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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박한 도움이 필요한 세상의 아이콘, 그레타 툰베리

[NYT 터닝포인트]영화 '블랙스완' 감독 대런 애러노프스키

(서울=뉴스1) 이원준 기자 | 2020-01-02 10:20 송고
편집자주 '사실 앞에 겸손한 정통 민영 뉴스통신' 뉴스1이 뉴욕타임스(NYT)와 함께 펴내는 '뉴욕타임스 터닝 포인트 2020'이 발간됐다. '터닝 포인트'는 전 세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분야별 '전환점'을 짚어 독자 스스로 미래를 판단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지침서다. 올해의 주제는 '도전의 시대 새로운 희망: 시험대 오른 민주주의'이다. 격변하고 있는 전 세계 질서 속에서 어떤 가치가 중심이 될 것인지를 가늠하고 준비하는데 '터닝 포인트'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레타 툰베리. © 뉴스1
그레타 툰베리. © 뉴스1

나는 항상 자연 세계와 깊은 인연을 맺어왔다. 카메라를 들기 전부터 나는 그 무엇보다 대자연의 학생이었다. 고등학생 시절에는 여름이면 현장 학습을 통해 야생 생태계를 공부했다.
케냐의 유제 동물(소나 말처럼 발굽이 있는 동물)과 알래스카의 바다표범에 관해 공부하면서 자연에 대한 오랜 매력을 키워왔다. 영화를 추구하면서 환경과학 분야를 떠나기는 했지만 우리의 행성 지구에 대한 깊은 경외심이 내 작업의 모든 측면에서 영감을 주고 있다.

나는 영화감독으로서 정확한 이미지를 끊임없이 추구하고 있다. 또한 세상의 현재 모습을 가장 잘 전달하는 시각 자료를 찾을 때면 종종 냉소의 대상이 됐다는 점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세계는 무시무시한 환경 도전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죽어가는 우리의 세상을 압축적으로 담아낸 시각 자료에 대해 낙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레타 툰베리가 2018년 8월 처음 환경 시위를 벌이는 모습을 인스타그램 사진으로 보자마자 알게 됐다. 15세 소녀인 툰베리는 학교를 나서 스웨덴 의회 앞에 앉아 기후변화 문제의 경각심을 일깨우려는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여기에는 희망, 헌신, 행동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다. 행동을 촉구할 수 있는 이 한 장의 이미지를 나는 반드시 봐야 했다.

시각 언어의 사용은 인류 역사 전반에 걸쳐 보편적이고 일정하게 나타난다. 동굴 벽화에서부터 이모티콘으로까지 발전했지만, 의도 자체는 그대로다. 우리가 누구인지 혹은 무엇이 되고 싶은지를 이미지를 통해 이야기한다. 어떤 이미지들은 단지 생각을 표현하는 것보다 더 큰 일을 한다. 그것들은 더 깊고, 더 밝으며, 무언가를 연결한다. 또한 우리의 생각을 멈추거나 바꿀 수도 있다.
때때로 이미지는 일종의 역사적 속기가 된다. 이것이 1963년 11월을 아브라함 자프루더의 8mm 필름과 떼어내 생각할 수 없다고 느끼는 이유다. 이 필름의 악명 높은 '프레임 313호'의 흐릿한 스틸 컷에는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 순간이 소름 끼치는 핏빛 얼룩이 진 초록색과 함께 담겨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전쟁의 모든 트라우마가 네이팜탄 공격을 받은 직후 시커멓게 피어오르는 연기 앞에서 괴로워하며 울부짖는 벌거벗은 맨발의 어린 베트남 소녀를 찍은 1972년 6월 사진에 요약돼 담겨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땅으로 곤두박질치는 쌍둥이 빌딩의 표면에 비친 한 남성의 사진이 2001년 9월11일의 공포를 상징하게 된 것도 같은 이유다.

비극에서 비롯된 것이든 아니든, 그 강력한 이미지들은 우리가 애써 무시하려는 무언가를 보여주는 경향이 있다. 그 생생하고 거친 이미지들은 희뿌연 안개를 얇게 저며내 우리 고유의 역사를 무시할 수 없게 만든다.

© 뉴스1
© 뉴스1

나는 미래 세대가 툰베리의 사진들을 보게 될 것을 확신한다. 그녀는 사진에서 노란색 우비를 입고, 차분하지만 반항적인 모습으로 대답하기를 거부한다. 사진은 문화적 변동기의 초기 모습을 보여준다. 툰베리가 기후 위기의 아이콘이 되리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아니, 이미 아이콘이 됐는지도 모른다.

툰베리는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의 첫 번째 시위에서 스웨덴 의회 밖에서 며칠 동안 밤을 지새웠다. 그녀는 한 손에 팸플릿을 쥔 채로 우리의 수동적인 모습이 미칠 결과를 간과해선 안 된다고 촉구했다. 많은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나는 그녀의 흔들리지 않는 사명의 명료함에 매료됐다.

나는 툰베리의 시위가 시민 불복종이라는 외로운 운동에서 세계적인 청년 운동으로 변모하고 그녀의 메시지가 형태를 갖추고 설득력을 얻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녀는 편리함, 편안함, 그리고 우리의 나태함에 대한 변명이 되는 작은 것들을 모두 거부했다. 특히 2019년 8월에는 미국 여행을 앞두고 탄소 중립 경주용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횡단하면서 항공편을 이용하는 여행 방식에 도전했다.

툰베리는 우리 대부분이 현실을 회피하고 자신의 세대와 그 이후의 세대가 불운하게 살아가게 될 이 행성을 비난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달았다. 그래서 행동을 선택했고, 그렇게 함으로써 청년 운동의 얼굴과 미래가 됐다.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어린이와 청소년이 지난 9월 말 일주일 동안 거리로 나와 글로벌 기후 대책을 촉구하면서 그녀의 요구에 동참했을 때, 그 모습은 장관이었다.

나는 우리가 이 강렬한 젊은 운동가의 모습을 앞으로 계속 보게 되리라고 확신한다. 그런 모습은 이미 여러 번 보였다. 툰베리가 9월 23일 유엔 기후행동정상회의에서 열정적인 연설을 한 사진, 그 다음 주 몬트리올에서 수천 명의 시위대를 이끈 사진, 10월에 스탠딩 록에서 원주민 활동가들과 악수를 하는 사진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일을 하는 것은 이미지가 아니라 바로 툰베리 자신이라는 점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나는 오랫동안 시각 언어가 의사소통과 상호 연결의 궁극적인 도구라고 믿어왔다. 하지만 기후변화에 직면하게 되면서 이미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 명확해졌다. 우리는 다큐멘터리들과 무수한 사진을 봤다. 녹는 빙하, 기름에 젖은 아기 물개, 해변으로 밀려온 고래들까지 말이다. 하지만 변한 것은 하나도 없다.

툰베리는 기후변화를 둘러싼 이론이 아닌 대화를 끌어냈다. 기후변화를 인간적이고 형태를 갖춘 긴급한 문제로 만들었다. 그녀의 시위는 간단하다는 점에서 완전했고, 꾸미지 않았다는 점에서 빛이 난다. 그녀는 단지 진실을 말하고 있을 뿐이다. 또한, 처음으로 사람들이 경청하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우리가 변하지 못한다면 툰베리와 지구에 큰 피해를 줄 것이다. 그녀와 과학자들이 우리에게 보여준 진실을 계속 외면하는 것은 범죄와도 같을 것이다. 그녀 뒤에서 행동하지 않고 단지 지지만 보내는 것은 낭비나 다름없다.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려주는 보고서가 많다. 그것들을 읽지 않는 것은 고의로 눈을 멀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반드시 행동해야 한다. 우리는 과학을 믿는 사람에게 투표해야 한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엄청나게 많다. 나는 많은 사람이 그 과제의 거대함에 마비되거나 문제를 직접 보기를 두려워한다는 점을 안다. 앞으로 나아갈 길이 편안하거나 분명할지는 의문이다. 문제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더 나빠질 것이다.

하지만 그레타 툰베리 같은 인물이 있다는 점은 우리가 아직 도를 넘지는 않았다는 것을 입증한다. 우리는 약자를 중심으로 집결하고 함께 싸우는 바로 그 인간의 본능에 여전히 의지할 수 있다. 꺼질 것 같지만, 희망은 아직 있다.

우리는 위기에 처해 있다. 그리고 이를 이겨낼 유일한 방법은 불가피한 혼란스러움과 복잡한 문제를 안고 인간 대 인간으로 싸우는 것이다. 이것이 그다지 예쁜 그림은 아니지만, 절망적인 시간도 아닐 것이다.

대런 애러노프스키는 영화 『블랙 스완』과 『더 레슬러』의 감독으로, 프로토조아 픽처스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 뉴스1
대런 애러노프스키는 영화 『블랙 스완』과 『더 레슬러』의 감독으로, 프로토조아 픽처스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 뉴스1



wonjun4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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