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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석방 2년째 된 날…총수도 견제할 '준법위' 닻올렸다

2018년 2월 5일 항소심서 집행유예…파기환송심 진행중
백별형·노조문제 해결…과거 되풀이 막을 준법경영 방점

(서울=뉴스1) 주성호 기자 | 2020-02-06 05:30 송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뉴스1 © News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뉴스1 © News1

2018년 2월 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년여간의 수감 생활을 마치고 '국정농단' 항소심에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된 날이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20년 2월 5일에 삼성 총수와 최고경영진을 견제하고 준법경영 체제를 확립하기 위해 조직된 외부 독립기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
준법위원회는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가 주문한 데 대한 삼성의 후속대책 차원에서 도입된 것이다. 국내 기업 중에서도 다수의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독립기구를 통해 최고경영진의 의사결정 과정과 준법경영 체제를 감시한다는 것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재계에선 앞서 2018년 석방 이후 2년간 반도체 근로자 백혈병 보상 수용, 비노조 경영 철폐와 순환출자 해소 등의 굵직한 변화상을 보여줬던 이 부회장이 준법위원회 가동을 통해 오래된 관행과 낡은 기업문화의 틀을 깨기 위한 쇄신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분석한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지난 5일 서울 서초동 삼성생명 사옥에서 1차 정기회의를 열고 공식 출범했다.

김지형 전 대법관이 이 부회장으로부터 요청을 받고 지난 1월초 위원회 인선에 나선 지 한달여만이다. 아울러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가 지난해 10월 첫 공판기일에서 "삼성에 실효적 준법경영 체제를 확립하라"고 주문한 뒤 4개월여만에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 것이다.
삼성 준법위원회는 향후 삼성의 주요 계열사 내부거래·대외 후원금 등 금전 거래와 최고경영진(CEO)이나 이사회의 비위행위를 적발하고 준법의무 위반 리스크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삼성전자·생명·물산·화재·전기·SDI·SDS 등 7개 계열사에 준법위원회와 협약을 맺고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지형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사옥에서 열린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1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삼성 준법감시위는 삼성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진(CEO)을 포함한 임직원들의 불법행위를 근절하고 준법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조직된 외부 독립기구다. 2020.2.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김지형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사옥에서 열린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1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삼성 준법감시위는 삼성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진(CEO)을 포함한 임직원들의 불법행위를 근절하고 준법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조직된 외부 독립기구다. 2020.2.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공교롭게도 삼성 준법위원회가 첫 회의를 진행한 2월 5일은 이 부회장이 수감생활을 마치고 석방된 지 만으로 2년째 되는 날이기도 하다. 이 부회장은 2018년 2월 5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받고 풀려났다.

사상 초유의 '총수 구속' 사태를 겪은 삼성은 이 부회장의 복귀와 동시에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의 쇄신안을 잇따라 내놓았다. 2018년 1월말 삼성전자 주식을 50대1로 액면분할하기로 했으며 3개월 뒤인 4월에 순환출자 해소의 고삐를 당겼다.

협력업체 소속의 비정규직 8000여명을 삼성전자서비스 정규직으로 직접고용하는 '통큰' 일자리 창출정책도 선보였다. 11년간 논란을 이어온 반도체 근로자 백혈병 사태의 종지부를 찍은 것도 총수인 이 부회장의 결단이 결정적 역할로 작용했다.

삼성전자서비스, 삼성화재, 에스원 등 주요 계열사엔 노동조합도 설립됐다. '노조가 필요없을 정도로 우수한 복지'를 제공한다는 60년 이상의 오랜 경영방침도 깼다. 이를 두고 삼성은 지난해 12월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면서 "앞으로는 임직원 존중의 정신을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이고 건강한 노사문화를 정립하겠다"며 합법적 노조활동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 부회장 본인의 경영 행보에도 점차 속도가 붙었다. 석방 이후 3개월 이상 공식활동을 자제해온 이 부회장은 2018년 7월 인도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처음 만나며 삼성 총수로서 존재감을 보여줬다. 이후 한국 경제계 대표 기업인으로서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인도, 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각국 정상들과 '국빈 네트워크'를 다졌다.

무엇보다 이 부회장은 잘못된 '과거와의 단절'에 전력을 쏟는 모양새다. 자신이 구속되고 삼성이 숱한 사법리스크에 휘둘리게 된 근원적 이유로 꼽히는 정경유착을 비롯한 잘못된 관행 및 악습을 뿌리뽑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10월 10일 오전 충남 아산시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에서 열린 삼성디스플레이 신규 투자 및 상생협력 협약식에 도착, 이재용 부회장과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9.10.10/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10월 10일 오전 충남 아산시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에서 열린 삼성디스플레이 신규 투자 및 상생협력 협약식에 도착, 이재용 부회장과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9.10.10/뉴스1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2일 신년 첫 현장경영으로 화성 반도체연구소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역사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잘못된 관행과 사고는 과감히 폐기하고 미래를 개척해나가자"고 밝혔다. 이같은 이 부회장의 구상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새로 출범한 삼성 준법위원회의 역할론이 더욱 대두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앞서 삼성이 'X파일 사건'과 '김용철 변호사 폭로' 등의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을 당시에도 유사한 형태의 독립 견제기구가 구성됐으나 실효적 성과를 거두지 못한 점을 들며 새롭게 출범한 준법위원회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같은 시선을 의식하고 있는 이 부회장 재판부도 준법위원회의 운영 방향을 검증할 '전문심리위원' 제도를 도입할 방침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우선 삼성에서 준법위원회를 꾸렸고 법원도 이를 수용하기로 한 상황에서 어떻게 운영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면서 "그간 삼성에 비판적 시각을 견지해온 인물들이 준법위원으로 선정돼있으니 향후 행보를 유심히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과 삼성의 향후 행보에 난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검찰 수사 단계인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과 1심이 진행된 노조와해 재판 등 굵직한 이슈들이 산적해 있다. 스마트폰 수요가 정체된 상황에서 메모리 반도체에 의존한 실적 구조를 재편하고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빅데이터 등 미래 먹거리 발굴도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무엇보다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이 현재진행 중이란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법원에서 삼성 준법위원회를 견제할 전문심리위원을 꾸리기로 하면서 공판 절차상 지연은 불가피해졌다. 재판부가 준법위원회를 양형상 참작사유로 고려할 계획인 가운데 전문심리위원이 실질적인 운영과정을 들여다보고 적합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수개월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에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브라질 현장 경영 이틀 째인 27일 오전(현지시간) 삼성전자 마나우스 공장 생산라인 내 스마트폰과 TV조립 공정을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2020.1.28/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브라질 현장 경영 이틀 째인 27일 오전(현지시간) 삼성전자 마나우스 공장 생산라인 내 스마트폰과 TV조립 공정을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2020.1.28/뉴스1



sho21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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