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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경고속 신뢰 재확인…윤석열 "우리도 바꿔야"(종합)

신년기자회견서 강한 톤 비판…윤석열 거취엔 선 그어
尹 "형사문제로 해결 아닌 것 비형사화해야" 발언 주목

(서울=뉴스1) 김현 기자, 박승주 기자 | 2020-01-14 20:38 송고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0년 신년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20.1.14/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최근 청와대를 겨냥한 수사와 검찰 고위간부 인사 등을 놓고 청와대 및 법무부 등 여권과 각을 세우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공개 경고 메시지를 냈다. 다만 윤 총장의 거취와 관련해선 신임 의사를 내비치며 '해임 가능성'엔 선을 그었다. 대검찰청은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청와대 영빈관에서 취임 후 세 번째 신년기자회견을 열고 "검찰개혁은 검찰 스스로 '우리가 주체'라는 인식을 가져줘야만 가능하고 검찰총장이 가장 앞장서줘야만 수사 관행뿐 아니라 조직문화의 변화까지 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윤 총장에게 검찰개혁을 주도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 수사와 관련해 "수사권이 절제되지 못한다거나 피의사실공표가 이뤄져 여론몰이를 한다거나 하는 초법적 권력과 권한이 행사된다고 국민이 느끼고 있기에 검찰개혁이 요구되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검찰 권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검찰의 기소 독점이 유지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여권에서 최근 검찰 수사에 대해 '과잉수사', '보여주기식 수사'라는 비판을 하는 것을 염두에 둔 듯, "어떤 사건에 대해 선택적으로 열심히 수사하고, 어떤 사건은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다면 국민에게 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며 "요즘 일어나는 많은 일은 검찰 스스로가 성찰할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지난 8일 정부가 단행한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두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이 날 선 신경전을 편 데 대해 "수사권은 검찰에 있지만 인사권은 장관과 대통령에게 있다"며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에게 (인사에 대해) 의견을 개진할 기회를 줬다. (그런데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이 먼저 인사안을 보여달라고 하고, 제3의 장소에 (인사)명단을 가져와야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고 한 것은 인사프로세스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강한 톤으로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다만 윤 총장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선 선을 그었다. 최근 여권에서는 이번 검찰 고위간부 인사 당시 윤 총장의 행보를 두고 '항명'이라며 해임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던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윤 총장에 대한 신임 의사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그 한 건으로 윤 총장을 평가하고 싶지 않다"며 "윤 총장은 엄정한 수사, 권력에 굴하지 않는 수사로 이미 국민에게 신뢰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검찰도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하는 기관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비판받는 조직문화, 수사 관행을 고쳐나가는 일에 앞장서 준다면 국민들로부터 훨씬 더 많은 신뢰를 받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언급을 종합하면, 윤 총장을 향해 그간 검찰 수사나 인사를 둘러싼 갈등에 대해 경고의 메시지를 내는 한편, 윤 총장에 대한 신임 의사를 밝히면서 앞으로 조직문화와 수사관행 개선 등의 검찰개혁에 나서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은 문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국민이 보고 판단하지 않겠느냐"라고 원론적인 언급만 내놨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이 14일 오전 충북 진천군 법무연수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0.1.14/뉴스1 © News1 김용빈 기자

윤 총장은 이날 오전 11시 충북 진천에 있는 법무연수원에서 부장검사 승진 대상인 사법연수원 34기 검사들을 상대로 강연이 있었던 만큼 문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차량으로 이동하면서 시청했을 것으로 보인다.

강연에서 윤 총장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과 관련해 "우리도 바꿀 것은 많이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윤 총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의 국회 통과로 향후 형사사법시스템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고 대검찰청도 후속 조치를 당장 준비하겠단 뜻을 밝혔다.

윤 총장은 "형사사법 시스템의 변화에 따라 검사의 본질을 깊이 성찰해야 할 시기가 됐다"며 "구성요건만이 아니라 가벌성을 따지고, 공적 자원을 투입해서 해야 할 일인지도 따져, 형사 문제로 해결할 일이 아닌 것은 비형사화하는 등 우리도 바꿀 것은 많이 바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총장은 후배검사들을 다독이는 메시지도 이어나갔다. 그는 "수사, 소추, 형사사법 시스템 프로세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검사의 역할"이라며 "검사는 형사사법 절차를 끌고 나가는 리더"라고 했다 한다.

윤 총장은 또 "호흡을 길게 하면서 검사의 본질적 권한과 책무가 뭔지를 생각해, 형사소송법상 검사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문 대통령의 기자회견 도중이던 오전 10시30분쯤 문무일 전 총장 당시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업무를 담당했던 김웅(49·사법연수원 29기) 법무연수원 교수가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다. 이날 윤 총장은 법무연수원에서 김 교수에게 위로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par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