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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문의 페르시안 나이트

이슬람 문화의 꽃, 바자르

이상문 | 입력 2016-07-19 17:10:23
페르시아에서, 더 넓게 이슬람 문화권에서 바자르는 단순한 시장의 역할 뿐만 아니라 정보와 삶을 나누는 독립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 © News1 이상문 기자

페르시아를 여행할 때 가장 큰 장점은 여행자들이 좋아할 만한 핵심 콘텐츠가 집중해 몰려 있다는 점이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시장과 그 도시를 대표하는 종교시설을 찾아보는 것이 최근의 여행 트렌드가 맞다면 그 주장은 틀리지 않다. 더구나 페르시아의 문화 가운데 시장과 모스크가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절대적이므로 페르시아의 어느 도시에 가든 큰 발품을 팔지 않고 그 도시의 가장 비중 있는 공간을 둘러볼 수 있다.

◇ 바자르, 목욕탕, 모스크가 한 곳에 집중된 페르시아의 도시


페르시아의 도시 구조 중 흥미로운 것은 사원과 시장, 목욕탕, 카라반 등의 숙소가 반드시 함께 모여 있다는 점이다. 도시를 대표하는 모스크 주변에 바자르가 형성해 있고 어김없이 목욕탕인 함만이 곁다리로 끼어 있다. 단순하게 생각해도 그 구조의 이치는 금방 짐작이 간다. 종교가 삶인 그들에게 모스크는 삶의 터전 한가운데 자리 잡았고 경배를 올리고 돌아서면 다시 생생한 일상으로 돌아서니 바자르가 모스크 주변에 존재하는 것이 편하다. 게다가 모스크에 들기 전 몸과 마음을 닦아야 하니 목욕탕도 가까이 있으면 금상첨화다. 그리고 먼 지방에서 바자르나 모스크에 이른 길손들이 쉬어가는 숙소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

페르시아에서 바자르는 모스크와 함께 이슬람 사회를 이루는 가장 중요한 구성요소다. 바자르는 단순하게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의 개념을 넘어 세상의 모든 정보가 들끓는 커뮤니티로의 역할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페르시아에서 고도로 발달한 바자르는 대개 실크로드 상의 주요 도시에 있고 동쪽의 중국이나 더 멀리 신라에서부터 대이동을 한 카라반들이 통과하는 관문 역할을 했다.

거기에서는 사막을 거쳐 페르시아에 닿은 카라반들이 낯선 세계의 소식과 문화를 전해줬고 페르시아에서 존재하지 않는 기술도 전파가 됐다. 그러므로 페르시아의 바자르는 이슬람 세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정보창고 역할도 했다. 또 그들이 금은보화나 귀한 약재를 흥정하면서 사막의 모래를 털어내는 목욕탕인 함만이 발달한 것은 고대 로마 제국의 부패한 목욕탕 문화와는 차원이 다르다.

이란 남부 시라즈의 바킬 광장. 이 광장에서 이어져 바킬 바자르가 형성해 있다. 페르시아의 광장문화는 유럽에 전파됐고 한 도시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 News1 이상문 기자

◇ 페르시아 바자르는 중세 이슬람 건축의 모범


페르시아의 바자르 입구에는 반드시 광장이 있다. 유럽의 도시에 광장이 발달한 것도 페르시아 문명의 전파 덕분이다. 이 광장은 사람들의 미팅 포인트 역할을 하고 먼 곳에서 온 물화들을 부려놓거나 분류하는 물류센터 역할도 했다. 대개 광장은 바자르의 시작임을 알리고 광장과 맞닿은 작은 골목길이 이어져 도시 속의 또 다른 도시인 바자르가 펼쳐진다.

테헤란의 사브지광장, 이스파한의 이맘광장, 시라즈의 바킬광장이 바로 바자르를 품고 있는 유명한 광장들이다. 광장에서 비롯된 골목길로 접어들면 거미줄같이 얼기설기 바자르가 열린다. 다시 말하지만 페르시아의 바자르는 단순한 시장의 구조를 가지지 않는다. 바자르 자체가 또 하나의 도시로 형성돼 있다. 과거에는 바자르가 그 도시의 중심이었고 바자르를 벗어나면 그 도시의 외곽이었다.

바자르의 형태는 좁은 골목길 양쪽에 상점들이 줄지어 섰고 ‘러스테’라는 돔 형태의 지붕을 덮었다. 사막기후가 특징인 페르시아의 날씨를 따진다면 돔은 비를 막는 역할과 뜨거운 햇살을 가리는 역할을 동시에 했다. 바자르에 들어서면 우산도 양산도 필요 없다. 바자르의 지붕 역할을 하는 ‘러스테’는 그 자체로 이슬람 문화권의 서민 건축양식을 대표하고 있다.

이 같은 ‘러스테’의 흔적은 이미 2000년 전 페르시아의 고대도시 슈슈에서 발견됐다. 처음에는 갈대로 구조를 엮고 그 위에 천을 덮어 ‘러스테’ 형태를 만들었지만 차차 나무를 사용해 천장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그 후 페르시아 사람들은 벽돌을 구워 돔을 올렸고 지금의 형태를 완성한 것이다.

그런데 벽돌로 ‘러스테’를 만들고 나니 문제가 생겼다. 통풍과 볕이 문제였다. 견고하고 외부의 열기를 차단하는 역할은 했지만 골목 안이 답답하고 어두웠다. 그래서 돔의 중앙에 구멍을 뚫었다. 그 구멍이 ‘누르기르’다. ‘누르기르’는 바자르의 조명 역할을 하고 통풍구 역할도 한다. 바자르를 걷다가 ‘누르기르’로 스며든 밝고 따사로운 햇살이 골목을 감싸 안은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페르시아 산책의 중요한 재미다.

페르시아 바자르는 규모가 크로 미로처럼 복잡하다. 하지만 각각의 물목이 가지런한 룰로 간추려져 있어 원하는 물품을 구매하기 위해 큰 불편이 없다. 바킬 바자르 안의 카펫 상점. © News1 이상문 기자

골목길은 미로다. 우리나라 남대문시장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규모가 큰 바자르에서 길을 잃을 확률은 크다. 그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바자르의 어느 특정한 상점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하는 것은 무모한 짓이다. 또 이방인이 바자르 안에서 길을 잃는다고 해서 크게 당황할 일도 아니다. 길은 길로 이어져 있고 그 길을 따라 무심코 걷다 보면 수많은 출구 중의 하나로 빠져나올 수 있다.

그 거대한 바자르에도 일관된 룰이 존재한다. 어느 지역으로 가야 필요한 물품을 구입할 수 있는지 그 지역 사람들은 훤히 꿰뚫고 있다. 그건 어느 나라의 대규모 시장에서나 마찬가지다.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를 자주 가는 사람들이 품목별로 나눠 전시된 공간 감각을 자연스럽게 익히듯이 페르시아의 바자르도 구역별로 네트워크가 잘 형성돼 있어 크게 혼란스러울 일은 없다.

또 물품을 구입하러 온 사람과 상인들이 물품을 실어나르는 공간이 구별돼 있어 서로 얽히는 일도 없다.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바자르 중 하나인 인도 델리의 찬드니촉은 상인과 시민들이 한 곳에 얽혀 아수라장을 만들지만 페르시아의 바자르는 그런 혼란을 빚지 않는다. 오랜 역사를 가진 그들만의 바자르 문화가 제대로 정착됐기 때문이다.

◇ 한 도시의 중심 모스크는 바자르
를 끼고 있다

이란 북부 도시 타브리즈의 바자르 입구의 마스지드 조메. 미나레트의 형상이 다른 모스크의 미나레트에 비해 독특하다. © News1 이상문 기자

급한 마음에 바자르에 먼저 들른 여행자는 바자르의 어느 골목길에서 점점 가까이 들리는 아잔소리를 듣게 될 수도 있다. 아잔은 이슬람교에서 신도들에게 예배시간을 알리는 소리를 말한다. 원래 아잔은 매일 5차례 일정한 시각이 되면 담당 무슬림이 종탑 위에 올라가 메카를 향해 큰 소리로 ‘알라는 지극히 크시도다. 우리는 알라 외에 다른 신이 없음을 맹세하노라. 예배하러 오너라. 구제하러 오너라. 알라는 지극히 크도다. 알라 외에 다른 신은 없느니라’고 외쳤다. 하지만 요즘엔 그런 모습을 보는 것은 어렵다. 미나레트 위의 확성기에서 녹음된 아잔이 흘러나온다.

무슬림들의 기도시간은 해가 뜨기 전, 검은색과 흰색이 분간되는 아침, 해가 중천에 떴을 때, 검은색과 흰색이 분간되는 저녁, 깊은 밤 등 5차례다. 그러나 계절마다 지역마다 태양의 움직임이 다르다 보니 일정한 시간을 가늠하기 어렵다. 그래서 어느 국가에서는 계절마다 시간을 정해 공지하기도 한다. 아잔은 페르시아 어느 곳에서나 쉽게 들을 수 있다. 여행자 숙소에서 해가 뜨기 전 가까운 모스크에서 들려오는 아잔 소리를 듣는 것은 매우 인상적이다.

아무튼 바자르의 어느 골목길에서 아잔소리가 들리면 출구에 이르렀다는 것으로 해석하면 크게 틀리지 않다. 소리를 따라 다가가면 바자르의 입구, 혹은 곁의 모스크에 다다른다. 그리고 모스크에 가까워지면 상점들의 모습도 달라진다. 종교용품이나 코란, 차도르 등을 파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로 바뀐다.

바자르 입구의 모스크는 대개 그 도시의 대표 모스크다. 어느 도시나 그 대표 모스크의 이름은 동일하다. ‘마스지드 조메’가 바로 그것이다. 마스지드는 아랍어로 ‘엎드리는 곳’이란 뜻이다. 즉 무슬림들이 허리를 굽히고 엎드려 예배를 드리는 장소라는 의미다. 그리고 조메는 페르시아어로 금요일이다. 이슬람 문화권의 주일은 금요일이며 목요일과 금요일이 주말이다.

이슬람교에서는 마스지드에서 예배드리는 것을 권장하기는 하지만 방이나 직장, 야외, 심지어 공항이나 비행기 안에서 기도하는 것도 허용한다. 그러니 무슬림들이 매일 마스지드에 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주일인 금요일 예배에는 가능하면 ‘마스지드 조메’에 모여 기도하는 것을 권한다. 그러므로 ‘마스지드 조메’는 도시의 대표 모스크가 되는 것이다.

타브리즈 마스지드 조메의 내부 예배공간. 매우 단순한듯 하지만 스테인드글라스의 색감과 벽돌색 타일의 조화가 고급스럽다. © News1 이상문 기자

모스크 안으로 들어가면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 장식으로 된 창이 있고 기둥과 벽, 천장은 푸른색, 혹은 붉은색 타일로 치장되어 있다. 모스크 안에의 주요 구조물 중 미흐라브라는 이맘이 예배를 인도하는 제단이다. 미흐라브는 성지 메카를 향해 있다. 또 하나의 구조물은 민바르다. 민바르는 미흐라브의 오른쪽에 설치된 설교단이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의 중요한 구조물은 미나레트라는 첨탑이다.

세계 어디를 가나 모스크의 구조는 같다. 그러나 내부의 장식은 그 나라의 문화와 전통에 따라, 혹은 도시의 분위기에 따라 모스크의 비중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 대중목욕탕 함만은 페르시아 민속박물관

페르시아의 대중목욕탕인 함만의 내부. 화려한 돔이 모스크, 바자르와 함께 이스람 문화의 또 다른 단면을 보여준다. © News1 이상문 기자

페르시아의 대중목욕탕인 함만은 지금은 거의 민속박물관 형태로 보존돼 있다. 바자르의 지붕과 같은 돔 형태의 천장이 있고 그 천장에 뚫린 ‘누르기르’로 자연스럽게 채광이 이뤄진다. 목욕탕 안으로 몰려든 햇살은 자연스럽게 목욕탕 안의 온도를 높인다. 자연 사우나인 셈이다. 페르시아의 함만은 세속의 때를 벗겨내는 시설이기도 하지만 그 안에서 마사지나 약물체험 등 의료행위도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페르시아의 함만은 귀족의 전유물은 아니었다. 서민들과 상인이 자연스럽게 드나들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며 정보를 교환했다. 그리고 경건한 예배를 드리러 가기 전 몸과 마음을 알뜰히 다스리는 명상의 공간이며 이슬람 문화권에서 혹은 사막지대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평화로운 공간이기도 했다.

함만에 밀랍인형으로 전시된 당대의 목욕탕 모습. 때도 밀고 사우나를 즐기는 모습이 지금과 별로 다르지 않다. © News1 이상문 기자

페르시아에서 이슬람 문화의 핵심을 느끼기 위해서는 바자르로 가야 한다. 중세의 모습이 그대로 존재하며 수백년의 세월이 흘러도 바자르 문화의 전통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그 모습이 바로 페르시아의 모습이며 앞으로 수백년이 지나도 크게 바뀌지 않을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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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경제제재에서 풀리면서 21세기 골드러시로 떠오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5월1~3일 이란을 국빈 방문한다. 이란과 SOC, 건설, 조선, 석유화학,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의 교역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고대 페르시아제국 때부터 신라와 실크로드를 통해 교류했던 이란의 문화와 역사, 종교, 이란인들의 삶을 현지 취재를 통해 파헤친다. 이 취재는 지난 2014년 11월에 20일간, 지난해 12월에 15일간 두 차례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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