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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희망의 12년, 눈물의 4년'…다시 웃을날 언제쯤

현재 피해액 1조5000억…남북관계 악화로 공단 재개 '미지수'
입주기업인들 "남북협력 방해 '한·미 워킹그룹' 해체" 촉구

(서울=뉴스1) 김현철 기자, 윤다정 기자 | 2020-02-11 06:06 송고 | 2020-02-11 09:39 최종수정
경기도 파주 DMZ내에 위치한 대성동 마을회관 옥상에서 본 북한 기정동 마을 넘어 보이는 안개 낀 개성공단. 1.7 사진공동취재단
경기도 파주 DMZ내에 위치한 대성동 마을회관 옥상에서 본 북한 기정동 마을 넘어 보이는 안개 낀 개성공단. 1.7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10일로 개성공단이 멈춰선 지 4년째를 맞았다. 정부는 지난 2016년 2월10일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로켓) 발사 등을 이유로 개성공단을 폐쇄했다.
입주 기업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재가동에 대한 희망을 한껏 품었다. 지난 4년간 입주기업들은 공단 재개를 요구하며 총 8차례에 걸쳐 공단 방문을 신청했지만 모두 무산됐다. 

그동안 개성공단이 걸어온 길을 한번 짚어봤다. 

◇ 잘나갔던 노무현 정부 시절…누적 생산액 1억달러 돌파

11일 중소벤처기업부와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 등에 따르면 개성공단은 2000년 6월15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고(故)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을 한 지 두달여 만인 8월22일 현대아산과 북측이 개성공단 개발합의서를 체결하면서 첫 삽을 떴다.

추진 과정에서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은 김정일 전 위원장과 만나 공단 건설 등을 협의하고 실질적인 합의를 이끌어내는 숨은 공로자였다. 다만 정 회장이 2001년 3월21일 별세하면서 개성공단 조성사업의 주도권은 정부로 넘어갔다.
이후 현대아산과 한국토지공사(현 LH)는 2004년 4월 공단부지 조성 공사를 시작으로 9만3000㎡에 달하는 시범단지에 대한 분양에 돌입했다. 여기에 봉제, 신발, 전자부품 등 4개 업종 15개 기업이 입주해 그해 12월15일 '리빙아트'의 스테인리스 냄비가 첫 남북경협제품으로 생산됐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은 점차 불어나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11월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는 1만명을 돌파했고 2007년 1월 말에는 누적 생산액이 1억달러를 돌파했다.

개성공단은 입주기업들에게 여러 에피소드를 남겼다. 특히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에게 간식 명목으로 하루 2개씩 지급된 오리온의 초코파이가 북한식 시장인 장마당 등에서 웃돈을 받고 거래되면서 2011년 지급이 중단된 것은 유명한 일화다. 

◇ 이명박·박근혜 정부 거치면서 한파…현재 피해액 1조5000여억 추산

그러나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인 2008년 금강산광광객 박왕자씨 피격 사망 사건 등을 계기로 개성공단이 주춤하기 시작했다. 

특히 2010년 3월 천안함 피격 사건을 계기로 개성공단에 대한 신규 투자를 전면 금지하고 공단 체류 인원도 평소의 50~60%로 줄이는 내용이 담긴 '5·24 대북제재 조치'가 나오게 된다. 당시 남북이 합의했던 개성공단 확장 계획도 자연스레 중단됐다.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사건이 발생하자 우리 정부는 이튿날 북으로의 출경을 차단했다. 북한도 개성공단 입출경 채널로 사용하던 남북간 군 통신선을 일방적으로 차단하는 등 남북 관계는 얼어 붙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주문 취소, 납품 지연 등의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북한의 핵실험 도발 등으로 가동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며 위태롭게 서 있던 개성공단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2월10일 전면 중단 발표로 문을 완전히 닫았다. 당시 총 123개 기업이 입주해 있었다. 

통일부의 2014년 10월 당시 집계에 따르면 개성공단의 연간 생산액은 3억9000만달러이며 연간 수출액은 1300만달러였다. 개성공단 내 북한 노동자는 5만4000여명으로 월 평균 임금은 146.7달러였다.

하지만 개성공단기업협회 측은 지난 4년 동안 멈춘 개성공단의 투자자산과 유동자산, 공장 미가동에 따른 피해 등을 합쳐 현재 피해액을 1조5000억원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재개 범국민운동본부 회원들이 10일 미국 대사관 앞에서 열린 '개성공단 폐쇄 4년, 재개 촉구 각계공동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황기선 기자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재개 범국민운동본부 회원들이 10일 미국 대사관 앞에서 열린 '개성공단 폐쇄 4년, 재개 촉구 각계공동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황기선 기자

◇ 입주기업들 공단 재개 눈물로 호소…남북관계 진척에 난항 예상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후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기대감에 부풀었다. 남북정상 회담 등이 진행되며 남북관계가 급진전되자 다시 공단이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하노이 노딜'로 비핵화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공단 재개 여부는 지난 4년처럼 다시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개성공단기업협회와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범국민운동본부'는 개성공단 폐쇄 4년을 맞이한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반도 평화 번영을 위해 보다 적극적이고 과감한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공단 재개와 금강산 관광을 포함한 남북경제협력 재개를 정부와 미국에 촉구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속시원히 답해주는 곳은 아무 곳도 없다. 남북 관계가 난항을 겪고 있는 상태에서 어떠한 약속도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은 회견에서 미국의 눈치를 보지 말고 남과 북이 독자적으로 교류를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창복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은 "개성공단은 보통 남북협력 교류 차원을 넘어 평화의 상징이라는 큰 의미가 있다"며 "건건이 남북협력을 방해하는 한·미 워킹그룹을 해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honestly8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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