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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일의 맥] 오해할 것도 없는 김남일 코치에 대한 오해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2017.08.23 15:35:32 송고
김남일 코치가 홍역을 치르고 있다. 웃자고 던진 말에 지나치게 과민 반응이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 News1

시쳇말로, 예능이었는데 다큐로 받아들이고 있다. 듣고 싶은 대로 듣고 곡해해서 내뱉으니 오해가 또 다른 오해를 만들고 있다.

축구대표팀이 이슈다. 여러모로 축구대표팀에 시선이 향할 때다. 자칫 잘못하면 월드컵에 나갈 수 없는 큰 위기에 처했고 때문에 한때 '갓'이라 불리던 전임 감독(울리 슈틸리케)이 경질됐다. 급한 불을 끄고자 신태용 감독이 '소방수'로 등장했고 신 감독이 김남일과 차두리라는 코치를 불러들이면서 더 많은 조명이 쏟아졌다. 차두리 코치보다 선배인 이동국의 재승선은 그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축구대표팀이 연일 화제다.

침울했던 대표팀 공기가 어느 정도 해소된 모양새다. 21일부터 시작된 소집훈련 분위기는 연일 화기애애다. 차두리 코치는 이동국에게 먼저 다가가 "호칭을 불러야죠"라며 장난을 걸었고, 맏형과 맏형보다 어린 코치의 실랑이에 21살 막내 김민재도 낄낄거렸다. 솔선수범하며 분위기메이커까지 자처하는 이들의 모습에 신태용 감독도 흡족한 미소를 보이고 있다. 다들 표정이 좋다. 그런데 한 사람만 무표정이다.

웃자고 던졌던 김남일 코치의 농담이 웃지 못할 상황을 만들고 있다. 이른바 '빠따' 발언이 그럴 필요 있을까 싶을 정도로 길게 이어지고 있다. 출발은 7월12일이었다. 대한축구협회가 전경준, 김남일, 차두리, 김해운(GK), 이재홍(피지컬) 코치를 신태용호 코칭스태프로 임명한다고 발표했던 날이다. 그날 오후, 김남일 코치는 신태용 감독과 함께 FC서울과 포항스틸러스의 K리그 경기가 열리던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워낙 관심이 향하는 인물인지라 축구협회는 하프타임을 이용해 별도의 인터뷰 자리를 마련했고 김 코치는 솔직담백함으로 소감을 대신했다. 그때 재밌자고 했던 말이 한 달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그를 고생시키고 있다. 당시 김 코치에게 밖에서 바라본 대표팀에 대한 생각, 후배들에 대한 조언을 바란다는 질문이 날아들었다. 그는 "마음 같아서는 '빠따'라도 들고 싶다"면서 웃었다. 그 자리에 있던 이들이 다 같이 웃었다. 이어 "선수들의 간절함이 부족해 보이더라. 그것을 끌어내도록 최대한 돕겠다"고 답했다.

굳이 풀 것도 없지만,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로서의 책임감이나 사명감에 대한 아쉬움이었고 선배로서 코치로서 당연히 전할 수 있던 각오다. 그 좋은 의도가 "기강을 잡겠다"를 넘어 "예전이었으면 상상도 못할 일"을 지나 "구시대적 발상"으로 나아갔다.
'빠따 발언'이 나왔던 당시의 모습이다. 모두가 웃었다. 농담이었다. 그런데 예능을 다큐로 받아들이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 News1

화면을 21일로 바꿔보자. 아들 '대박이(이시안)' 캐릭터와 '할뚜이따아'라는 깜찍한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파주NFC에 입소한 이동국 역시 김남일 코치와 비슷한 질문을 받았다. 대표팀이 위기에 처한 이유, 밖에서 봤을 때 무엇이 문제였냐는 물음에 그는 "희생하는 사람들이 줄어들지 않았나 싶다. 대표팀이라는 것은 전체가 하나로 움직여야하는데, 자기만 돋보이려는 이들이 있었던 것 같다. 바뀌어야 한다"는 쓴소리를 던졌다. 표현이, 단어가 달랐을 뿐이지만 이 역시 "빠따라도 치고 싶던 모습들"이었다는 돌직구와 다름없었다. 이동국 발언에는 토 다는 이가 없었다. 외려 찬사가 따랐다. 김남일 코치 입장에서는 한숨이 나올 일이다.

누군가 "언제까지 우리는 때리면서, 맞으면서 운동을 해야 하는지 심각한 회의감이 든다"며 놀라운 상상력을 발휘했을 때는 당사자가 아닌데도 어안이 벙벙했다. 설마 진짜 그렇게 이해하는 것이냐고 묻자 "김남일이라면 능히 그럴 수 있지 않겠는가"라며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선입견이 이렇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내리는 단정은 더더욱 무섭다.

현역 시절 맨마킹이 뛰어났던 수비형MF였던 김남일 코치는 플레이 스타일 덕분에 '진공청소기'라는 훈장을 달았다. 상대를 '쓸어버린다' '지워버린다'는 훈장이었다. 무뚝뚝한 표정과 구구절절 길지 않은 화법, 여기에 2002월드컵 당시 '대회 후 나이트에 가고 싶다'던 김남일식 농담이 그를 '터프가이'로 만들었다. 남자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마초'와는 거리가 있다. 알고 보니 섬세한 혹은 자상한. 김남일을 경험해본 후배들의 공통된 고백이다. 그를 파악하진 못하더라도, '빠따' 발언이 농담인지 진담인지 가릴 수는 있어야 한다.

파주NFC에서 지켜본 김남일 코치는 조심스러워한다는 느낌이 역력했다. 그토록 친한 동생 이동국이 다가왔을 때도 손만 내밀었다. 차두리 코치가 이동국의 허리를 감싸고 장난을 걸던 것과 대조적이었다. 첫 훈련 후 선수들을 모아놓고 신태용 감독이 당부의 말을 전했고 이어 차두리 코치가 이야기한 뒤 맏형 이동국이 마무리했다. 김남일 코치는 빠졌다. 호사가들은 "역시 김남일은 눈으로 제압한다"고 떠들었다. 오해할 것도 없는 오해가 꼬리를 물고 있다.

마지막으로 김남일 코치의 답답함을 대신 전한다. 오랜만에 분위기 좋아진 대표팀인데 같이 웃으면서 훈련할 수 있게 도왔음 싶다.

"이제 그 이야기가 그만 나왔으면 하네요. 딱딱하고 어색한 분위기 좀 바꾸고 싶어서 했던 말인데, 안 그래도 그때 이후 신경이 많이 쓰이네요. 행동도 위축되고… 어떻게 하겠습니까. 제가 조심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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