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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폐쇄 4년…"내년 설에는 직원들에게 보너스 줄 수 있을까요"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 "제 때 월급도 못주는 기업 많아"
'달러박스설' 사실 아냐…정말 우려되면 다른 방식으로라도 재개 필요

(서울=뉴스1) 진행=최동현 기자, 조현기 기자 | 2020-01-27 07:30 송고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이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개성공단기업협회 사무실애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1.21/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이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개성공단기업협회 사무실애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1.21/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4년이 지났습니다…"

"직원들에게 설 상여금을 주고 싶습니다. 그런데 현재 월급조차 제 날짜에 제대로 주지 못하는 기업들이 많아 미안합니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의 말이다. 다음달 10일이면, 개성공단이 폐쇄된지 4년이 된다. <뉴스1>은 설 연휴 직전인 지난 21일 서울 영등포구 개성공단기업협회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정 회장은 이번 설에도 직원들에게 설 상여금을 못 줘서 면목이 없다고 고개를 떨궜다.

또 일부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은 월급도 제대로 주지 못했다. 회사를 문 닫는 경우까지 발생해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다시 한 번 머리를 숙였다.

특히 그는 개성공단 재개 및 개성공단 기업에 대한 일부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한 듯 인터뷰 내내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그렇지만 정 회장은 국민들에게 개성공단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통해 개성공단 재개를 위해 힘을 보태주시길 부탁드린다며 여러 차례 간절히 호소했다.

정부는 지난 2016년 2월10일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로켓) 발사 등을 이유로 개성공단을 폐쇄했다. 이후 입주기업들은 총 8차례에 걸쳐 개성공단 방문을 신청했지만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지난해 5월 협회는 통일부에 9차 방북 신청을 하고 현재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다.
지난 2016년 2월 11일,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국사무소에 개성공단에서 물건을 가득 싣고 철수한 차량들이 입경하고 있다. 2016.2.11/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지난 2016년 2월 11일,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국사무소에 개성공단에서 물건을 가득 싣고 철수한 차량들이 입경하고 있다. 2016.2.11/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 '달러박스설' 사실 아냐…정말 우려되면 다른 방식으로라도 공단 재개 방식 찾을 때

정 회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개성공단을 재개하지 않는 이유보다는 개성공단을 재개할 방법을 찾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달러박스설'(개성공단 자금 = 북한 핵무기 개발)과 '북측 임금 핵개발 전용설' 만큼은 이제 바로 잡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만약 개성공단 임금이 북한 핵개발 전용이 우려된다면, 현물 거래를 비롯해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지금까진 개성공단을 재개하지 않을 이유를 찾는데 집중했다면 이제부터는 개성공단을 실질적으로 재개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때라고 역설했다.

정 회장은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공단 운영 비용이 실제 북한 핵무기 개발에 들어가지 않았다"며 "특히 지난해는 직접 미국 국무부를 방문해서는 객관적인 자료와 데이터를 갖고 설득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성공단 총 11년 동안 들어간 돈은 5억5000만달러다. 그리고 개성공단에 가장 많은 돈이 들어간 해가 약 1억달러 수준"이라며 "하지만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개성공단 설립 이전인 1990년대부터 계속해 왔다. 또 개성공단으로 들어간 돈은 전체가 북한 당국으로 들어가는게 아니라, 5만4000명 근로자를 비롯해 개성 시민 20만명의 생활비로도 쓰인다. 그런데 이 돈을 핵무기로 전용하면, 얼마나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개성공단 재개를 비판하시는 분들의 말처럼) 만일 정말로 개성공단에 달러박스, 캐시 플로우 문제가 있다면 (월급을)곡물이나 쌀, 생필품 등 현물로 줄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하면 된다"며 "한·미 정부가 실질적으로 공단을 재가동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그동안 개성공단 재개를 막는 대표적인 근거로 활용되고 있는 '달러박스설'을 깨기 위해 개성공단 운영자금에 대한 빅데이터를 분석해 자금과 관련한 객관적인 통계와 분석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다. 협회는 통계와 분석 결과를 갖고 지난해 6월 관련 통계와 자료을 직접 갖고 미국 국무부, 미국 의회 등을 방문해 한반도 문제 담당자들을 만났다.

개성공단 근로자들이 일하는 모습  (뉴스1 DB)  © 뉴스1
개성공단 근로자들이 일하는 모습  (뉴스1 DB)  © 뉴스1

◇ 文 정부, 개성공단 재개 통해 우리 경제 활력시킬 수 있는 마중물 만들어주길

정 회장은 개성공단 재개는 침체된 우리 경제에 활력을 줄 수 있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문재인 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이 '마중물'을 꼭 살려줄 것을 부탁했다.

그는 "우리는 자선사업가가 아닌, 기업가다. 사업을 계속하고, 이익을 창출하기위해 북한에 간 것이지 퍼주러 간 것이 아니다"며 "우리나라는 고도 성장시기를 지나 여러가지 면에서 한계에 처해있다. 남북 경제 협력, 개성공단 재개는 이같은 상황에서 상당한 돌파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개성공단 재개는 개성 입주기업뿐만 아니라, 국내 경기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며 "개성공단 재개는 남과 북이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또 "개성공단에서 제품을 생산할 때는 국내산 자재를 쓴다. 예를 들어 옷을 만들게 되면, 국내 원단 시장에서 자재를 떼어가는게 경제적으로 저렴해 많은 양의 자재를 떼갔다"며 "하지만 개성공단 철수 후, 베트남으로 간 일부 입주 기업들은 물류 비용 문제로 베트남산, 중국산 자재를 사용하고 있다"고 예를 들어 설명했다.

특히 정 회장은 남북경협에 많은 관심을 갖은 문재인 정부에 대해 기대와 실망이 교차하지만, 꼭 개성 공단의 재개를 위해 힘써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지난 1년 동안 기대와 실망이 교차하고, 북미 교착상태가 쉽게 풀리지 않아 안타깝고 답답하다"며 "이같은 북미 관계 속에서, 우리나라의 운신 폭이 없는 현실을 보면서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우리 국익과 미국의 국익은 항상 일치할 수 없고, 우리의 입장이 다를 경우도 있을 수 있다"며 "물론 올해 선거가 있어 예민할 수 있겠지만, 우리 정부가 좀 더 자주성을 갖고 '할 수 있는 것'을 해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개성공단기업협회 사무실애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1.21/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경기도 파주 도라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전경. (뉴스1 DB) 2019.2.27/뉴스1
 경기도 파주 도라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전경. (뉴스1 DB) 2019.2.27/뉴스1



choh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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