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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문의 페르시안 나이트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이상문 | 입력 2016-07-06 10:23:20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야즈드 올드타운 입구의 조메 모스크. 이 사원을 기점으로 올드타운이 미로처럼 펼쳐진다. © News1 이상문 기자.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인 야즈드는 이란 대륙의 정중앙에 위치한다. 7000년 전부터 사람이 살았고 2000년 전에 이미 도시의 형태를 갖춘 페르시아 상업의 중요한 요충지였다. 실크로드를 따라 오가던 카라반들이 이 도시에 머물면서 특산물인 실크와 직물을 흥정했다. 야즈드에는 아직도 곳곳에 카라반들이 몰고온 지친 낙타를 쉬게 하고 먼지와 흙으로 칠갑된 감발을 풀어 털던 숙소 ‘카라반사라이’가 생생하게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다. 13세기 마르코 폴로는 이 도시를 방문해 ‘단정하게 빛나는 도시’라고 칭송했다. 그처럼 야즈드는 사막의 보석처럼 빛나는 도시다.

◇ 사막의 보석처럼 빛나는 조로아스터교 성지 야즈드


가장 이란다운 정취가 풍기는 야즈드의 올드타운은 진흙으로 빚어 만든 도시다. 올드타운 입구인 조메 모스크 뒤쪽으로 접어들면 미로와 같은 골목길이 뻗어 있고 그 골목길에는 끝도 없이 진흙으로 만든 집들이 촘촘하게 늘어서 있다. 진흙과 짚을 섞어 쌓아 올리고 나무판자로 탕탕 두드려 편편하게 다져놓은 벽은 높고 폐쇄적이어서 집안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전형적인 이슬람 문화권의 가옥 형태다.
이란의 민가 대문에 달린 몬고리 장식, 모양새가 다르듯이 두드리면 소리도 다르다. 왼쪽은 남자용, 오른쪽은 여자용이다. © News1 이상문 기자.

대문은 육중하게 잠겨 있어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하게 통제한다. 대문에는 두 개의 문고리가 있는데 각각의 모양이 다르고 두드렸을 때 나는 소리도 다르다. 남녀를 구별해서 달아둔 문고리를 방문자들이 골라서 두드리면 안에서 그 소리를 듣고 성별을 구별해 응접한다. 남자 손님은 남자가, 여자 손님은 여자가 나와서 맞이한다.

진흙으로 만든 집들이 이어진 골목길도 황톳길이다. 그뿐인가? 골목길 위에는 흙으로 만든 아치형 지붕을 덮어 내리쬐는 사막의 태양을 가린다. 마치 우리나라 전통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케이드와 같은 형태다. 그 골목길에 사람들은 거의 나다니지 않는다. 새벽녘 아침 예배시간에는 그 답답하게 닫힌 대문이 열리고 검은색 차도르를 입은 여인네들이 골목길로 쏟아져 나와 종종걸음으로 조메 모스크로 향하지만 종일 적막감이 흐를 정도로 골목은 한가하다. 인도나 동남아시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골목길의 개도 한 마리 어슬렁거리지 않는다. 거미줄처럼 얼기설기 이어진 좁은 골목길은 중세, 혹은 고대의 한 낯선 도시를 걷고 있다는 느낌을 갖기에 모자람이 없고 간혹 쓸쓸해진다.
야즈드의 한가한 골목길. 진흙으로 만든 집들의 벽과 골목, 그리고 아치형 천장이 고대 페르시아를 걷는 호젓함을 느끼게 한다. © News1 이상문 기자

이란을 여행하는 여행자들에게 가장 특이하고 행복했던 경험을 묻는다면 많은 사람들이 단연코 야즈드에서 골목길을 걸을 때라고 대답한다. 그만큼 야즈드의 골목길은 매력적이다. 인도의 바라나시, 모로코의 페즈라는 도시의 골목길이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지만 그 번다한 모습과는 달리 적요하면서도 오묘한 야즈드 올드타운의 골목길은 상업적이지 않고 단정하다. 올드타운으로 접어드는 입구 조메 모스크 주변으로 게스트하우스와 레스토랑, 상점들이 밀집해 있지만 골목길은 깨끗하게 비어 있다. 한집 건너 레스토랑이고 한집 건너 게스트하우스, 상점인 바라나시와 페즈에 비해 야즈드의 골목은 순수하고 민낯이다.

야즈드가 올드타운의 골목길로 여행자들을 불러 모으지만 이란에서 가장 중요한 조로아스터 성지라는 사실은 야즈드의 또 다른 정체성이다. 아케메네스왕조 페르시아 때부터 이슬람의 침공으로 패망한 사산왕조 페르시아 때까지 페르시아의 정신적 중심이었던 조로아스터교의 흔적이 가장 잘 남아 있는 도시인 것이다.

◇ 불의 신전, 침묵의 탑…페르시아 정신적 근간의 흔적
불의 신전 어타쉬캬데. 야즈드의 도심에 있는 이 사원은 잘 조성된 정원을 가진 단정한 사원이다. © News1 이상문 기자

야즈드에는 아직도 테헤란 다음으로 조로아스터교 신자가 가장 많이 살고 있다. 도시 한가운데 조로아스터교의 신전인 어타쉬캬데가 있어 야즈드를 방문한 여행자들은 반드시 한 번 들른다. 조로아스터교의 신전이라는 말만 듣는다면 깊은 동굴 속에 퇴락한 모습으로 있을 듯하지만 도시의 대로변에 반듯하게 서 있다.

‘불의 신전’이라고 불리는 어타쉬캬데에는 470년부터 지금까지 1500년 넘는 세월 동안 한 번도 꺼지지 않고 타오르는 불이 있다. 조로아스터교를 배화교라고 부르는 것을 이해하게 만드는 모습이다. 실제로 조로아스터교는 불을 숭배하는 종교는 아니다. 조로아스터교의 핵심은 아후라마즈다로 대변되는 선한 신이 악의 신인 앙그라 마이뉴와 싸워 유일신이 된다는 것, 곧 세상의 모든 진리는 선과 악의 대립에서 선이 승리한다는 이원론적 사상이다. 여기에서 불은 불 속의 밝음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통찰하고 순화한다는 개념이다.

어타쉬캬데 안으로 들어가면 조로아스터교의 신성한 불이 놋쇠로 만든 화로에 타오르고 있는 모습과 흰색 옷을 입은 관리인이 불씨를 꺼뜨리지 않기 위해 장작을 가져다 놓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불빛은 신비한 푸른색이다. 흔들리지 않고 곧게 피어오르는 불빛은 2500년 전 생겨난 페르시아의 종교 조로아스터교의 오랜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조로아스터교의 조장터인 타크메. 왼쪽의 큰 봉우리가 남자 조장터 오른쪽이 여자 조장터다. © News1 이상문 기자

야즈드의 도시 외곽에는 커다란 돌산 두 봉우리가 불쑥 솟아 있다. 그곳은 바로 조로아스터교의 장례터인 타크메다. 흔히 ‘침묵의 탑’으로 불리는 타크메는 조로아스터교의 장례풍습인 조장을 행하던 곳이다. 조장은 티베트불교와 조로아스터교를 믿는 이들의 장례풍습이다. 티베트 불교에서의 조장은 환생의 의미를 담고 있다. 죽은 자의 몸은 대머리 독수리에 의해 하늘로 오른다. 그러므로 극락으로 인도하는 메신저 역할을 하는 것이 독수리다. 인간의 육체는 독수리의 몸속에서 배설돼 다시 지상으로 내려오고 그 배설물이 지상의 식물을 키운다. 자라나는 풀을 걷어먹으며 양이나 야크가 자라고 인간은 다시 양과 야크를 먹고 기운을 낸다. 자연의 섭리에 따른 순환의 논리로 환생의 큰 그림이 그려지는 것이다.

조로아스터교에서 조장으로 장례를 지내는 풍습을 ‘타크메 네쉬나’라고 한다. 조로아스터교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3시간 안에 악한 신이 시신으로 달려든다고 믿는다. 그래서 사람이 죽고 3시간이 지나면 장의사가 시신을 씻기고 수의를 입혀 대리석 위에 올려놓는다. 그리고 사제가 기도를 하고 나서 영면을 선언하고 넋이 하늘로 갈 수 있도록 돕는다. 유족은 3일간 사체 옆에 불을 피워두고 3일이 지난 후 조장터로 시신을 옮긴다. 타크메 주변에서 기다리던 독수리들은 일제히 시신으로 달려들고 육탈된 유골을 수습해 항아리에 보관한다.

야즈드의 타크메는 큰 바위산으로 이뤄져 있다. 마치 평평하던 땅 위에 불쑥 근육이 솟아오른 듯한 느낌을 받게 하는 검은색 돌산은 아무런 선지식이 없더라도 매우 괴기스럽다. 두 개의 봉우리 중 높은 봉우리는 남자들의 조장터고 낮은 봉우리가 여자 조장터다. 그리고 그 봉우리 아래로 신전과 유골을 수습하는 장례식장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타크메는 어타쉬캬데와 함께 야즈드에서 가장 많이 찾는 조로아스터교 유적이다.

◇ 공주의 눈물이 '착착' 떨어지는 심산유곡의 사원
야즈드 외곽의 조로아스터교 성지 착착. 깊은 산중 험한 돌산 사이에 사원이 조성돼 있다. © News1 이상문 기자

야즈드에서 북서쪽으로 약 46㎞ 떨어진 곳에 착착이라는 동굴사원이 하나 있다. 험준한 산악 지형 속에 갇혀 있는 이 동굴사원은 이슬람 시대에 조로아스터교 신자들이 종교적 박해를 피해서 숨어들었던 곳이다. 사산왕조 페르시아의 마지막 공주인 니크바누아가 이슬람 세력의 추격을 받다가 이곳으로 숨어들었다. 하늘처럼 솟은 바위산 앞에 이르러 탈진한 공주가 유일신인 아후라 마즈다에게 기도를 올리자 산이 두 개로 갈라지면서 공주가 숨을 은신처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착착으로 가는 길은 지금 잘 닦여 있어 야즈드에서 차로 1시간 정도면 이를 수 있지만 옛날에는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심산유곡이었을 것이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헤치며 달려가면 깎아지른 듯한 산속에 까마득히 사원 하나가 바라다 보이는데 그곳이 바로 착착이다. 지금도 수많은 조로아스터교도들의 성지 순례지로 알려져 있는 이곳은 외부에 크게 노출되지 않은 성지다. 착착은 동굴 속의 습기가 물방울로 맺혀 쉼 없이 떨어지는 소리를 나타내는 의성어다. 그리고 후세 사람들은 그 물방울이 조국을 잃고 유랑을 떠난 공주의 눈물방울이라고도 한다. 지금도 사람들은 동굴 안에 작은 대야를 놓고 공주의 눈물방울을 받아내고 있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공주의 눈물방울은 과연 ‘착착’ 소리를 낸다.
이교도에 나라를 잃은 공주의 눈물이 떨어지는 착착의 내부. 이 곳에서도 불의 신전과 같이 모닥불이 끄지지 않고 타오른다. © News1 이상문 기자

조로아스트교는 고대 페르시아를 언급할 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종교지만 우리에게는 낯설다. 독일의 실존주의 철학자 니체의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나오는 자라투스트라는 바로 조로아스터와 동일 인물이다. 자라투스트라, 즉 조로아스터는 최상위 사제 계급인 쟈오타르스 집안 출신이다. 그런 조로아스터는 인간 세상 가득한 고통과 생로병사를 극복할 방안을 찾기 위해 스무살에 출가를 했다. 그리고 은둔처에서 칩거하면서 오랜 세월 금욕생활을 통한 수행을 거듭했다. 마치 고타마 싯타르타의 고행과 유사하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지만 조로아스터와 고타마 싯타르타의 출생은 B.C. 5세기쯤이다.

오랜 수행에서 깨어난 조로아스터는 세상의 우상숭배자들에게 ‘바른 말’ ‘바른 행동’ ‘바른 생각’을 가져라고 설파했다. 그것이 조로아스터교의 핵심 교리다. 그리고 선의 신인 아후라마즈다를 유일신으로 섬기기를 선언했다. 이란에서 태어난 조로아스터교의 명맥은 지금 이란의 곳곳에 마치 이른 봄날 들판의 잔설처럼 남아 있다. 그러나 고대 최강의 제국을 건설했던 페르시아 제국의 정신적 뿌리는 조로아스터교였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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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문의 페르시안 나이트

이란이 경제제재에서 풀리면서 21세기 골드러시로 떠오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5월1~3일 이란을 국빈 방문한다. 이란과 SOC, 건설, 조선, 석유화학,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의 교역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고대 페르시아제국 때부터 신라와 실크로드를 통해 교류했던 이란의 문화와 역사, 종교, 이란인들의 삶을 현지 취재를 통해 파헤친다. 이 취재는 지난 2014년 11월에 20일간, 지난해 12월에 15일간 두 차례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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