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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인터뷰] '기생충 다송이' 정현준 "봉준호 감독님 무릎은 내 전용석, 세배하고파요"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2020-01-25 06:00 송고 | 2020-01-25 09:45 최종수정
배우 정현준 / 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공손한 인사 후, 이내 두손을 내밀어 "세뱃돈 주세요"라며 눈을 반짝이는 모습은 영락없는 장난꾸러기 초등학생이다. 아역배우 정현준(9)은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의 다송이 역으로 많은 관객들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아직 어린 나이지만 '기생충'이 해외 영화제와 미국 유명 영화 시상식에서 수상 행렬을 이어가고 있는 사실을 안다. 며칠 전에는 가족들과 함께 제26회 미국배우조합상 시상식(Screen Actors Guild Awards, 이하 SAG) 수상 장면을 실시간으로 보기도 했단다.

"가슴이 벅찼어요.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으로 보다가 끊겨서 다시 틀었는데 딱 '패러사이트!'라고 외칠 때인 거예요. 두근두근했어요. 엄마랑 소리도 지르고요."
배우 정현준 / 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배우 정현준 / 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벌써 '기생충'을 촬영한 것이 2년 전이다. 그때는 더 어릴 때라 기억이 많이 남아있지는 않는단다. 앞서 한 편의 영화를 출연하고, 2번째로 찍은 작품이 '기생충'이었다. '기생충'을 촬영하면서 무엇이 가장 즐거웠느냐고 물으니 "강아지들과 마당에서 노는 게 좋았다"는, 아이다운 대답이 돌아왔다.

"준이 베리 푸푸(극중 박사장(이선균 분)과 연교(조여정 분) 부부가 키우는 강아지 이름)랑 마당에서 노는 게 좋았어요. 강아지를 그렇게 좋아하는 건 아니에요. 어렸을 때 어떤 강아지가 물려고 해서 트라우마가 생겼었거든요. 그런데 준이 베리 푸푸랑 친해지면서 극복된 것 같아요."

정현준은 자신이 연기한 다송이를 어떻게 이해했을까? 그는 "자기만의 세계가 있는, 자기가 인디언이라고 생각하는 그런 꼬마아이"라고 제법 의젓하게 답했다. 이어 실제로는 다송이처럼 인디언 놀이를 하지는 않고 마셜 아트(?)를 한다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배우 정현준 / 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덤블링을 하거나 높은 곳에서 떨어진 후에 바로 하는 앞구르기 같은 걸 잘해요. 그런데 엄마가 위험해서 하지 말라고 하셔서 이제는 안 해요."

함께 '기생충'을 찍었던 선배 배우들은 친절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배우가 있느냐고 물어보니 "문광 아주머니"라고 했다. 극 중 문광 역을 맡은 배우 이정은을 말하는 것이었다.  

"쉬는 시간이나 촬영 중간에 쉴 때 문광 아주머니가 같이 놀아주셨어요. 그래서 놀아주는 장면에서도 쉽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저를 이렇게 던졌다가 다시 받아 들어주고 하셨어요. 다른 배우님들도 배려를 많이 해주셔서 고마웠어요. 모르는 거나 어색한 게 있을 때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친절하게 알려주셨어요."

영화를 찍으면서 힘든 점은 크게 없었다. 좋은 기억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특히 봉준호 감독은 촬영장 막내인 정현준을 아껴줬다. 정현준은 "모니터를 할 때 저의 전용 의자는 감독님 무릎이었죠"라며 봉준호 감독을 "포근한 분"이라고 기억했다.

"봉준호 감독님은 포근한 분이에요. 모니터할 때 제 전용 의자가 감독님 무릎이었거든요. 엄청 포근했어요. 제가 맨날 감독님 무릎만 앉으면 갑자기 몸이 축 처져요. 너무 편안해서요. 약간 옷장 안에서 자는 느낌 같아요."
배우 정현준 / 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봉준호 감독과의 첫 만남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를 찍으면서 어떤 얘기들을 해줬는지는 또렷이 기억했다.

"늘 '현준이 하고 싶은대로 연기해'라고 말하셨어요. 칭찬도 많이 해주셨어요. (옆자리 엄마를 바라보며) 상당히 많이 해주셨죠? 그런데 저는 발연기였던 것 같아요. 다 발연기였어요. '기생충' 촬영은 먹고 놀고 '꿀 촬영'이었던 것 같아요."

'기생충' 이후에는 SBS 드라마 '배가본드'에 나왔다. 극 중 차달건(이승기 분)의 조카로 등장했다.

"액션을 많이 할 줄 알았는데 울기만 했어요. 오래 펑펑 우는 연기요. 친구들이 이승기 삼촌이랑 드라마에 나온 걸 안 믿어요. 촬영했다고 하면서 같이 찍은 사진도 보여줬는데 놀리면서 안 믿어주고 잘난척쟁이래요. 친구들 중에서 지우 서연이 두 명이 안 믿었어요. 그래서 저는 한번씩 화가 날 때 이렇게 얘기해줘요. '믿지마 이 짜식들아'."(웃음)
'기생충' 스틸 컷 © 뉴스1
정현준은 어린 시절부터 TV를 보고 개그나 연기를 잘 따라했다. 이를 유심히 본 부모님이 연기를 제안했고, 지금까지 재밌게 연기자 생활을 하고 있다. 정작 꿈은 배우가 아닌 '웹툰 작가'다.

"연기 말고 가장 좋아하는 건 만화책을 그리는 일이에요. 제가 그린 만화책이 있거든요. '벤오&찰스'라는 만화책이에요. 벤오랑 찰스가 절친인데 그 둘이 겪는 이야기를 그려요. 둘이 개구리가 되기도 하고, '고스트 버스터즈' '개미 버스터즈'가 되기도 해요. 형(친형)이 그 만화책이 재밌으니까 자꾸 보려고 해요. 절 알아주는 사람은 우리 형밖에 없어요. 친구들도 제 만화책을 재밌어해요. 이제 거의 3권이 끝나가요. 오늘 노트가 오겠지 엄마?"

정현준에게 훗날 어떤 어른이 되고 싶으냐고 물었다.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했다. 짜증이 날 때 나쁜 말을 쓰는 것에 대해 반성하는 의미가 담긴 말이었다. 

"지혜로우면 착하기도 하고요. 지금 저는 지혜롭지 않아요. 뭔가 그래요. 한번씩 짜증날 때 나쁜 말을 쓰고는 해요. '젠장' 아니면 '이런 씨' 하고요. (옆에서 놀란 엄마에게) 엄마, 그냥 '씨'까지만 하는 거예요."
배우 정현준 / 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배우 정현준 / 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여러 작품에 출연하느라 바쁜 한해를 보낸 정현준은 2020년에는 더 좋은 작품들에 출연해 감동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현재는 영화 '특송'의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기생충'에서 만난 박소담과 두번째로 함께 하는 작품이다.

정현준이 설날 가장 세배하고 싶은 사람은 봉준호 감독이다. 오랫동안 못 본 봉 감독이 보고싶단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좋은 결과를 바라는 마음은 '기생충'에 나왔던 여느 배우와 다르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가장 큰 기대를 갖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느 배우보다 큰 기대감이 담긴 이야기를 해줬기 때문이다. 

정현준은 "(설날에 할 수 있다면) 봉준호 감독님께 가장 먼저 세배를 하고 싶어요"라며 "감독님을 못 뵌지 오래됐으니까 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아카데미 시상식은 아직 긴장을 풀면 안 될 것 같아요"라며, '기생충'이 무슨 상을 받으면 좋겠냐란 물음엔 "베스트의 베스트의 베스트의 베스트의…우주 끝까지 베스트의 베스트의 베스트의 베스트의 무한의……베스트의 베스트의 베스트의 왕국의 베스트의…(이후로도 '베스트의'를 수십번 반복했다) 베스트의 상을 받았으면 좋겠어요"라고 답했다. 
'기생충' 스틸 컷 © 뉴스1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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