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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1세대 막 내린 재계…설 이후 지배구조재편·소송 총력전

삼성 '준법경영·노사문화' 개선 나설 듯, 현대차는 지배구조개선 재추진 전망
SK-LG '2차 전지 조기 패소 판결' 결과 촉각, 롯데는 호텔롯데 상장 본격 추진

(서울=뉴스1) 류정민 기자 | 2020-01-27 12:09 송고 | 2020-01-28 10:53 최종수정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에서 두번째)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지난 22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 콘서트홀에서 엄수된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영결식에서 헌화 후 나란히 이동하고 있다. 2020.1.22/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에서 두번째)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지난 22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 콘서트홀에서 엄수된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영결식에서 헌화 후 나란히 이동하고 있다. 2020.1.22/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지난 19일 향년 99세를 일기로 별세하면서 한국 산업의 기틀을 닦은 창업 1세대의 시대가 막을 내렸다.
지난해 12월 '신흥 재벌'의 상징과도 같았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 1.5세대 경영인으로 평가받는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별세에 이은 부고 소식으로, 3~4세대가 이끄는 재계는 설 명절 이후 변화와 혁신을 위한 잰걸음을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설 연휴 직전인 지난 20일 미뤄왔던 2020년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삼성전자는 김기남 DS(반도체)부문장(부회장), 김현석 CE(TV·가전)부문장(사장), 고동진 IM(스마트폰)부문장(사장) 등 3인 대표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전경훈 네트워크사업부장 △황성우 종합기술원장 △최윤호 경영지원실장 △박학규 DS 부문 경영지원실장 등 4명의 사장을 새로 발탁해 미래에 대비했다.

최윤호 경영지원실장의 승진 발령의 경우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주문한 '준법 경영'과 최근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의 법정구속으로까지 이어진 '노사 업무'를 챙기기 위한 인사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의 경영지원실장 삼성전자의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재무뿐 아니라 노사 업무 등 회사 운영 전반을 총괄하는 핵심 인사다.

또 노태문 사장을 스마트폰을 총괄하는 IM부문 무선사업부장에 임명, 5G와 폴더블폰 경쟁에도 대비했다. 삼성은 2세대 경영인인 이건희 회장이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병상에 누운 이후 이재용 부회장이 이끌고 있으며, 공정거래위원회는 2018년 이 부회장을 삼성의 총수로 지정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명예회장의 빈소 조문을 마치고 장례식장을 나서고 있다. 2020.1.20/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명예회장의 빈소 조문을 마치고 장례식장을 나서고 있다. 2020.1.20/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을 두고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을 정점으로 하는 지배구조 재편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설 연휴를 앞두고 미국의 행동주의 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보유했던 현대자동차그룹 지분을 모두 처분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엘리엇은 2018년 4월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 3곳의 지분을 10억달러 규모로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를 지배회사로 만들어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추진 중이었지만 지분 가치를 높이려는 엘리엇의 공세에 가로막혀 이를 중단했다.

현대차그룹도 2세대인 정몽구 회장이 2016년 말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사건 국회 청문회 이후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2020.1.2/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2020.1.2/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SK그룹은 설 연휴 이후로 예상되는 LG와의 전기차 배터리 소송전 '조기 패소 판결' 결과에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배터리는 반도체, 소재, 바이오와 함께 SK그룹의 미래성장 동력으로 이번 소송전 결과에 따라 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4월 전기차 배터리 관련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SK이노베이션을 제소했다. 이와 관련해 LG화학은 지난해 11월 'SK이노베이션이 조직적·고의적으로 광범위하게 증거를 인멸했고, 포렌식 명령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기에 패소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조기 패소 판결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일부 증거 보존이 매끄럽지 못했지만, 고의성은 없었고, 증거 보존을 위해 노력했다"며 LG화학의 요청은 기각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태원 회장은 창업주이자 큰 아버지인 고(故) 최종건 회장과 부친인 고 최종현 회장에 이어 SK그룹을 이끌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부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에도 대비해야 한다. 노 관장은 최태원 회장이 보유한 SK㈜의 지분의 42.3%를 분할해달라고 청구했다.

지난해 2018년 9월 평양 목란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환영 만찬에 참석한 구광모 LG회장(왼쪽)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이 한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 있다.© 뉴스1
지난해 2018년 9월 평양 목란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환영 만찬에 참석한 구광모 LG회장(왼쪽)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이 한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 있다.© 뉴스1

LG그룹 역시 SK와의 배터리 소송전에 관심을 기울이는 한편, 인공지능(AI)·5G 등 미래 먹거리 분야의 사업 경쟁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4세대 경영인인 구광모 회장은 지난해 12월 별세한 구자경 명예회장의 차남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 친아버지이지만, LG그룹의 장자승계 원칙에 따라 3대 회장이자 큰아버지인 고 구본무 회장의 양자로 입적했다.

롯데그룹은 지배구조 재편의 완성을 위한 호텔롯데의 상장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형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한국 롯데그룹을 일본 롯데 지배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는 일본 롯데홀딩스(지분율 19.07%)이며, 일본 롯데 계열사들이 지분 99.28%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는 호텔롯데를 상장하면서 구주매출을 통해 일본 롯데 계열사의 지분율을 절반 이하로 낮출 계획이다. 호텔롯데 상장을 위한 관건은 주요 사업부문인 롯데면세점의 실적으로, 면세점 사업의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한 롯데그룹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예상된다. 롯데그룹은 호텔롯데의 상장에 대비해 롯데지주에서 재무 업무를 총괄했던 이봉철 사장을 호텔&서비스부문장에 임명했다.

지난 22일 오전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운구행렬이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 주변을 돌고 있다. 2020.1.22/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지난 22일 오전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운구행렬이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 주변을 돌고 있다. 2020.1.22/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ryupd01@new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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