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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의 새로운 원인 '별세포의 공격'…국내 연구진 밝혀냈다

기존 가설로 설명 불가한 치매 질환 실험적 규명
국내 개발 치료제 후보물질 동물 실험 통해 치매 진전 억제 확인

(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2020-11-17 01:00 송고
10일 오전 서울 양천구 신월보건지소 4층 치매안심센터를 찾은 어르신이 스마트 케어기기 '보미'로 인지력 향상을 위해 숫자 계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양천구청 제공) 2020.11.10/뉴스1
10일 오전 서울 양천구 신월보건지소 4층 치매안심센터를 찾은 어르신이 스마트 케어기기 '보미'로 인지력 향상을 위해 숫자 계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양천구청 제공) 2020.11.10/뉴스1

국내 연구진들이 치매를 비롯한 뇌 질환의 새로운 요인을 규명했다. 연구진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동물 실험을 진행해 치매 진행이 늦춰지는 것을 확인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초과학연구원(IBS) 및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지난 10일 세종특별자치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청사 기자회견장에서 이같은 내용의 연구성과 브리핑을 열었다. 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의 이창준 단장과 전희정 선임연구원 연구팀은 KIST 뇌과학연구소의 류훈 단장 연구팀과 함께 치매 초기에 나타나는 반응성 별세포에 의한 신경세포 사멸과 치매 병증 유도 기전을 밝혀냈다.
이날 브리핑에서 이창준 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장은 "알츠하이머 박사가 환자 사망 후 뇌를 검사해 치매를 보고했다"며 "(당시 보고에서) 반응성 별세포가 있었지만 주로 아밀로이드 플락에 집중해 연구가 진행됐다. (비교적) 최근에 반응성 별세포가 주목받았다"고 설명했다.

신경계는 신호가 이동하는 통로인 신경세포와 신경 세포 주변에서 신경계의 틀을 만들고 신경세포가 원활히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비신경세포로 이뤄져 있다. 뇌 질환 연구는 신경 세포의 사멸 뿐 아니라 비신경세포 이상으로 인한 신경세포 손상 과정에 대해서도 이뤄지고 있다. 연구진이 주목한 '별세포'(Astrocytes·성상세포)도 비 신경세포다. 이창준 단장은 이러한 별세포 이상이 일으키는 각종 뇌 질환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오고 있다.

경증 반응성 별세포를 유도한 경우에는 초록색으로 보이는 반응성 별세포가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줄어들었다. (위쪽) 중증 반응성 별세포는 신경세포는 그 수가 줄어들지 않고 뇌질환을 야기한다 (아래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초과학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제공) 2020.11.17 /뉴스1
경증 반응성 별세포를 유도한 경우에는 초록색으로 보이는 반응성 별세포가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줄어들었다. (위쪽) 중증 반응성 별세포는 신경세포는 그 수가 줄어들지 않고 뇌질환을 야기한다 (아래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초과학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제공) 2020.11.17 /뉴스1

연구진은 별세포를 제거하면 뇌 기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피기 위해, 별세포 독소 실험을 하다가 이번 발견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독소를 늘려 주입해도 별세포가 제거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후 추가연구를 통해 별세포가 신경세포에 비해 독소분해력·회복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러한 관찰을 바탕으로 연구진은 새로운 동물(쥐) 모델을 개발하고, 별세포의 반응성 정도를 경증과 중증으로 조절할 수 있었다. 중증 반응성 별세포가 있으면 치매를 비롯한 다양한 뇌 질환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중증 반응성 별세포에서 과량 생성되는 과산화수소에 의해 치매가 진행되는 현상을 관찰했다. 별세포의 변형이 중증일 때 과산화수소가 증가하고 그에 따른 뇌 위축, 기억력 소실, 생존율 감소가 확인됐다. 경증의 경우는 자연적으로 회복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류훈 단장은 "사람 뇌 조직 정상군과 알츠하이머 군을 비교하면 알츠하이머 군에서 별세포 모양이 커짐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번 연구는 기존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에서 다른 방향으로 물꼬를 튼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서 아밀로이드 베타보다는 중증 반응성 별세포가 치매 유도의 핵심요소임을 증명했다. 이는 지금까지 치매 병인에 대한 가설로는 설명되지 않았던 부분을 밝혀낸 것이다.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은 뇌 속의 아밀로이드로 인해 신경세포 손상, 뇌질환이 유발된다는 것이다. 이 가설에 기초해 기존 치매 치료제 개발이 이뤄졌지만 임상과정에서 막히는 경우가 많았다.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한 후에도 중증 치매가 지속하거나 아밀로이드 베타가 증가해도 치매가 보이지 않는 현상이 발견되는 것이다.

중증 반응성 별세포에 의한 신경세포 사멸 및 치매 병증 유도 기작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과학기술원,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2020.11.17 /뉴스1
중증 반응성 별세포에 의한 신경세포 사멸 및 치매 병증 유도 기작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과학기술원,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2020.11.17 /뉴스1

연구진은 이미 개발된 뇌 질환 관련 약물 AAD-2004, KDS2010를 가지고 동물 모델에서 반응성 별세포의 과산화수소 생성을 줄였을 때, 치매 진행이 억제되는 것을 확인했다. 두 약물은 모두 국내에서 공공 연구 사업을 통해 개발된 치매 치료 후보물질이다. 연구진은 MAO-B 또는 과산화수소를 표적으로 하는 치매의 새로운 진단 및 치료전략을 세우고 연구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전희정 선임연구원은 "뇌의 독성물질과 함께 스트레스 뇌 손상 바이러스 감염 등에 의한 산화 스트레스 증가로 중증 반응성 별세포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막으면 치매의 진행을 차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다양한 뇌 질환 연구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이번 연구는 과기정통부의 KIST 주요 사업, 한국연구재단 뇌과학원천기술개발사업, IBS 연구단 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국제 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Nature Neuroscience)에 개재됐다.


seungjun24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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