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명 증원 확고' 확인한 의료계, '총선' 끝나고 보자…왜?
의료계, 총선 결과 따라 주도권 우위 기대감…정부 “대화 지속”
의협 비대위 오늘 오후 회의…박단, 임현택 참석 예정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대통령과 전공의 대표 간 면담도 성사됐지만 지난달 6일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발표로 촉발된 의정 갈등은 두 달 가까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정부의 '2000명 증원 의지'를 재확인했으니 총선 결과를 본 뒤 대응 방안을 강구하자는 움직임이 거론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일 대국민 담화를 자처해 51분 동안 의대증원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의료계가 통일된 방안을 제시하면 증원 규모를 다시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지난 4일엔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140분간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그러나 의료계는 2000명 증원만 재확인됐다며 실망한 분위기다. 일부 전공의들은 '독단적이고 총선에 명분만 줬다'며 박 위원장을 비판하고 있다. 탄핵하자는 움직임도 보이며 그를 '내부의 적'이라 몰아세우고 있다.
정부와 의사들이 원점에서 맴도는 가운데 일부 의사들은 총선이 끝나야 해결의 실마리를 의사들이 잡는다고 보고 있다. 총선 결과가 여당에 불리하면 의료계가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 당선인은 이번 총선에서 20~30석 당락이 의협의 손에 달려있다고 자신했다. 개혁신당 비례 1번인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출신 이주영 후보가 당선될 수 있도록 의사들이 힘을 모을 수 있다고도 했다.
앞서 그는 "그동안처럼 여당을 일방적으로 지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의사에게 가장 모욕을 주고 칼을 들이댄 정당에 궤멸 수준의 타격을 줄 수 있는 선거 캠페인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의대 교수들은 격무에 지쳐 주 52시간으로 업무를 줄이기로 한 가운데, 제자들 보호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 정진행 서울대의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 자문위원(전 서울대의대-병원 비대위원장)은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교수들이 단합해서 우리 학생, 전공의를 지켜내자"고 강조했다.
정 자문위원은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 면담과 관련해 "우리 집 아들이 일진에 엄청나게 맞고 왔는데 피투성이, 만신창이 아들만 협상장에 내보낼 수는 없다"며 "애미애비(어미·아비)가 나서서 일진 부모를 만나 담판 지어야 한다"고 전했다.
의대생·전공의는 물론 의대 교수 등 의사들이 한목소리로 요구하는 핵심 쟁점을 단일 요구안으로 모아 정부를 압박하는 한편, 각 의사 직역이 흩어지지 말고 단일 대오로 뭉치자는 의지로 풀이된다.
일부 의대 교수단체들도 총선 직후 회의를 열어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교수협의회는 12일 오후 회의를 통해 이번 사태에 대해 진행한 설문 결과를 발표하며 대책을 모색한다.
서울대의대-병원 교수 비대위는 오는 15일 전체 회의를 개최하고 그동안의 결정 사항을 재점검하고 대책을 논의한다. 방재승 비대위원장은 뉴스1에 "대통령께서 2000명 고집을 꺾지 않으시면 선거 끝나고 판세가 요동치리라 본다. 이 회의가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7일 오후 2시에 진행되는 의협 비대위 회의에는 윤 대통령을 만난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이 참석해 면담 내용과 비대위 입장을 밝힌다.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 간 면담 등에 불편한 감정을 내비친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도 회의에 참여한다.
반면 정부는 의사들과 대화할 의지가 분명하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여당 요청에 따라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도 보류한 채 의료계에 원활한 대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고위관계자는 이날 "행정처분은 아직 당과 협의 중이라 보류 상태"라고 말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지난 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정부는 진정성을 가지고 대화 노력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박 차관은 또 박 위원장을 향한 의료계 내부 비판에 "지금 누가 잘했냐, 잘못했냐를 따지는 게 대화의 자리가 아니다"면서 "(면담 참여 전공의를) 보호할 방안은 대화를 공개하지 않는 방법밖에는 없다. 다시 한번 원활한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모든 분이 힘을 모아주시기를 당부한다"고 설명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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