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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처럼 버텼다"…'코로나19' 이산가족, 격리 15일만의 상봉

광주21세기병원 환자들, 20일 0시 광주소방학교·격리해제
어깨수술 뒤 격리 남편 "간호사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광주=뉴스1) 허단비 기자 | 2020-02-20 01:19 송고
광주지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환자와 접촉해 소방학교 생활관에 격리됐던 환자와 보호자들이 20일 0시를 기해 격리 해제되면서 2주간의 격리 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2020.2.0/뉴스1 © News1 박준배 기자
광주지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환자와 접촉해 소방학교 생활관에 격리됐던 환자와 보호자들이 20일 0시를 기해 격리 해제되면서 2주간의 격리 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2020.2.0/뉴스1 © News1 박준배 기자

"여기에서 모두 가족이 됐어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16번, 18번 환자와 함께 광주21세기병원에 머물렀던 환자들이 광주 광산구 소촌동 광주소방학교에 격리된 지 15일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지난 5일부터 격리 환자들을 상대로 의료 지원을 했던 간호사 조모씨(40·여)는 "여기에서 모두 가족이 됐다. 다들 힘든 상황이었지만 의료진은 환자에게, 또 환자는 의료진들에게 감사 인사를 항상 잊지 않았다. 잘 버텨준 환자분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격리 해제 시점인 자정을 10여분 앞둔 19일 오후 11시50분쯤 퇴소하는 환자들을 마중나온 가족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응, 엄마 앞에 도착했어. 그래 우리 딸 금방 보자.", "여보 우리 왔어, 짐은 다 쌌지. 앞에 있을 게 조심해서 나와."

10여분 후면 만날 가족들이었지만 전화 통화로 안에서는 잘 있는지, 혹시나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짐은 빠짐없이 잘 챙겼는지, 환자 가족들 모두 안부 전화를 하기 바빴다.
광주소방학교에 격리된 남편을 데리러 온 아내 조모씨(54)는 "남편과 매일 영상통화를 하면서 하루하루 버텼다. 어깨 수술을 하고 몸도 안 좋은데 격리까지 돼서 너무 걱정스러웠다"고 말했다.

조씨의 남편은 광주·전남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지난 4일 오른쪽 어깨 수술을 하기 위해 21세기병원을 찾았다가 수술 직후 격리됐다.

조씨는 "처음에는 너무 안타깝고 속상했다. '조금만 더 늦게 갔더라도 격리가 안됐을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수술하자마자 격리돼서 오른팔도 못 썼는데 혼자 낑낑대며 밥 먹고 씻고 했을 생각하니 참 마음이 아팠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조씨의 남편은 추가 치료를 위해 내일 오전 21세기 병원에 다시 입원하지만 조금이라도 일찍 가족들을 보고 싶어 늦은 밤 집으로 향하게 됐다.

조씨는 "답답했을 텐데 잘 지내줘서 남편한테 고맙다. 집에 가면 어깨가 불편한 남편 머리 감는 것도 도와주고 내일 아침 맛있는 밥도 먹여서 병원으로 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군인인 아들을 데리러 왔다는 박모씨는 "아들이 군 복무 중 다쳐 병가를 내고 수술하러 나왔다가 본의 아니게 2주 동안 격리가 됐다. 방 안에만 갇혀 있었다고 생각하니 걱정도 됐는데 확진자가 나오지 않아서 마음이 놓였다"고 말했다.

박씨는 "아들이 처음에는 뭐 먹고 싶다고 몇 번 말을 했지만, 이후에는 적응도 잘하고 밥도 잘 먹는지 별말을 안했다. 나가면 복귀 전에 맛있는 밥 먹이고 보내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20일 오전 0시. 광주소방학교 격리가 해제됐다. 12시가 땡하자마자 팔과 다리에 깁스하고 휠체어를 탄 환자들이 쏟아져나왔다. 집은 한가득이고 몸은 불편해 보였지만 표정은 더할 나위 없이 기뻐 보였다.

마중을 오는 아들을 기다리던 손모씨(51·여)는 의료진들께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광주지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환자와 접촉해 소방학교 생활관에 격리됐던 환자와 보호자들이 20일 0시를 기해 격리 해제되면서 2주간의 격리 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2020.2.20/뉴스1 © News1 박준배 기자
광주지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환자와 접촉해 소방학교 생활관에 격리됐던 환자와 보호자들이 20일 0시를 기해 격리 해제되면서 2주간의 격리 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2020.2.20/뉴스1 © News1 박준배 기자

손씨는 "체온 재러오고 식사 넣어주실 때 1~2분 남짓 만나는 게 다였지만 간호사 선생님들과 정말 많이 친해졌다. 유일하게 대화하고 의지할 수 있는 분들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너무 답답하고 우울했지만 선생님들이 너무 잘 챙겨주시고 도와주셔서 의지를 할 수 있었다"며 간호사 선생님의 손을 꼭 잡고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선생님 정말 감사해요. 광주에서 길 가다 만나면 꼭 인사해요. 그동안 정말 감사했어요."

간호사 조씨 역시 "방안을 빙글빙글 1000보씩 걸으면서 버텨준 환자분이다. 힘드셨을 텐데 환자분들이 의료진을 믿고 잘 따라주셔서 정말 고마웠다"고 말했다.

광주소방학교에는 지난 5일부터 환자 31명, 보호자 5명 등 총 36명이 격리조치돼 생활했다. 격리 해제 후 퇴원하는 이들은 22명(환자 19명, 보호자 3명)이고 21세기병원으로 재입원하는 이들은 14명(환자12명 ,보호자 2명)이다. 이날 소방학교에서는 총 10명이 자택으로 돌아갔다.


beyondb@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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