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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재구성] "날 싫어해"…생후 7개월 딸 죽인 우울증 베트남 엄마

서툰 한국말·독박 육아…고립 생활 분노·우울감 키워
때리고 내동댕이친 아이 뇌사상태서 43일 만에 사망

(전주=뉴스1) 김혜지 기자 | 2022-03-14 07:05 송고 | 2022-08-17 15:47 최종수정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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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서 한국 남편을 만나 2019년 입국한 A씨의 '코리안 드림'이 무너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A씨(24)가 한국에서 타국살이를 시작한 건 2019년 11월. 이듬해 8월 딸을 낳았다. 단란한 가정을 꿈꾼 것도 잠시, 한국어를 모르는 A씨의 삶은 고립의 연속이었다.
이웃과 교류는커녕 홀로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시간이 대다수였다.

남편이 출근하면 A씨는 더 혹독한 독박육아에 시달렸다. 주변의 도움 없이 장시간 집에 있던 A씨는 점점 우울감과 분노로 휩싸였다.

이런 우울감과 분노는 자신의 딸에게 향했다. A씨는 생후 7개월 된 딸이 울고 보챌 때마다 "딸이 자신을 싫어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급기야 딸을 폭행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3월7일 오후 10시5분. A씨는 이불에 묻은 딸의 구토물을 닦던 중 남편 품에 있던 딸의 얼굴과 몸을 손바닥으로 6차례 때렸다. "아이가 첫 번째고 청소가 두 번째다"라는 남편의 말에 갑자기 화가 났기 때문이다.

사흘 뒤에도 A씨는 딸을 수차례 폭행했다. 심지어 자신의 어깨 위까지 딸을 들어 올려 바닥에 던지기까지 했다.

그해 3월12일에는 칭얼대는 딸을 들어올려 바닥에 내리꽂았다. 자신의 잠을 방해했다는 이유다. 이같은 행동은 7차례에 걸쳐 반복됐다. 딸이 고통을 호소하며 울음을 터뜨리자 A씨는 수건으로 수차례 때리고 자신의 몸으로 짓누르기까지 했다.

어떠한 의사 표현이나 방어조차 할 수 없던 생후 7개월 딸은 그 상태로 장시간 방치됐다.

그날 오후 8시쯤 귀가한 남편은 딸이 잠을 오래 잔다고 보기엔 상태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곧바로 병원으로 데려갔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태였다.

진단 결과 A씨의 딸은 뇌손상 등의 뇌사에 빠진 것으로 판정됐다. 그렇게 의식을 잃은 A씨의 딸은 43일 뒤 두부 손상(뇌출혈, 뇌부종, 뇌괴사 등)으로 숨을 거뒀다.

A씨는 수사 과정 내내 "딸을 살해할 의사는 없었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생후 7개월에 불과했던 피해 아동은 피고인으로부터 수차례 학대를 당하면서도 어떠한 의사표현이나 최소한의 방어조차 할 수 없었다"며 "사망 당시 대뇌가 광범위하게 손상돼 괴사가 진행되는 등 참혹한 상태로 짧은 생을 마감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모의 보살핌과 사랑을 받으며 자라나야 할 피해 아동을 오히려 생명을 잃게 만들어 피고인의 죄책이 매우 중해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또 8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7년간 아동관련기관 취업제한 명령도 내렸다.

A씨는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검찰도 '전자발찌 착용이 필요하다'며 항소장을 제출했다

A씨는 5개월 뒤 열린 항소심에서 참회의 눈물을 쏟아내며 선처를 호소했다.

그는 "아기에게 너무 잘못했다. 집으로 돌아가면 열심히 살겠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A씨의 남편 역시 "육아를 거의 아내 혼자했다. 말이 통하지 않아 제 말도 제대로 이해를 못했다"며 "뒤늦게 A씨의 우울감 알게 됐다. 처벌받은 후에도 A씨와 함께 살고 싶다"고 용서를 구했다.  

항소심 선고 공판은 이달 23일에 열린다.


iamg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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