금 수요 등이 맞물리면서 4조 7000억 원 늘어났다.

2월 은행 수신은 상당 폭 증가로 전환(1월 -28.8조 원 → +32.4조 원)했다. 은행 수신 증가 규모는 2월 기준 역대 3번째로 컸다.

원 차장은 "정기예금이 예금금리 고점 인식, 은행의 자금 유치 노력 등으로 증가 폭이 확대됐고 수시입출식 예금은 일부 적금 상품의 대규모 만기 도래에 따른 가계 자금 예치, 계절 요인에 따른 기업과 지자체 자금 유입 등으로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