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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덕후의 인썸니아

블로그 연재를 마치며

강지연 | 입력 2016-06-23 09:03:38
 


2015년 9월에 이 포스팅 연재를 시작해서 만으로 딱 10개월이 되었습니다. 1년을 두 달 못 채우고 마지막 포스팅을 쓰게 되었네요. 블로그 연재를 그만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제가 좋아하는 밴드의 수가 한정되어 있다 보니 밑천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그다지 취향과 맞지 않는 공연을 보고 재미있게 글을 쓸 수 있는 재주가 있다면 좋았겠으나, 그렇지 못한 까닭에 진심이 아닌 글은 쓸 수가 없었거든요.

인디 음악에 정통하지도 못하고, 음악적 견지가 뛰어난 것도 아니며, 글재주가 있는 것도 아닌 제가 10개월이나 글을 연재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신 뉴스1에 감사드리며, 그간 포스팅을 하며 느꼈던 점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행복했습니다

가족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최소 일주일에 한 번 이상 공연을 보러 다닐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애정밴드가 어딘가 새로운 곳에서 공연을 하면 그 장소에 대해 포스팅을 할 수 있었고, 혹은 화제가 되는 공연이나 갈까 말까 망설여졌던 처음보는 밴드의 공연도 포스팅을 핑계로 구경할 수 있었지요. 10개월 동안 새롭게 알게 된 밴드도 여럿 있었고, 그중 매우 뛰어난 기량을 지닌 밴드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이 블로그 연재가 아니었더라면 아마도 가지 않았을 공연을 갔기 때문에 얻은 수확입니다. 그만큼 저의 귀도 뚫리고 좀더 여러 측면에서 음악을 감상할 수 있게 되었으며, 편협한 취향도 조금 넓어진 듯합니다. 게다가 평소 만나고 싶었던 밴드들과 인터뷰를 통해서 궁금했던 점을 속속들이 물어볼 수 있는 기회도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정말 행복한 경험이었어요.

조금 부담도 되었습니다

음악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다 보니 순전히 저의 개인적인 취향으로 호불호를 나누었고, 전문적이지 못한 저의 귀로 들은 음악을 묘사한 것이 죄송스럽습니다. 저의 서툰 글이 뮤지션님들에게 누가 되지나 않았는지 모르겠네요. 그래도 저의 글을 읽어주시고 공유해주신 분들이 있어서 기쁘기도 했지만, 좀 부끄럽고 부담이 되는 구석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가 되기 위해 공부를 좀더 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공연을 보며 입을 헤 벌리고 감탄하거나 음악에 맞추어 공중부양과 헤드뱅잉을 하고, 뮤지션들의 멋진 연주모습을 넋빠지게 보는 것이 더 좋았으니 저는 천생 덕후인 모양입니다. 이제 다시 평범한 덕후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어서 마음이 가볍습니다.

아쉽습니다

능력이 더 있었다면 좀더 많은 밴드를 좀더 멋지게 소개할 수 있었을 텐데, 제 한계가 여기까지인 점이 아쉽습니다. 더 많은 뮤지션들과 인터뷰를 해서 그들의 깊은 속내를 들여다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밴드 '전국비둘기연합'이 앨범을 내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블로그 연재를 그만두게 된 점도 아쉽습니다. 더 좋은 글을 써서 더 많은 사람들을 인디음악의 팬으로 만들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습니다.

더 깊이 알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1년 가까이 글을 올리다보니 많은 뮤지션들과 팬들, 레이블이나 공연장 관계자들을 알게 되고 SNS를 통해서 친분을 맺게 되고, 또 그러면서 인디음악계가 돌아가는 판도를 좀더 자세히 알게 되었습니다. 선천적 덕후인 저는 그냥 덕후의 자리가 가장 편한데, 자꾸 속을 알게 되니 그냥 편한 마음으로 공연장에서 뛰기가 미안할 때도 있고 그렇더군요. 인디 씬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 해체한 밴드도 여럿 있었고 그 상황을 모르고자 해도 모를 수 없겠지만, 적극적으로 깊이 관여하여 책임감을 느끼게 되면 '즐기는 입장'의 평정심을 유지하기 쉽지 않을 듯합니다. 늘 지금처럼 인디뮤지션을 '좋아하고' '공연을 보고' '앨범을 사는' 것으로 저의 인디음악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바랍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인디 씬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홍대 인근지역이 핫 플레이스가 되면서 임대료가 올라 문을 닫은 공연장이 부지기수고, 어떤 밴드들은 생활고에 시달리다 못해 결국 해체의 길을 택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음악계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아니 세계의 경제가 심각한 상황이므로 쉬운 해결방법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너도 나도 다같이 힘든 판국에, 음악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공연을 보러 오라든가 앨범을 사달라고 부탁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음악산업'으로 지칭되는 산업 내에는 대형 기획사들과 그들이 '경영'하는 사업의 수단인 가수들이 존재할 뿐, 인디뮤지션들은 아예 포함되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대형기획사들이 장악하고 있는 그 '산업' 속에 인디뮤지션들의 자리도 좀 마련해 달라는 것입니다. 이들의 음악을 들어달라는 것이 아니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달라, 그리고 이들도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것입니다.

'가수'가 직업이고 '아이돌'이 직업인 것과 마찬가지로 '인디뮤지션' 역시 직업입니다. 직업이란 생활을 영유할 수 있는 수입이 있는 '일'을 말하는 것인데 인디뮤지션들은 음악을 하기 위해 따로 직업을 가져야만 합니다. '직업'을 유지하기 위해서 또다른 직업을 가져야 하는 경우는 정상이 아닙니다. 잘못된 구조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그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관이나 조직의 자각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저 '그들의 삶'이라고 치부하며 외면하지 말고 바로잡아야 합니다. 진심으로, 마음 깊이 바랍니다. 이런 모순을 바로잡아 주세요.

고맙습니다

그동안 제 글을 읽어주시고 공유해주시고, 또 격려해주신 많은 분들 참 고맙습니다. 일주일에 한번씩 제 글의 오타를 고치고 맞춤법을 바로잡고, 사진을 올리고 링크를 거느라 수고하셨던 김형택 편집위원님 정말 고맙습니다. 제가 포스팅을 할 수 있도록 멋진 연주를 해주신 뮤지션님들 고맙습니다. 공연장에서, 또는 SNS에서 알게 된 많은 인디음악 팬분들도 정말 반갑고 고맙습니다. '인디덕후의 인썸니아' 블로그 연재는 끝났지만 저의 공연 관람은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매우 주관적이며 편견에 가득 차고 전문적 지식이라고는 전혀 없는 저의 공연 후기는 개인 블로그 (http://blog.naver.com/margret100)에서 계속됩니다. 여러분들 사랑합니다!

   
필자 강지연은

나이가 좀 되는 서울아줌마.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에는 일본으로 가서 패션스쿨을 다녔으나 배운 것을 써먹은 적은 없음. 결혼 후 남편을 따라 미국 시골의 대명사 오클라호마에서도 살았던 경험 있음.  
2007년 우연히 본 인디가수의 뮤직비디오를 보고 그에게 한눈에 훅 빠져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스탠딩 공연이라는 걸 가보게 되고 그 공연에서 눈앞에서 펼쳐지는 기타, 베이스와 드럼연주 모습에 넋을 잃고 그 후 홍대 인근 클럽을 쏘다니며 인디밴드의 공연을 보는 취미를 얻게 되었다.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졸업  
-일본 Bunka 패션스쿨 졸업  
-서강대학교 영상대학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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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음악을 좋아하세요? 발라드? 힙합? 댄스? 록? 인디에는 이 모든 장르의 음악이 다 있습니다. 원치 않는 음악을 억지로 듣지 마시고 공연장으로 와 보세요! 전문가가 아닌 관객의 시선으로 인디뮤직의 공연 모습을 전해드립니다. 끌리면 오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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