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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덕후의 인썸니아

7월의 헬로루키 공개 오디션 방청기

강지연 | 입력 2016-06-16 09:36:35

 

올해로 10년째를 맞은 'EBS 스페이스 공감'의 '헬로루키' 공개 오디션에 다녀왔습니다. 2007년부터 지금까지 132팀의 루키가 선발되었는데요, 1년에 5개월간 경연을 통해서 매달 두 팀의 밴드를 '이달의 헬로루키'로 선정합니다. 헬로루키 선발전에는 앨범을 발매한 적이 없거나, 앨범이 발매된 지 1년이 넘지 않은 신인 뮤지션만이 참가할 수 있어요. 먼저 MP3 형식의 음원이나 영상을 헬로루키 홈페이지에 등록하여 응모하면, 전문 심사위원들의 심사로 응모팀 중 7팀이 공개 오디션에 참여하게 됩니다. 헬로루키 두 팀 이외에 아깝게 3등을 한 팀에게는 '와일드카드' 티켓이 주어지고, 연말 본선에서는 경연에서 뽑힌 10팀과 와일드카드 티켓을 가진 다섯 팀 중 두 팀, 이렇게 모두 12팀이 결선에 진출하는 경연을 벌여서 6팀을 선정합니다. 최종 6팀이 참가하는 연말 결선은 대형 페스티벌 형태로 개최되고 그중 단 세 팀만이 상을 타게 됩니다. 매달 100팀 이상 헬로루키에 응모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결선에서 상을 타는 세 팀은 엄청난 경쟁을 뚫고 우승한 대단한 팀들인 것이죠. 그리고 모든 공개 오디션과 본선, 결선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좋아하는 많은 밴드들이 헬로루키에 참가했고 또 상을 타기도 했는데, 어쩌다 보니 이제야 처음으로 공개 오디션 공연을 보게 되었네요. 2016년 7월의 헬로루키를 뽑는 오디션에는 저의 애정밴드인 '줄리아드림'과 '익시'가 7팀에 들어 공연을 하게 되었기 때문에 이 둘을 응원하러 갔습니다. 사진촬영이 금지된 공연이어서 빈손으로 가볍게 경연 장소인 브이홀로 향했습니다. 

표를 받고 안으로 들어가니 플로어에는 의자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어요. 비교적 앞쪽 자리에 앉을 수 있었는데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쾌적하고 좋았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무대를 가로막은 막 위에는 지난 헬로루키들의 '스페이스 공감' 방송 영상을 틀어놓아 관람할 수 있었어요. 2009년 헬로루키였던 '제8극장' 멤버들이 분홍색으로 옷을 맞춰입고 앳된 얼굴로 율동을 하며 연주하는 영상이 나와서 잠시 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입장할 때 나누어준 안내서에는 공연 순서와 연주곡이 적혀 있었습니다. 팀당 2~3곡을 연주하는 방식이었어요. 









드디어 경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첫팀인 '스테레오타입'은 기타, 베이스, 드럼에 여성보컬이 더해진 4인조 밴드였어요. 보컬님의 목소리가 상당히 매력적이고 멤버들의 힘있는 연주가 돋보이는 팀이었습니다. 처음 보는 팀이었는데 연주력이 뛰어나고 음악도 좋아서, 제가 응원하는 두 팀을 생각하면 경쟁자이니 견제해야 할 대상이고 또 뮤지션으로서는 매력적이어서 끌리기도 하는 복잡한 마음이 되었습니다.

두번째 팀은 '익시'. 제가 응원하는 팀이에요. 막이 오르고 무대 위에 선 네 멤버를 보니 좀 긴장한 표정들이었고, 저도 함께 긴장이 되었습니다. 연주를 하기 전에 PD님은 익시를 소개하며, "포크록을 기반으로 하지만 변형이 많은 음악이고, 익시의 색깔을 유지하면서 어떻게 변화하느냐를 주목해서 보아달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 소개말을 염두에 두고 보컬님은 인사를 하며 "저희가 어려운 음악을 하는 건 아니구요"라 했지요.

그런데 익시가 연주한 곡은 쉬운 곡은 아니었어요. 신디 베이스와 일렉트로닉 드럼, 그리고 보컬님의 음성을 이펙터로 변형한 MR을 사용하여 전체적으로 일렉트로닉 분위기가 강하고, 음악에 완전히 몰입한 보컬님은 얼굴을 덜덜 떨며 손을 허공으로 휘저어가며 노래를 했어요. 일면 그로테스크하기도 한 이 곡을 저는 굉장히 좋아하는데, 평범하지 않은 익시의 음악이 심사위원들의 취향에 맞을지 좀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두번째 곡은 멤버 모두의 연주실력이 돋보이는 곡이어서 약간 안심이 되었어요.

세번째로 등장한 '안다영'은 안다영이라는 여성 보컬이 키보드를 연주하고 두 대의 기타와 베이스, 드럼이 갖춰진 5인조 밴드로, 안다영님의 속삭이듯 숨이 섞인 목소리가 몽환적이면서도 연주 부분에서는 파워가 느껴지는 음악이었습니다.

네번째 팀은 저의 애정밴드 '줄리아드림'이었어요. 다시 한번 떨리는 마음으로 집중하며 무대를 보았습니다. 첫 곡 '만선'을 시작하는 순간, 어마어마한 파워로 울려대는 낮은 베이스음이 들려왔습니다. 마치 히어로 영화의 주인공처럼 키가 큰 베이스님이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웅장한 베이스 음을 뿜어내는 모습은 어찌나 멋있던지요. 그 위에 맑고도 파워풀하게 공명되는 드럼 사운드가 더해지고, 그 둘을 바탕으로 힘이 넘치는 기타음과 보컬이 합해진 줄리아드림의 '만선'은 좌중을 압도하는 것이었지요. 다음 연주곡인 'Casus Belli'는 줄리아드림의 이번 앨범에서 가장 강한 곡이어서, 관객들은 환호성을 내지르고 박수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속으로 '줄리아드림 일등!'을 외쳤어요.

다음 참가팀들의 연주는 편한 마음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다섯번째 참가팀인 '강석호'는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하는 꽃미남 강석호님과, 잘생긴 기타, 베이스님, 그리고 예쁜 여성 드럼님의 4인조였는데, 어쿠스틱 기타의 조용한 연주를 하겠거니 했던 저의 예상과는 달리 상당히 빠르고 강한 드럼 사운드가 돋보이는 음악이었습니다.

여섯번째로 등장한 '플로팅 아일랜드'는 두 대의 신디사이저와 일렉트로닉 드럼, 그리고 보컬이 있는 완전한 일렉트로닉 밴드였어요. 기타와 베이스 없이도 빈틈없는 연주에 보컬님의 뛰어난 가창력이 귀를 사로잡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팀인 '더 베인'은, 아마 이 팀을 응원하러 온 관객이 가장 많은 듯했습니다. 시작 전부터 흥분한 관객들의 환호성이 들려와서 대체 어떤 팀이길래 하는 궁금증을 불렀습니다. 막이 오르자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는데, 강렬한 눈빛의 매력 넘치는 기타님과 잘생긴 베이스, 드럼님의 외모만으로도 인기가 있을 만하더군요. 그런데 멤버들의 엄청난 연주 실력과 기타님의 록 스피릿 가득한 목소리로 내지르는 보컬은 헤드뱅잉을 하지 않고는 들을 수 없는 음악이었습니다.

2015년의 헬로루키였던 '전범선과 양반들'이 재미있는 축하공연을 하는 동안 심사위원들은 의견을 모았고, 결과발표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심사위원장은 경연을 본 소감을 이야기하며, "보통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는 클리셰와 같은 말을 하곤 하지만, 이번 경연은 정말이지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아니 '우'만 있는 경연이었다"고 했습니다. 저도 이 말에 공감했어요. 우리나라엔 어쩜 이렇게 음악을 잘 하는 사람들이 많은 걸까요. 한 달의 헬로루키를 가리는 경연 참가팀들의 실력이 이 정도라면 연말 결선에 진출하는 팀들은 도대체 얼마나 뛰어난 걸까요. 얼마나 연습을 하면 이렇게 연주 실력이 대단해지는 것인지, 또 음악성은 어떻게 다들 훌륭할 수 있는 건지 입이 절로 벌어지는 경연이었습니다.

먼저 '와일드카드'부터 발표를 시작했습니다. PD님이 과연 어떤 팀의 이름을 부를지 조마조마한 가운데 관객들은 입으로 "두구두구"하며 북소리를 냈지요. "와일드카드는 익시입니다" 라는 PD님의 말에 저는 "꺅!!!" 소리를 질렀습니다. 익시라니! 익시! 어렵지 않은 음악을 한다면서 굉장히 어려운 음악을 연주해서 혹시 안 되면 어쩌나 걱정됐던 익시가 와일드카드로 선정되었습니다. 너무나 기뻤는데 바로 이어서 헬로루키를 발표했기 때문에 다시 마음을 가라앉혔지요. "첫번째 헬로루키는" PD님이 이어서 말했습니다. "줄리아드림입니다" 저는 또다시 목청이 터지도록 "꺅!!!"하고 소리를 질렀지요. 이미 제가 응원하는 두 팀이 뽑혔기때문에 또다른 헬로루키는 누가 되든 기쁜 마음으로 축하해 줄 수 있었고, '안다영' 밴드가 헬로루키로 선정되었습니다.

다른 공연과 달리 경연은 응원하는 밴드와 같이 떨리고 조마조마하고, 연주하는 동안 긴장을 느끼고, 또 좋은 결과를 얻었을 때의 희열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이었어요. 마침 제가 응원하는 두 팀이 모두 루키로 선정되었으니 저는 운이 좋은 경우이긴 하겠지만요. 여러 팀들의 다양한 연주를 볼 수 있어서 지루할 틈이 없었고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다가 마지막에 그 긴장감이 한꺼번에 해소되는 재미는 상당한 것이더라구요.

1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꾸준하게 재능있는 신인 뮤지션 발굴에 노력하고 지원해주시는 EBS의 '스페이스 공감' 제작진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제가 좋아하는 밴드를 뽑아주셔서 더욱 감사하고, 또 공개 오디션 현장의 관람기회를 그것도 무료로 해주시는 부분도 매우 감사하구요. 이런 좋은 프로그램이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네요. 헬로루키로 선정된 줄리아드림과 안다영밴드, 그리고 와일드카드의 익시 모두모두 축하드립니다!   

줄리아드림 'Casus Belli'



안다영 'Wave, Smoke, River' 



익시 'Fire Part 2' 



필자 강지연은


나이가 좀 되는 서울아줌마.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에는 일본으로 가서 패션스쿨을 다녔으나 배운 것을 써먹은 적은 없음. 결혼 후 남편을 따라 미국 시골의 대명사 오클라호마에서도 살았던 경험 있음.  
2007년 우연히 본 인디가수의 뮤직비디오를 보고 그에게 한눈에 훅 빠져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스탠딩 공연이라는 걸 가보게 되고 그 공연에서 눈앞에서 펼쳐지는 기타, 베이스와 드럼연주 모습에 넋을 잃고 그 후 홍대 인근 클럽을 쏘다니며 인디밴드의 공연을 보는 취미를 얻게 되었다.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졸업  
-일본 Bunka 패션스쿨 졸업  
-서강대학교 영상대학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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