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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욱·정봉주…저승사자 진중권에 찍히면 '陳풍낙엽'

인지도·논리 무장…기득권 횡포·막말 인사들 '데스노트'에
황교안·이해찬 등 여야대표도 가차없이 저격 '백기' 끌어내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2020-02-15 06:00 송고
지난 9일 안철수신당(가칭) 발기인대회에서 초청 강연을 하고 있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 News1 박세연 기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정치인들 사이에 '저승사자'로 떠 올랐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고 논리로 무장한 그에게 찍히면 정치생명이 위태롭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로라 하는 인물들이 진 전 교수 비판을 받고 사라진 예가 많아 정치인들과 유명인사들은 진 전 교수 저격망에 들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진 전 교수의 주된 공격대상은 △ 도덕성 결여된 부패한 기득권 △ 막말과 억지 논리 △말과 행동이 어긋나는 이들이었다. 진 전 교수의 잣대로 정한 것이지만 이 범위에 들었던 많은 유명인들이 비평을 업으로 삼고 있는 그와 힘든 싸움을 펼쳐야 했다. 승률은? 물어보나마나 뻔했다.

◇ 나 떨고 있니?…민경욱, 김성태, 임종석, 황운하

하필이면 21대 총선 공천을 앞두고 진 전 교수 레이더망에 든 이들이 있다. 민경욱·김성태 의원(이상 자유한국당),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 등이다.

2019년 10월 10일 한국도로공사에 대한 국토위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는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 © News1 김명섭 기자

민경욱 의원은 말싸움에선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을 경력의 소유자. 방송기자로 잔뼈가 굵었고 청와대 대변인, 한국당 대변인 등을 거치면서 숱한 실전을 치러냈다. 하지만 지난 13일 여권을 공격하려는 의미에서 욕설로 가득찬 출처불명의 시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옮겼다가 진 전 교수의 호출을 받았다.
진 전 교수는 즉각 "(민 의원) 의식수준이 의심된다"며 "(한국당 공천심사 때) 민 의원에게 따져야 할 것은 후보 자격이 아니라 인간자격으로 한국당이 어떻게 할 지 (민심과 함께) 지켜보겠다"고 했다. 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와 민 의원으로선 그야말로 난감할 따름이다.

김성태 한국당 전 원내대표도 진 전 교수의 '공천 불가'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진 전 교수는 '딸의 부정 취업 청탁' 등으로 기소됐던 김 의원이 지난달 17일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자 "법적 처벌을 면했다고 도덕적 면죄부를 받는 것은 아니다"라며 "도의적 책임을 지고 정계은퇴하라"고 요구했다. 또 "황교안 대표, 야당 대신 정의를 세워줬다고 저한테 감사하셨나요? 그 감사, 빈 말로 하지 말고 이 분(김성태)을 이번 공천에서 배제하라"고 압박했다.

지난 달 30일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는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 News1 안은나 기자

임종석 전 비서실장은 '문재인 정권 2인자'로 불렸던 인물이다. 상품성이 좋아 21대 총선 출마가 유력시 됐지만 지난해 11월 돌연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이후 지난 1월 21일 민주당 정강정책 지지를 호소하는 방송에 출연, 정치활동을 재개하려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그 자신은 아직까지 '아니다'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진 전 교수는 지난 1월 22일 임 전 비서실장을 향해 서늘한 비수를 내 밀었다. 그는 "감 잡고 도망쳤던 임종석이 벌써 돌아왔다"며 "권력이 검찰을 완전히 장악해 수사도, 처벌도 받을 염려가 없어지자 드디어 공습경보해제다라며 숨어있던 구멍 밖으로 머리 내밀고 바로 방송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월 3일엔 "문재인 정권은 양정철, 임종석이 망칠 것이다"며 "임종석씨, 양정철 말에 혹하지 마시고 약속한 대로 남은 인생, 통일운동에 바치라"고 했다. 나오는 순간, 그 뒤는 알아서 하라는 말이다.  

민주당에 21대총선 예비후보로 등록한 황운하 경찰인재개발원장(전 울산청장)도 진 전 교수 한마디 한마디가 신경쓰일 수 밖에 없다. 진 전 교수는 지난 4일 페이스북에 "(황운하) 이 분, 혐의를 보니 앞으로 구속될 가능성이 성당히 농후하다"며 "나중에 이 분이 유죄판결 받으면 그 책임이 이 분을 공천한 민주당에게 돌아간다"고 황 원장이나 민주당이 듣기싫어하는 예언을 했다.

◇ 陳에 맞아 떨어진 정봉주, 김의겸, 조국…

진 전 교수는 민주당 공천을 받으려 애썼던 정봉주 전 의원과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노력을 '헛수고'로 만들었다.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4·15 총선 예비후보자 '부적격' 판정을 받은 정봉주 전 의원이 지난 11일 당 결정에 승복하는 입장문을 발표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 News1 임세영 기자

그는 지난 8일 "저는 정봉주씨 같은 인물은 절대 정치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조목 조목 그 근거를 댔다.

다음날엔 "민주당 지도부가 미적거리는 것은 나꼼수 팬덤 때문이지만 불행히도 정봉주는 조국이 아니다"면서 "따라서 그 팬덤이 조국을 지켜주듯이 정봉주를 지켜주지는 않을 것이다"고 쳐내도 후환이 없을 것이니 안심하라고 민주당 지도부를 다독(?)이기까지 했다. 민주당이 공천불가 방침을 세웠고 정 전 의원은 지난 11일 눈물로 이를 받아 들였다.

진 전 교수가 김의겸 전 대변인에게도 지난 1일 "죽을 때 잘 죽어야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것이니 너절하게 굴지 마시고 이쯤에서 깔끔하게 내려놓으세요"라고 항복을 요구했다. 그 때문인지 이틀 뒤인 3일 김 전 대변인은 "출마하지 않겠습니다"는 글을 내놓고야 말았다.

진보를 대표하는 논객이었던 그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계기로 비판 영역을 '기득권층' 전체로 넓혔다. 그가 친구였던 조 전 장관을 향해 휘둘렀던 비판의 칼날은 널리 알려져 있으며 조 전 장관 낙마에 일정부분 기여한 것이 사실이다.

◇ 이해찬도 황교안도 결론은 진중권 말대로

민주당은 임미리 고려대 교수를 이해찬 대표 이름으로 지난 주 검찰에 고발(공직선거법 위반 혐의)했다가 된통 당했다. 상상 이상의 역풍에 지난 14일 민주당은 "우리의 고발조치가 과도했음을 인정한다"면서 고발을 취하했다.

임미리 교수 페이스북 캡처 © 뉴스1
임미리 교수 페이스북 캡처 © 뉴스1

대한민국 제1당으로 하여금 '자아비판문'을 내게 만든 주인공이 진중권 전 교수다. 진 전 교수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를 고발하라'는 제목을 글을 싣고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거죠, 민주당은 절대 찍지 맙시다"며 "나도 임미리 교수와 같이 고발 당하겠다, 이해찬 대표님, 이게 뭡니까"고 이 대표를 불렀다.

이를 신호로 여기 저기서 '나도 고발하라', '민주당만 빼고 찍자'는 발언이 터져 나왔다. 깜짝 놀란 이해찬 대표의 민주당은 진중권 고발이 아닌 '취하'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진중권 전 교수의 맹활약을 흐뭇하게 바라봤던 황교안 한국당 대표도 결국 진 전 교수의 압박에 손을 들었다.

진 전 교수는 지난 2일 "보수를 살리려면 황교안 대표는 자신을 버려야 한다"며 "종로 여론조사를 보니 더블 스코어(이낙연 전 국무총리에 비해)지만 그래도 나가서 원칙 있게, 명예롭게 패하라"고 황 대표 등을 떠밀었다. 그러면서 "철저히 낮은 자세로 임하면서 이번 선거를 유권자들께 참회하는 기회로 삼으라, 그래야 장기적으로 보수가 산다"고 코치했다.

'출마한다', '안한다', '서울전역이 험지다'며 출마여부를 놓고 장고를 거듭하던 황 대표는 진 전 교수의 일침이 있자 지난 7일 "문재인 정권 심판의 최선봉에 서겠다"며 종로 출마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buckba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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