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중동붐' 확산…韓-GCC, FTA 협상 타결 "중동·아프리카 시장 확대"
아랍권 6개국과 15년만에 일궈낸 성과…"시너지 효과 극대화"
석유·LNG 등 에너지 자원 안정적 확보…현지 기업진출도 '활짝'
- 이정현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우리나라가 걸프협력회의(GCC) 6개 회원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이들 국가로부터 수입 중인 1만1012개(전체 수입액 비중의 20.7%) 품목에 적용 중인 관세를 20년 내 철폐하기로 했다. 마찬가지로 GCC 측에서는 우리나라가 수출하는 6024개 품목(전체 수입액 비중의 20.3%)에 대한 관세를 없애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8일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이 서울에서 자심 모하메드 알 부다이위 GCC 사무총정과 이 같은 내용의 FTA 협상을 최종 타결하고, 공동선언문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2008년 첫 협상을 시작한 이후 무려 15년만이다.
GCC(걸프협력회의)는 지난 1981년 5월 페르시아 만안의 6개 아랍산유국(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아랍에미리트·카타르·오만·바레인)이 역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결성한 지역협력기구다.
한-GCC FTA는 우리나라가 체결한 25번째 FTA(협상 타결 기준)다. 아랍권 국가로는 지난 10월 타결한 한-아랍에미리트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에 이어 두 번째로 체결한 국가 간 협정이 됐다.
이번 협정은 별도의 경제협력 챕터를 통해 12개 분야를 중심으로 포괄적인 경제협력 체계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은 게 특징이다. 특히 에너지·자원, 바이오경제, 첨단산업, 스마트팜, 보건산업, 시청각서비스 등 6개 협력 분야의 경우 개별 부속서를 채택하는 등 세부 협력방안도 구체적으로 담았다. 나머지 6개 분야는 ICT, 과학기술, 농·임·수산업, 건설 인프라, 항공서비스, 기업방문이다.
주요 내용을 보면 우리나라와 GCC 측은 교역 시 전체 상품에 적용해 온 관세를 단계적으로 철폐해 나간다.
우리나라는 GCC 회원국들로부터 들여오는 전체 1만2242개 품목 중 10년 내 1만581개(전체 수입액 비중의 4.7%), 20년 내 1만1012개(전체 수입액 비중의 20.7%)까지 단계적으로 관세 철폐를 확대한다.
마찬가지로 GCC 측도 우리나라로 전체 수입품목 7879개 중 10년 내 3621개(전체 수입액 비중의 7.7%), 20년 내 6024개(전체 수입액 비중의 20.3%)까지 관세 철폐 대상 품목을 확내해 나갈 계획이다.
적용 품목별로 GCC는 우리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부품, 기계류, 화학제품 및 무기류 상당수와 농·축·수산물 등에 대한 관세를 없앤다.
산업부는 일부 승용차·화물차 등의 관세 철폐로 한국산 완성차의 가격 경쟁력이 제고되고, 내연차 및 전기차용 핵심 부품의 관세가 철폐됨으로써 우리 기업의 현지 조립·생산을 위한 투자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무기류의 경우에도 대부분 품목의 관세가 철폐됨으로써 그간 방위산업 수요가 빠르게 증가해 온 중동 시장에 대한 무기 수출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는 GCC로부터 들어오는 천연가스·석유제품·알루미늄 등의 주력 생산품(원유 제외)에 대한 관세를 철폐한다. 원유 분별 증류 시 나오는 탄화수소 혼합물 '나프타'의 경우에는 관세를 50% 감면해주기로 했다.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생산원가가 낮아짐으로써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통상당국은 또 GCC측 농산품의 경우 국내 생산이 없는 대추야자, 홍차 등 품목 위주로만 개방함으로써 국내 관련 업계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했다.
서비스 시장의 경우 GCC 측은 영화·비디오 배급 서비스, 의료 및 치·의료 서비스 등에서 기존 WTO 서비스 협정 대비 높은 수준으로 개방했다.
산업부는 'K-콘텐츠' 및 '한류 확산'과 한국 의료기관의 중동 진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협정에서는 그간 GCC 진출 기업들의 애로사항 중 하나였던 업무 목적 입국 및 체류 조건 완화 조치도 포함됐다. 이제 GCC 국가들에서 우리나라로 입국하는 업무 목적 방문자의 경우 체류 기간 및 갱신 등 조건에서 GATS 대비 개선된 양허를 통해 기업 활동에 편의를 도모할 수 있게 됐다.
정부조달 부문에서는 한-UAE, 한-바레인이 조달시장 상호개방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이들 국가와는 조달 계약 추진 시 원칙적으로 공개입찰하고, 국내외 업체를 차별하지 않도록 한 규정이 마련됐다.
정부는 이번 한-GCC FTA 협상 타결 선언 이후 법률 검토 및 협정문 국문 번역 등을 거쳐 내년 중 정식 서명을 추진한다.
이후 경제적 영향평가와 국회 비준 동의 등 각국의 국내 절차를 거쳐 가급적 이른 시기에 협정이 발효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이에 더해 한-GCC FTA를 기반으로 GCC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GCC 인접 중동국가 및 아프리카 국가들과 FTA 체결도 검토해 나갈 계획이다.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은 "내년부터 GCC 6개국과의 교역·투자 확대와 함께 GCC와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중동 전역과 인접해 있는 아프리카 권역까지 산업 및 에너지·자원 분야에서 협력을 집중적으로 추진함으로써 통상과 산업·에너지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GCC 6개국과 우리나라 간 교역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1026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전년대비 60%가 증가한 규모다. 우리나라는 GCC로부터 주로 원유, LNG, 알루미늄을 포함한 에너지·자원 관련 품목을 주로 수입하고 있다. 우리 주력 수출 품목은 자동차·부품, 기계류를 포함한 제조물품과 무기류다.
한-GCC FTA 협상은 2008년 1차 공식협상이 열렸지만, 2010년 GCC측이 FTA 정책 재검토를 이유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EU, 일본, 중국, 호주 등과 당시 진행 중이던 모든 FTA 협상을 중단하면서 10년 이상 멈춰있었다. 이후 지난해에야 협상이 재개됐고, 올해 우리나라와 GCC 주요국 간 연이은 정상회담을 계기로 타결에 이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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