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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에 밀리고 중국 자본에 치이고"…중소게임사 '날개없는 추락'

자본력 앞세운 대형개발사 독주…중국 등 해외 러시 가속화
크래프톤·카카오게임즈, 중소개발사 인수해 새로운 활로 모색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2020-02-24 06:45 송고 | 2020-02-24 11:05 최종수정
모바일게임 부문 독주를 이어가고 있는 리니지2M. © 뉴스1
모바일게임 부문 독주를 이어가고 있는 리니지2M. © 뉴스1

하루에 수십억을 쓸어담는 모바일 게임 시장의 최강자 '리니지2M'에, 막강한 자본력에 값싼 인건비를 앞세운 중국의 '물량 공세'까지. 모바일 게임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국내 중소게임사들의 한숨은 커져만 가는 모양새다.
24일 구글플레이 매출순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M'이 1위, '리니지M'이 2위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11월 출시한 리니지2M은 독주체제를 이어가고 있고, 리니지2M의 전작인 리니지M도 매출순위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그 외의 국내 게임은 넥슨의 'V4'(3위), 넷마블의 블레이드&소울 레볼루션(7위)과 리니지2 레볼루션(10위) 등이 10위 내에 자리잡고 있다.

나머지는 중국 게임의 강세가 돋보인다. 릴리즈게임스의 최신작 AKF 아레나가 4위, 같은 게임사의 '라이즈 오브 킹덤스'가 5위, 4399코리아의 '기적의 검'이 6위, 요스타 리비티드의 '명일방주'가 7위 등이다. 10위권 밖에도 즈롱게임스의 '랑그릿사(13위), 4399 코리아의 '뇌명천하'(14위), 미호요 리미티드의 '붕괴 3rd'(15위) 등이 눈에 띈다.

반면 상위권에서 국내 중소 게임사의 게임을 찾아보기는 거의 어렵다. 111%의 주사위 디펜스 게임 '랜덤다이스'가 9위로 선전하고 있는 것이 유일하다.
게임 산업이 점차 모바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상황에서 게임 업계의 '빈익빈부익부' 현상은 점점 심화되는 양상이다. 엔씨와 넥슨, 넷마블 등 몇몇 대형 게임사들에 중국을 위시한 해외 게임사들의 진출도 활발해지면서 자본과 인력이 밀리는 중소 게임사들이 설자리는 점점 없어지고 있다.

이는 실적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위메이드와 게임빌 등이 모두 지난해 영업 이익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조이맥스는 '관리종목지정 우려'를 이유로 주권 매매 거래가 정지되기까지 했다. '3N'인 엔씨-넥슨-넷마블도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감소했다지만 중소업체들에게는 '행복한 비명'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반등의 계기를 찾기도 어려워보인다는 것이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모바일 게임에 대한 투자가 활발해지다보니 중소업체들의 게임이 경쟁력을 갖기 힘든 상황이 됐다"면서 "투자 비용 자체의 차이가 워낙 크다 보니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배우 김유정을 모델로 내세운 중국게임 AFK 아레나. © 뉴스1
배우 김유정을 모델로 내세운 중국게임 AFK 아레나. © 뉴스1

중국 게임들의 잇단 성공 역시 투자한 만큼의 성과라고 봐야 한다는 해석이다. 중국 내부에서 성공을 거두면서 자본을 확보하고 이를 토대로 더 많은 투자로 게임의 질을 높인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국내 위탁운영사(퍼블리셔)를 두지 않고 직접 서비스에 나서는 모습도 보인다. 최근 출시된 릴리스게임즈의 경우 'AKF 아레나' 역시 국내 배우 김유정을 영입해 마케팅을 하면서 효과를 봤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 대한 호불호와는 별개로 게임성이 높으면 하게 되고 그렇지 않으면 기피하게 된다"면서 "최근에는 국내 시장에 대한 이해는 물론 게임 자체의 독창성까지 갖추면서 점점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좀처럼 돌파구를 찾기 어려워 보이는 상황에서 게임사 간 인수 등으로 활로를 찾는 시도도 주목된다.

크래프톤의 경우 지난 2018년 11월 펍지, 스튜디오블루홀, 피닉스, 레드사하라, 딜루젼 등의 스튜디오와 다양한 제작팀을 모아 '크래프톤 연합'을 출범했다. 최근 이 연합의 일원인 레드사하라 스튜디오가 개발한 모바일 게임 '테라 히어로'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또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11일 엑스엘게임즈를 인수했다. 엑스엘게임즈는 바람의 나라, 리니지를 개발한 것으로 잘 알려진 송재경 대표가 이끌던 게임사다. 카카오게임즈의 자본력에 송 대표의 개발력이 더해져 시너지가 기대된다.

그러나 이러한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기는 쉽지 않은 만큼 근본적 대안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3~4년 전 모바일 대작화가 진행될 무렵 독과점 문제를 잡고 갔어야 했는데 타이밍을 놓친 것이 사실"이라면서 "자금이 순환되지 않는 현 구조상 중소업체의 반등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위 회장은 게임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선 결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세액 공제 등 중소개발사, 스타트업이 자리 잡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결국 산업이 죽을 수밖에 없다"면서 "중국이 판호로 국내 게임산업을 보호한 것처럼, 우리도 '비제도적 장벽'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는 세계 모든 나라가 적용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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