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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보예 지젝 "자본주의는 지속 어렵고 민주주의 필요성은 줄어"

마인드브릿지 초청

(서울=뉴스1) 염지은 기자 | 2012-06-30 07:57 송고 | 2012-06-30 08:20 최종수정
마인드 브릿지가 초청한 세계적인 석학 '슬라보예 지젝'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마인드 브릿지)© News1


"자본주의는 현재 상태로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렵고 민주주의의 필요성은 점차 줄고 있다."
'동유럽의 기적'이라 불리는 세계적인 석학인 '슬라보예 지젝(Slavoj zisek)'이 한국을 찾아 미래 사회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비즈니스 캐주얼 브랜드 마인드 브릿지(대표 우종완)는 아트앤 스터디와 '인문학 콘서트' 를 기획, 첫번째 강사로 슬라보예 지젝을 초청, 지난 27~ 28일 경희대학교와 건국대학교에서 토크콘서트를 개최했다.

지난 28일 저녁 건국대 토크콘서트에 앞서 간담회를 통해 기자들과 만난 슬라보예 지젝은 "세계자본과 자본주의 필요성에 있어 민주주의의 필요성이 점점 줄고 있다"고 말했다.
지젝은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자본주의는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민주주의 역시도 자본주의가 기능할 수 있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며 "유럽에서는 이것을 '아시아적 가치를 지닌 민주주의'라고 한하며 중국과 싱가폴같은 나라가 이러한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중국과 싱가폴은 세계에서 가장 동적인 자본주의 국가라고 할 수 있지만 그렇게 많은 민주주의 기능을 갖고 작동하고 있지는 않는다"며 "또한 이러한 현상은 여전히 민주주의적 국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구유럽이나 미국에서 게이 결혼이나 낙태 등 문화적인 현상에서는 진보적 성향이 남아있지만. 경제적 문제에서는 더이상 논의를 하지 않거 전문가에 의존할 뿐이다"며 "민주주의의 필요성은 점점 적어지고 있고 민주주의가 없이도 자본주의가 기능한다는 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자신이 민주주의를 절대적으로 지지하는 사람임을 강조한뒤 "단지 민주주의가 점점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에 민주주의의 근본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민주주의가 의회 민주주의 혹은 다당제 같은 이러한 제도를 말하는 것인지, 그러한 것은 충분한 것인지 묻고는 요즘 서구의 자유주의자들조차 여기에 의문을 품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젝은 "현재 민족국가의 의회 민주주의는 국제자본을 컨트롤하기 충분한 힘을 갖고 있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민주주의는 아무리 좋은 것이기는 하지만 자체로 한계가 있다는 것이며 그래서 민주주의적 절차 대신 전문가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며 유럽에서 금융위기 발생시에도 전문가에 의존하는 성향을 보였다"고 말했다.
슬라보예 지젝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마인드 브릿지)© News1


그는 "민주주의는 굉장히 좋은 것처럼 들리지만 어떤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단지 미국의 압력에 불과할 수도 있다"며 "공산주의, 정의, 국제주의, 시장주의, 애국주의 등도 마찬가지로 더이상 우리의 사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개념은 결국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사람들은 공산주의가 싫고 민주주의를 원한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민주주의를 갖게 됐을 때는 무척 실망하게 됐다. 단지 공산주의를 없애기 위해서 민주주의를 원한 것뿐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오히려 공산주의에 대한 향수가 일어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자본주의를 대체에 다음에 올 시스템에 대해서는 확실한 전망을 내놓지 못했다.

지젝은 "자본주의의 다음에 올 시스템이 새로운 권위주의 형태의 국가가 될지, 아니면 배재주의가 될지, 개인적인 것을 약간 더 허용하는 사회가 될지, 아니면 엘리트 지배사회가 될지 모른다"며 "그러나 그 어떤 것도 현재로서는 명확한 탈출구가 없다"고 했다.

이어 "20세기 막시즘은 완전히 종료됐고 역사적으로 공산주의가 다시 등장할 것이라는 필연성은 없지만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은 무엇이 올지 모른다는 점에서 비극적이다"고 했다.

지젝은 "자본주의는 물론 부작용도 있었지만 인류의 역사상 가장 생산적인 시대를 열었고 가장 많은 수의 사람들에게 최고 수준의 자유와 부를 가져다 주었다"고 전제하면서도 과거 이탈리아 공산주의자였던 브랑쉬의 말을 인용, "오래된 것은 죽고 새로운 것은 아직 오지 않았을 때 괴물이 나타난다. 스탈린주의나 히틀러 등이 괴물이라고 할 수 있으며 바로 그것이 오늘날 처한 문제이다"고 말했다.

또 "가장 역설적인 것은 공산주의가 가장 잘 작동하는 곳은 가장 잔인한 자본주의가 있는 곳이다"며 "중국 등은 가장잔인한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곳이다"고 말했다.

지젝은 민주주의의 후퇴, 독재주의 유산을 물려받은 사람의 유력한 대권 후보로의 부상, 남북분단 등 한국이 처한 정치적 상황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현대사회에서 한국과 같은 긴장감이 남이있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며 분단이라는 이상한 상황이기 때문에 반어적으로 희망의 땅이 될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한국상황에 대해 깊은 통찰은 갖고 있지 못하지만 한국이 어려운 정치적 상황에서 에서 수십년간 스스로를 재탄생시켜 새롭게 태어난 것에 대해서는 대단한 존경심을 갖고 있다"며 "한국인들은 급진적인 민주주의적 전통을 갖고 있고 공산주의라는 것이 어떻게 이렇게 잘못될 수 있는 것을 똑똑히 보았고 항상 마음속에 새기고 있어 더욱 창의적인 방식으로 새로운 것을 창출해 낼 수 있지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슬라보예 지젝.(사진=마인드 브릿지)© News1


<슬라보예 지젝은>

슬라보예 지젝은 한국에서 인지도가 가장 높은 철학자 중 한명이며 세계적으로 가장 광범위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 이론가이다.

유고 슬로베이나 출신으로 레겔, 마르크스, 라캉을 접목해 독창적인 철학을 만들어낸 세계적인 비판이론가로 다양한 철학고전들을 새롭게 해석, 현실 문제에 대해 가장 신속하고 독창적인 분석을 내놓는 지식인으로 알려져 있다.

'나는 인간이 아닙니다. 괴물입니다'라는 말을 스스로 할 정도로 늘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슬로베니아 류블라냐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파리 제8대학에서 정신분석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현존하는 최고의 정신분석학자이다.

대중문화뿐 아니라 국제정치에 대해서도 전혀 생각지 못한 방식의 해석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으며 전체주의와 인종주의 반대하는 운동가로 활동, 1990년 슬로베니아 첫 다당제 선거에서 자유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던 이력도 있다.

1989년 '이데올로기라는 숭고한 대상'을 출간한 후 영어로 된 수십권의 저서와 다수의 편집 서적을 펴냈으며 국내에서도 지젝 열풍이라 할 만큼 40여권이 넘는 그의 저서가 번역돼 있다.


senajy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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