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로그

이상문의 페르시안 나이트

‘세상의 원형’ 낙쉐자한

이상문 | 입력 2016-06-15 18:34:58
이맘광장의 남쪽에 위치한 이맘모스크. 이 모스크의 아름다움과 규모는 단연코 이슬람 사원 중 으뜸으로 손꼽힌다. © News1 이상문 기자.

하나님이 세상을 처음 만들었을 때 그 모습은 어땠을까. 성서에 나오는 에덴동산의 모습을 저마다의 상상력으로 그려보지만 뚜렷한 실체를 만들기에는 쉽지 않다. 고대 페르시아 사람들은 그들의 영토 위에 에덴동산을 만들려는 시도를 오랫동안 했다. 그래서 페르시아의 정원은 에덴동산을 닮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천국이 있다면 페르시아의 정원을 닮았을 것이라는 말도 한다.

모스크나 왕궁은 물론이고 일반인들의 집에도 아담한 정원을 꾸민 페르시아인들의 정원에 대한 사랑은 유별나다. 이란의 영화를 보면 허름하기 짝이 없는 집안에 키 작은 나무를 심어 작은 정원을 꾸며두고 연못에 금붕어를 키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천국의 모습을 지상에 구현한 이맘광장


이스파한의 대표적인 명소는 누가 뭐래도 이맘광장이다. 길이 512m, 너비 163m 크기의 직사각형인 이맘광장은 베이징의 천안문광장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광장이다. 사파비왕조의 압바스 1세는 이스파한을 왕조의 수도로 정한 뒤 매우 정성을 들여 이 광장을 만들었다. 자신이 다스리는 제국을 천국으로 만들고 싶다는 욕망의 표현이었다.

이맘광장의 원래 이름은 낙쉐자한이었다. 낙쉐자한이라는 말은 ‘세상의 그림’ ‘세상의 원형’이라는 뜻이다. 하나님이 세상을 만들었을 때의 모습, 본래의 그 모습이라는 말이다. 압바스 1세는 이 정원을 만들어 놓고 에덴동산의 모습이 이 모습이라고 백성들에게 선포했을 것이다. 1979년 호메이니가 팔레비왕조를 무너뜨리고 이슬람 혁명에 성공한 후 광장의 이름을 그의 이름을 딴 이맘 호메이니 광장이라고 바꿨다. 이맘은 이슬람의 지도자를 일컫는 호칭이다.

이맘광장의 북쪽 바자르의 정문. 늦은 밤 문을 잠근 바자르 입구의 모습이지만 중세 페르시아의 풍경을  잘 간직하고 있다. © News1 이상문 기자.

압바스 1세는 이 정원의 사방에 중요한 건축물 하나씩을 배치했다. 북쪽은 백성들의 삶의 현장인 바자르를 만들었고 남쪽은 이란에서 가장 웅장하고 아름다운 이맘모스크를 지었다. 동쪽에는 왕과 왕의 여자들만 사용할 수 있는 여성 전용 모스크인 쉐이크 롯폴라 모스크가 있고 서쪽에는 압바스 1세의 거처인 왕궁 알리카푸를 세웠다.

이맘광장의 중앙에는 거대한 분수를 품은 연못이 있다. 이 연못을 중심으로 사방에는 넓은 잔디공원이 만들어졌다. 4개의 건축물이 이 광장을 호위하듯이 잔디공원도 연못을 가운데로 두고 정확하게 4등분 돼 있다. 이슬람 문화의 특징인 대칭 구조다.

사파비왕조 시절에 백성들은 이 공원을 중심으로 생활을 이어갔다. 장을 펴거나 거대한 종교행사를 열었다. 이야기꾼들은 광장에 모인 백성들에게 페르시아의 신화나 고대 왕들이 로마 제국을 꺾은 영웅담을 들려줬다. 왕들은 알리카푸 궁전의 발코니에서 외국 사신들과 함께 광장에서 펼쳐지는 폴로경기를 관람했다고 전한다. 지금도 광장의 양 귀퉁이에는 폴로 골대로 보이는 기둥이 남아 있다. 광장은 당대 사람들의 생활 터전이면서 엔터테인먼트를 즐기는 장소였다.

지금도 이 광장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다. 이스파한 시민들은 물론이고 이란 전국의 관광객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뒤섞여 있다. 외국인들은 이란으로 여행을 와 가장 가보고 싶은 곳으로 이맘광장을 꼽는다. 그도 그럴 것이 이맘광장은 페르시아의 문화와 종교, 역사, 심지어 페르시아인들의 삶의 흔적을 살펴보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기 때문이다. 그 모든 요소들이 압축된 곳이 바로 이스파한의 이맘광장이다.

▶이맘 모스크, 규모에 놀라고 디테일에 놀라다


이맘광장에서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이맘모스크다. 광장에 도착했을 때 한눈에 들어오는 건축물이고 푸른색 타일로 장식된 모스크의 신비감에 압도된다. 이란 전역에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모스크가 존재하지만 이맘모스크는 이란을 대표하는 종교 건축물로 손색없다. 규모와 디테일에서 이 모스크를 따라올 수 있는 것은 아마 이란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없을 것이다.

이맘모스크 입구의 장중한 푸른색 타일 장식. 푸른색은 생명을 의미하고 아라베스크 문양은 천국을 의미한다. © News1 이상문 기자.

이맘모스크의 입구에 들어서면 부챗살처럼 펼쳐진 푸른색 타일 장식이 마치 천상의 세계로 진입하는 느낌을 들게 할 정도로 화려하다. 페르시아에서 푸른색은 정원의 싱싱한 생명을 의미하고 타일에 새겨진 아라베스크 문양은 천국을 의미한다. 그리고 42m에 이르는 미너렛이 하늘을 찌를 듯 버티고 있는 모스크 안으로 들어가면 미로처럼 얽힌 웅장한 규모에 또 놀란다. 대개 규모가 크면 섬세함이 떨어지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맘모스크는 그 두 가지 요소를 유감없이 충족한다.

이맘모스크의 기도처인 중앙돔은 특별한 곳이다. 돔의 한가운데에 회색 돌 하나가 놓여 있다. 그 돌 위에 서서 기도를 하거나 설교를 하면 그 소리가 돔 안에서 일곱 번 메아리친다. 이 신묘한 울림에 사람들은 신의 위대함에 머리를 조아렸을 것이다. 지금도 사람들은 그 회색 돌 위에 서서 기도를 하거나 쿠란을 읽는다. 자신의 목청을 떠난 기도가 신성한 사원의 기도처를 돌아 낭랑한 울림으로 퍼질 때 느끼는 심정은 어떨 것인지 무슬림이 아니면 쉽게 짐작이 가지 않을 것이다.

이맘모스크는 푸른색 타일로 뒤덮여 있다고 해서 ‘블루 모스크’라고 부르기도 하고 압바스 1세의 절대적인 지원으로 지어졌다고 해서 ‘왕의 사원’이라고도 불린다.

왕의 여자들만 사용했던 여성 전용 모스크인 쉐이크 롯폴라 모스크. 핑크색 돔이 예술적인 느낌을 느끼게 한다. © News1 이상문 기자.

▶궁녀들의 사원, 여성스러움의 비밀


거대한 규모의 이맘모스크와는 달리 매우 여성스럽고 섬세한 사원인 쉐이크 롯폴라 모스크는 차라리 예술적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모습을 지니고 있다. 이 사원은 이란에서 가장 특색 있는 모스크다. 이맘모스크가 푸른색 타일로 뒤덮여 있는 것에 반해 이 모스크는 핑크빛을 띤 돔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모스크의 내부로 들어서면 모든 모스크와 다른 점을 발견한다. 단순하다는 것이다. 화려한 회랑과 기도처가 눈에 띄지 않고 미너렛도 없다.

그 이유는 압바스 1세가 왕궁의 궁녀들을 위해 만든 특별한 모스크였기 때문이다. 왕과 궁녀들만 사용했기 때문에 간편하고 단순하게 만든 것이다. 작은 기도처인 돔과 신학교만 있고 대신 다른 모스크와는 달리 매우 여성적이고 예술적으로 지었다. 이맘모스크의 장중함에 기가 눌린 이방의 여행자들도 이 모스크에 들어서면 편안한 심정이 든다. 쉐이크 롯폴라 모스크에는 알리카푸 궁전에서 직접 통하는 비밀통로가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궁녀들이 기거하던 숙소인 하렘에서도 지하통로가 있었다고 전한다.

쉐이크 롯폴라 모스크의 기도처. 섬세함과 색감이 예술적이다. © News1 이상문 기자.

쉐이크 롯폴라 모스크와 이맘모스크는 이맘광장의 모든 건축물과 정원이 대칭으로 이뤄진 것에 반해 약 45도 정도 방향이 틀어져 있다. 완벽한 조화로움에서 삐져나온 부조화를 이룬 이 두 모스크는 중요한 비밀 하나를 품고 있다. 바로 끼블라 때문이다. 끼블라는 하나님의 성전인 메카의 카바 방향을 일컫는 말이다. 모든 이슬람 사원은 끼블라로 지어야 한다. 이슬람 국가를 여행하다 보면 호텔 방 천장에 화살표를 붙여놓은 것을 볼 수 있는데 그것도 바로 끼블라다. 무슬림들은 기도시간이 되면 끼블라를 향해 카펫을 편다.

이맘광장을 설계한 건축가는 사파비왕조의 궁정 건축가였던 아크바르 에스파하니였다. 그는 이맘광장을 만들면서 끼블라에 방향을 맞춰 지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동서남북 정방향에 맞게 정원을 설계하고 두 개의 모스크 방향만 살짝 뒤틀었다. 어쩌면 그는 부조화의 조화가 얼마나 예술적인 감동을 주는지 알고 있었던 듯하다.

압바스왕의 거처였던 이스파한의 또 하나의 궁전 알라카푸. 목조기둥이 낡아 늘 공사 중이다. © News1 이상문 기자.

▶압바스 왕의 자부심 알리카푸 궁전


이스파한의 체헬소툰과 헤쉬트 베헤쉬트 궁전과 함께 또 하나의 빼놓을 수 없는 궁전이 바로 이맘광장에 있는 알리카푸 궁전이다. 이 궁전은 압바스왕이 휴식을 위해 만든 별궁이라고 봐도 좋다. 왕은 이 궁전으로 외국의 사신들을 초대해 폴로 경기를 즐기기도 하고 음악도 들었다. 외관은 광장에 있는 두 모스크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내부로 들어서면 사파비왕조의 예술적 기품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6층 규모로 지어진 궁전의 계단에는 일일이 타일을 깔아 아름다운 문양으로 장식했다. 그리고 3층쯤에 해당되는 발코니에 들어서면 이맘광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왕은 이곳에 앉아 자신이 지은 천국을 느긋하게 바라봤을 것이고 외국의 사신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자랑했을 것이다. 높은 나무 기둥이 낡아 이 발코니는 늘 공사 중이다. 그래서 왕의 한가로움과 평화를 느끼기에는 장애가 많다.

알리카푸 궁전의 음악 감상실 벽면과 천장을 장식한 페르시아 전통악기. 이 장식이 음악실의 흡음효과를 가져다 줬다. © News1 이상문 기자.

알리카푸 궁전이 가진 가장 예술적인 공간은 궁전의 맨 꼭대기 층에 있는 음악 감상실이다. 높고 좁은 미로 같은 계단을 타고 오르면 음악 감상실이 있다. 이 음악 감상실은 페르시아 사람들의 예술적 지혜가 집약돼 있다. 감상실의 벽과 천장은 페르시아 전통 악기들로 장식돼 있다. 단순하게 악기들을 그린 것이 아니라 벽과 천장에 악기 모양대로 오려내고 공간을 만들었다. 좁은 공간에 흡음효과를 주기 위한 지혜다. 그리고 최적의 음향을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였다.

알리카푸는 ‘알리의 문’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란의 국교인 시아 이슬람의 제 1대 이맘이 바로 알리다. 압바스왕은 이라크의 나자프에 있는 알리 무덤의 문을 그대로 본떠 궁전의 문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죄인이 이 궁전의 문으로 들어오면 왕이라도 잡아가지 못하도록 하는 치외법권 지역으로 만들었다. 우리 고대사의 삼한시대 ‘소도’와 같은 역할을 했던 공간이다.

천국의 모습을 그대로 지상에 옮겨놓은 낙쉐자한은 언뜻 보면 그 아름다움을 쉽게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슬람의 세계가 상상해서 만들어 놓은 정원의 깊은 의중을 깨친다면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낙원이 분명하다.
기사 광고영역
블로거 전체보기
이상문의 페르시안 나이트

이란이 경제제재에서 풀리면서 21세기 골드러시로 떠오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5월1~3일 이란을 국빈 방문한다. 이란과 SOC, 건설, 조선, 석유화학,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의 교역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고대 페르시아제국 때부터 신라와 실크로드를 통해 교류했던 이란의 문화와 역사, 종교, 이란인들의 삶을 현지 취재를 통해 파헤친다. 이 취재는 지난 2014년 11월에 20일간, 지난해 12월에 15일간 두 차례 이뤄졌다.

블로거 글 더보기

많이 본 기사

분석과 전망

지구 온난화로 인한 더위 때문에 인간수명 짧아진다
온도가 화씨로 1도 정도만 높아져도 열파로 인한 사망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