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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동의없이 오른쪽 폐 일부 제거…法 "11억 배상하라"

변호사 A씨, 서울성모병원 상대 일부승소
검체 판독 후 '악성종양' 진단 안됐지만, 폐 절제해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2020-01-24 11:48 송고 | 2020-01-24 15:07 최종수정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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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핵 원인균을 찾기 위해 폐 조직검사를 하자고 한 뒤, 사전동의 없이 전신 마취 상태인 환자의 폐를 절제해버린 흉부외과 교수에게 법원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9부(부장판사 이창형)는 K법무법인 소속 변호사 A씨가 서울성모병원 흉부외과 B교수와 서울성모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11억583만원을 공동 배상하라"며 원심과 같이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했다.

지난 2016년 2월11일 A씨는 서울성모병원을 찾아 흉부CT 검사를 받았다. A씨는 이전에도 결핵을 앓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A씨는 수차례 호흡기내과에 내원해 흉부방사선검사, 기관지 내시경검사 등을 받았지만 원인균이 검출되지 않았다. 또 항생제와 항결핵제 등을 처방받았지만 낫지 않았다.

같은 해 6월20일 그간 진료를 담당해오던 서울성모병원 호흡기내과 의사 C씨는 A씨에게 "약을 복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병변이 확장되는 양상을 보인다"며 "결핵이 아닌 희귀 원인균에 의한 폐렴일 수도 있다. 조직검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동의한 A씨는 병원에 입원했고, 의사 C씨는 조직검사를 담당하는 흉부외과 소속 B교수에게 협진의뢰를 했다.

폐 조직검사(쐐기절제술)는 폐의 말초조직을 약 5.9㎝×3.7㎝×2.2㎝를 쐐기 모양을 잘라 악성종양 여부 등을 판독하는 검사다. 검사실로 보내진 조직의 판독 결과는 통상 바로 나온다. 악성 종양일 경우 폐를 절제하거나 적절한 처치를 하기도 한다. 

약 일주일 뒤인 6월28일 A씨는 폐 조직검사를 받았고, 조직 검사 결과 '악성 종양 세포가 없는 염증 소견'으로 나왔다.

이에 B교수는 "폐 부위에 염증이 있어서 잘 치유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최종 병리판독을 하더라도 원인균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며 우상엽(폐의 우측 상부)을 잘랐다. 

그러나 며칠 뒤 최종 병리판독 결과가 나왔고, '결핵'으로 진단됐다. 이에 A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B교수는 "폐를 절제하는 것이 확진과 함께 병이 빠르고 깨끗하게 나을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이라며 "오른쪽 폐는 이미 만성염증으로 폐기능이 심히 저하돼있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호흡기내과 의사 C씨가 B교수에게 조직검사를 의뢰한 목적은 원인균을 파악 후 약물치료를 하기 위함이었던 점 △조직검사 당시 악성 종양 세포가 없는 점이 확인된 점 △수술 전 흉부CT에서도 오른쪽 폐 기능이 소실됐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들어 폐절제술을 시행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서울성모병원 측은 A씨가 폐절제술에 대해 말로 설명하자 고개를 슬쩍 끄덕였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며 "A씨는 쐐기절제술로 폐를 절제하는 것 조차에서도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책임 범위에 대해서 "B교수는 선량한 주의의무와 설명의무를 각 위반해 A씨의 동의 없이 오른쪽 폐를 절제했다"며 "다만 과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모든 손해를 B교수와 서울성모병원 측에 부담시키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책임범위를 70%로 제한했다.

이에 1심 재판부는 위자료 3000만원, 월 소득 등을 고려해 14억4035만원을 공동 배상하라고 판단했다.

해당 판결에 불복한 A씨와 B교수는 쌍방항소했고, 사건은 서울고법으로 넘어왔다.

2심도 1심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다만 A씨의 수입이 1심에서 과다산정 돼 손해배상액은 2심에서 3억원 가량 줄어들었다.

하지만 해당 판결에 불복한 B교수와 서울성모병원 측은 지난 23일 대법원에 상고했다.

한편 B교수는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됐으며, 현재 형사 1심 재판이 진행중이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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