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창사 이래 두 번째 희망퇴직 실시…"근본해법 전기료 인상 논의해야"

성과급 반납해 122억원 재원 마련…150여 명에 8천만원 안팎 위로금
이자비용만 年 5조, 경영정상화 요원…'高물가'에 전기요금 후순위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국전력 서울본부 현판과 오피스텔 건물 내 전기 계량기의 모습. 사진은 레이어 합성. 2023.2.26/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세종=뉴스1) 심언기 기자 = 한국전력이 창사 이래 두 번째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성과급 반납으로 마련한 122억 원을 재원으로 150여 명 규모가 될 전망이다. 전력업계에선 한전 직원들이 희생을 감내하는 결단을 내린 만큼 부채의 핵심 원인인 전기요금 현실화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0일 한전에 따르면 한전 노사는 전날 인사위원회를 열고 희망퇴직 규모 및 방식, 절차 등에 관해 논의하고 5월 1일부터 희망자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신청 접수가 끝나면 적격 여부를 판단한 뒤 퇴직 예정자를 확정, 6월 중 희망퇴직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한전은 지난해 연말 기준 누적 부채가 202조 원에 달하며 창사 이후 가장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에 부지매각과 경영효율화 작업과 함께 노사 합의에 따른 희망퇴직을 추진해 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치솟은 국제유가 등으로 사상 첫 적자가 발생하자 42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한 이후 15년여 만이다.

한전의 이번 희망퇴직 재원은 정부 지원금이 별도 배정되거나 승인되지 않아 직원들이 성과급 반납을 토대로 122억 원가량을 십시일반으로 마련했다. 신청자의 근속연차 등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1인당 8000만~8500만 원의 위로금이 지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은 경영정상화 자구책을 발표한 뒤 인력 효율화 쇄신 작업에 박차를 가해왔다.

지난해 말까지 488명의 운영인력을 감축하고, 디지털화·설비 자동화 등을 통해 2026년까지 700여 명을 추가 감축할 계획이다. 향후 필요한 인력도 조직 효율화를 통해 최소한으로 묶는다는 방침이다. 신규채용 인원은 2020년 1547명에서 △2021년 1047명 △2022년 482명 △2023년 266명으로 3년 새 85% 감소했다.

직원 희생을 바탕으로 경영정상화 노력이 잇따르지만 한해 이자비용만 4조~5조 원에 달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부채 탕감을 위해선 전기요금 인상이 필수적이다.

희망퇴직, 조직 효율화 등 허리띠 졸라매기와 자산 매각 등을 잇달아 진행하며 정부와 국민 여론에 호소해 온 만큼 전력업계에서는 3분기에는 전기요금 인상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높다. 그러나 물가 관리를 정책 최우선으로 두고 있는 상황과 중동 정세 불확실성 등 변수가 많아 요금 인상이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다.

전력업계 한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미래 전력산업으로의 재편이 한창인데 알짜 자산을 팔고, 숙련 인력을 줄이는 것이 올바른 방향인지 의문이다. 원가는 급등하는데 요금을 묶어놓고 무조건 잘못했다고 매도해선 안 된다"라며 "공기업으로서 희생을 감수하며 노력해 온 점을 평가하고, 이제는 근원적 해법인 전기요금 인상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eonk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