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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스마트공장, 韓 제조업 역사 다시 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필수…생산성·고용↑, 불량률·산업재해↓
'해외판로 지원정책 후퇴' 지적도…범부처 총괄타워 필요성

(서울=뉴스1) 심언기 기자, 조현기 기자 | 2020-01-24 10:01 송고
스마트공장을 도입한 (주)에이비메디컬 작업 현장 모습.(중소벤처기업부 제공)© 뉴스1
스마트공장을 도입한 (주)에이비메디컬 작업 현장 모습.(중소벤처기업부 제공)© 뉴스1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공장이 변신하고 있다. 정보통신(IT) 기술이 제조공정에 도입되면서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높아진 반면 불량률은 떨어지고 있다. 이른바 '스마트 공장'이 가져온 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특히 중국과 베트남 등에 밀려 설자리를 잃어가던 국내 제조업은 스마트 공장에서 해답을 찾아가고 있다. 더 이상 해외로 공장을 옮기지 않아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희망이 싹트고 있다. 절대 풀 수 없는 방정식 같았던 일자리 역시 해법의 실마리를 찾았다. 

스마트공장 도입 초기인 현재까지는 생산성이 늘면서도 일자리도 함께 증가하는 긍정적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스마트공장의 고도화로의 정책 방향도 환영하는 시각이 많다. 다만 늘어난 생산성에 발맞춘 해외시장 개척 등 판로확보 정책과의 연계 문제는 여전한 과제로 지적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경북 포항 포스코 스마트공장 제2고로에서 근로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20.1.9/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9일 경북 포항 포스코 스마트공장 제2고로에서 근로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20.1.9/뉴스1

◇생산성·고용↑, 불량률·산업재해↓…"스마트공장, 생존을 위한 선택"

스마트공장 도입의 긍정적 효과는 실제 지표로도 확인되고 있다. 24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장을 대상으로 추적조사를 진행한 결과 △기업생산성 30.0%↑ △불량률 43.5%↓ △산업재해 22%↓ △기업당 고용 3명↑ 등의 효과가 확인됐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할 부분은 스마트공장 도입기업의 고용이 평균 3명 증가했다는 대목이다. 스마트공정이 기존 근로자의 일자리를 잠식할 것이란 일반적 인식과는 반대로 오히려 고용을 늘리는 긍정적 효과를 냈기 때문이다.

스마트공장은 불량률을 떨어뜨리고 생산효율은 끌어올리는데 기여한다. 생산효율의 증가는 생산원가 절감으로 이어지고 이는 곧 해당 기업의 가격경쟁력을 강화시킨다. 이를 토대로 영업력이 강화되고 판로가 확대되면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인력충원의 선순환을 이뤄지게 되는 셈이다.

경기 시흥에 위치한 기능성 밸브 생산업체 '우림하이테크' 사례가 대표적이다. LEVEL 1~2단계 수준의 생산관리시스템(MES) 구축 지원을 받은 우림하이테크는 스마트공장 도입 후 불량률은 0% 근접했고, 생산효율은 15% 증가, 제조원가 30% 이상 절감 효과를 봤다.

우림하이테크의 수출액은 2014년 10만달러 수준에서 스마트공장 도입 2년 만인 2016년 250만달러를 돌파했다. 수출액이 무려 25배 증가했다. 지난해엔 우즈베키스탄에서 17억원 상당의 계약을 수주하는 등 해외진출에도 나서면서 직원수도 20명에서 35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렸다. 

농기계 트랙터용 캐빈 개발업체 '동성사' 역시 정부와 삼성전자의 도움을 받아 LEVEL 2.5 수준의 스마트공장을 구축했다. 2016년 매출 71억원, 직원수 55명이던 동성사는 지난해 매출 103억원, 직원수 86명으로 증가했다.

정철영 동성사 대표이사는 "시대가 변하며 제조공장도 잘못하면 길거리에 나앉는거 아니냐는 생각에 큰일났다 싶었다. 종업원 구인은 갈수록 힘들고 사람을 못 구해 일을 못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압박감은 점점 커졌었다"며 "스마트공장은 사활과 생명이 걸린 일이었다"고 회상한다.

대한시스텍(주) 작업 모습.(중소벤처기업부 제공)© 뉴스1
대한시스텍(주) 작업 모습.(중소벤처기업부 제공)© 뉴스1

◇스마트공장 확산사업 이제 '걸음마'…도입 쉽고, 효과는 즉각적

스마트공장은 데이터에 기반해 제품의 생산과정을 컨트롤하고 개선해 나가는 지능형 공장을 총칭한다. 단순히 정해진 프로그램에 따라 찍어내듯 생산해내는 자동화를 넘어서 제품 생산과정의 비효율을 짚어내고 문제점을 추적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최소 비용과 시간으로 최적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스마트공장은 모든 공정이 자동화돼 인간의 노동력 대부분을 대체하는 생산시스템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다. 그러나 스마트화 수준에 따른 생산성 차이는 상당하다. 낮은 수준의 스마트공장에서는 기초적인 모니터링과 점검 정도만을 제공하는데, 이 수준의 개선만으로도 낙후된 현장에서는 기존에 비해 큰 폭의 생산성 향상이 가능하다.

스마트공장은 현재 수준 고도화 수준에 따라 'LEVEL 1'부터 'LEVEL 5'까지 5단계로 구분한다. LEVEL 1 수준에서는 자재 식별 정도에만 IoT 기술이 적용된다. 주로 바코드와 RFID(무선 주파수 인식)를 통해 부분적 표준화 및 데이터 관리의 기초적 수치 정도를 제공한다.

LEVEL 2 단계에서는 센서를 활용한 사물인터넷이 작업자와 설비, 자재 등에 적용돼 생산정보의 모니터링이 실시간으로 가능한 수준이다. LEVEL 3는 센서에 더해 분석도구가 결합, 수집된 정보를 분석해 제어가 가능한 수준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스마트공장 보급사업은 LEVEL 1~3 수준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초보적 수준의 효율화 달성만으로도 생산력 개선 효과가 뚜렷하고, 투입되는 금액과 기간도 짧아 만족도가 높다. 뒤집어 생각해보면 우리 제조업 현장이 그만큼 낙후돼 있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인간의 노동력 대부분을 유의미하게 대신할 수 있는 스마트공장은 대개 LEVEL 4 이상을 최소 조건으로 본다. LEVEL 4 단계의 스마트공장은 작업자와 설비, 자재, 운전조건을 연결해 센서 제어기와 최적화 도구를 사용해 최적의 생산효율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한다. 공정운영 시뮬레이션을 통해 사전 대응이 가능한 수준 정도가 LEVEL 4 단계로 일컬어진다.

가장 고도화된 LEVEL 5 수준에서는 작업자와 설비, 자재, 운전조건에 외부환경까지 사물인터넷으로 연결한 상태를 말한다. 인공지능과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등을 활용해 모니터링부터 제어, 최적화까지 자율로 진행하는 수준이다. 최적화를 넘어 맞춤 및 자율 생산이 가능한 단계다.

◇사업추진 5년만에 예산 50배↑… 민간·지역 이양 추세도 뚜렷

스마트공장 추진은 중소기업기술혁신 촉진법 제17조의3 '중소기업의 생산환경 개선 및 생산성 향상을 위한 지원'에 근거해 지난 2014년 첫발을 뗐다.

제도지원 첫해 스마트공장 도입기업 277개사를 기록한 이후 지원규모는 매년 큰 폭으로 확대돼 왔다. 스마트공장 도입기업은 누적 기준 △2015년 1240개사 △2016년 2800개사 △2017년 5003개사 △2018년 7903개사를 기록했다. 2019년까지 1만여개를 돌파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도입기업의 생산성·품질 향상 및 원가절감 효과가 뚜렷한 지표로 나타나면서 정부도 보다 공격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2015년 80억원에 불과했던 스마트공장 지원예산은 △2016년 519억5000만원 △2017년 652억8500만원 △2018년 1351억5900만원 △2019년 3988억5400만원 등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특히 지난 2017년 대통령 주재 혁신성장회의에서 정부 8대 혁신성장 사업의 하나로 '스마트공장 보급·확산'이 선정되면서 정책지원은 날개를 달았다. 올해 집행예산은 4150억원으로 5년만에 50배 이상 증가했다.

정부는 제조업 스마트공장 도입기업 목표를 당초 2만개에서 2022년까지 3만개로 확대했다. 정책시행 초기에는 중앙정부가 보급사업을 주도했지만, 점차 민간과 지역을 중심으로 한 보급체계 구축으로 스마트공장 보급사업 방향도 선회하고 있다.

2018년 기준 스마트공장 보급사업에 민간 출연은 4개 대기업 121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에는 8개 대기업과 공공기관에서 210억원 가량을 잠정 출연한 것으로 집계됐다. 1년새 2배가 증가한 셈이다. 2018년 108억원을 투입한 지자체는 2019년에는 16개 지자체에서 488억원을 지원하는 등 민간·지역으로 사업이관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민간·지역 중심의 스마트공장 보급을 위한 관련 전문인력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대기업 퇴직 전문인력을 채용해 스마트공장 도입기업에 파견,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하고 현장에서 발생하는 기술애로 해결을 돕고 있다. 또 스마트공장 거점 특성화고등학교로 13개교를 지정하고, 스마트공장 배움터 2개소도 구축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 출범식 및 스마트공장 상생 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2019.7.2/뉴스1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 출범식 및 스마트공장 상생 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2019.7.2/뉴스1

◇중기부, 스마트공장 컨트롤타워 신설…해외판로 정책 '아쉬움'


스마트공장 성과에 고무된 정부는 민간대기업·지방과 중소기업 매칭을 통한 양적 확대 뿐 아니라 질적 확대도 함께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저레벨 스마트공장 보급 확산은 지속하는 한편, 레벨 3~4 수준의 스마트공장 고도화도 병행 추진하는 방향으로 정책 무게추를 옮기고 있다.

정부는 이같은 정책을 진두지휘하고 실현해 내기 위한 컨트롤타워도 새롭게 구성했다. 중기부는 '중소기업스마트제조혁신기획단'을 국장급 조직으로 신설하고 산하에 '제조혁신정책과'와 '제조혁신지원과'를 두는 직제개편을 단행했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2022년까지 스마트공장 3만개를 도입할 계획"이라며 "단순한 스마트공장 도입과 보급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공장의 단계별 고도화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소기업이 스마트공장 고도화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해 데이터를 축적해 나간다면 더 똑똑한 스마트공장으로서 신산업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마트공장 도입으로 높아진 생산성을 유지·확대하기 위해선 꾸준한 공급처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스마트공장 도입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중소기업일수록 판로 확보 여부는 기업의 생사를 가르는 핵심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기부 해외시장정책국이 폐지되면서 판로확보 지원 정책은 오히려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시장정책국 기능은 중기부 중소기업정책실 산하로 분산 이관됐다. 생산성을 높이는 정책과 판로확보 정책이 서로 엇박자를 낸 셈이다.

중소기업계 한 관계자는 "스마트공장을 늘리는 정책을 쓰면서 한편으로 해외시장 개척과 진출을 돕는 부서가 축소되는 것은 모순된다"며 "규모가 작고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수출을 하기 위해선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 다른 공공기관 관계자는 "코트라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외교부, 산업부 등에 분산돼있는 정부의 해외판로 지원기능을 총괄할 전담부서가 꼭 필요하다"며 "현 체제에서는 각 부처간 이해관계에 따라 권한은 다투고 책임은 미루는 부작용을 해소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eonk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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