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료개혁 저지" 한목소리…의협 회장 선거전 본격화

"내부결집 강화" "명예롭게 감옥 갈 것" "행동하며 투쟁"
첫 합동설명회…17일 부산, 19일 대구 등 전국 순회

1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제43대 대한의사협회 회장선거 후보자합동설명회'에서 후보자들이 정견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택우 후보, 강희경 후보, 주수호 후보, 이동욱 후보, 최안나 후보. 2024.12.10/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조유리 기자 = 임현택 전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탄핵당하며 차기 회장을 선출하는 보궐선거전의 막이 올랐다. 후보자 5인은 첫 정견발표 자리에서 정부를 규탄하며 의협이 주축이 돼 의료개혁을 저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그 방식에서 입장차를 보였다.

대한의사협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0일 오후 1시 의협 대강당에서 제43대 의협 회장선거 후보자 첫 합동설명회(정견발표)를 열었다. 설명회는 후보자별 정견발표와 공통질의, 플로어 질의 순으로 진행됐다.

지난 3일 후보자 심사와 등록이 마감되며 보궐선거에 출마하게 된 최종 후보자는 5인으로, 번호 추첨 결과 기호 1번 김택우 전국광역시도의사협의회장(강원도의사회장), 기호 2번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기호 3번 주수호 전 의협 회장(미래의료포럼 대표), 기호 4번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 기호 5번 최안나 의협 기획이사 겸 대변인으로 정해졌다.

이날 첫 번째로 발표에 나선 김택우 후보는 회무 경험을 바탕으로 의협 회원의 권익을 지키겠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윤석열 정부가 올해 초 일방적으로 추진한 의대 증원 정책을 저지하기 위한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활동하며 정부의 정책을 저지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정부와 맞서기 위해 내부 결집을 강화하고 각 지역, 직역과 소통하기 위해 조직을 개편하겠다"고 했다.

이어 "의사가 소신을 가지고 진료할 수 있도록 의료법 개정, 의료 과실에 대한 형사처벌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다음으로 발표에 나선 강희경 후보는 지금까지와 다른 회장, 다른 직역 출신 회장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며 그 적임자가 본인임을 자신했다.

강 후보는 "의협이 대표성이 있냐는 의문에 반박하기 어렵다"며 "회비 납부와 무관하게 모든 회원이 투표권을 행사해 의협의 중요 결정을 내릴 때 비로소 의협이 의사 대표단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협이 권익단체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의료정책을 선도하고 장기적인 보건의료계획을 마련할 수 있게 하겠다"며 "의료정책연구원을 강화해 의학정보원, 국가보건의료계획개발원을 그 산하에 두고 이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세 번째로 발표에 나선 주수호 후보는 의료계가 한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강력한 리더십을 통해 의협을 이끌겠다며 "전공의, 의대생을 보호하기 위해 만약 회장이 감옥을 가야 한다면 명예롭게 생각하고 기꺼이 그 길을 가겠다"고 공언했다.

주 후보는 "지금처럼 엄중한 시기에 회장이 적응하기를 기다릴 여유가 없다. 회무에 대한 경험이 있고, 선거 이후 곧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는 사람이 회장이 되어야 한다"며 과거 의협 회장을 지냈던 경력을 내세웠다.

주 후보는 이날 과거 음주 운전을 하고 교통사고를 낸 것에 대해서 고개 숙여 사과하기도 했다.

1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제43대 대한의사협회 회장선거 후보자합동설명회'에서 후보자들이 정견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택우 후보, 강희경 후보, 주수호 후보, 이동욱 후보, 최안나 후보. 2024.12.10/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이동욱 후보는 자신이 행동하는 후보라고 적극 주장했다. 이 후보는 "너도나도 선출 전에는 그럴듯한 말로 회원들을 희망에 부풀게 하지만 선출 후에는 모습이 판이해진다. 여기에 회원들의 실망이 반복돼 왔다"며 "무엇을 하겠다는 말보다 회무의 성과로 각 후보를 판단해달라"고 호소했다.

이 후보는 "모두 경찰의 처벌을 두려워할 때 가장 선봉에 서서 전공의 멘토·멘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눈보라를 맞으며 54주 차 의료농단 투쟁을 했다. 서슬 퍼런 윤석열 정부를 향해 피켓을 들고 피멍이 들면서 싸워왔다"며 "저는 경기도의사회장에 재선한 능력이 검증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발표에 나선 최안나 후보는 젊고 역동적인 의협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전면에 내세우며 "정부 입맛대로 좌지우지 못 하도록 불합리한 실손보험과 수탁고시를 반드시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후보는 "지난 6개월간 대변인으로서 의협에 무엇이 문제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보이지만 제대로 일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며 "회장으로서 가지고 있는 능력을 보여드리는 것이 책임지는 것이라고 생각해 출마하게 됐다"고 했다.

5명의 후보 모두 정부의 의대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을 '무리하게 추진한 의료농단'이라고 비판하며, 의협 회장이 되어 현 사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했다. 또 의협이 정부를 상대로 입장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지지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며, 의협의 외연을 넓혀 나갈 것을 약속했다.

다만 그 방식에서 주수호, 이동욱, 최안나 후보는 투쟁을 김택우 후보는 합리적 논의를, 강희경 후보는 토론을 통한 합의를 주장했다. 특히 김택우 후보와 강희경 후보는 과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료정책을 정부에 먼저 제시하겠다고 했다.

의협 회장선거 후보자 합동설명회는 이날을 시작으로 17일 부산, 19일 대구 등에서도 진행될 예정이다.

의협 회장 보궐선거는 내년 1월 2일~4일 전자투표 방식으로 치러진다.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 2위 후보를 대상으로 7일부터 이틀간 결선투표를 진행한다.

ur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