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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면역항암신약 보험급여 확대…한국만 외면, 암 환자 '절망'

호주, 12월 MSD '키트루다' 1차 단독투여 이어 병용투여도 급여 확정
한국, 1차 단독투여 급여협의 2년 넘게 답보…병용투여 급여 10월 신청

(서울=뉴스1) 이영성 기자 | 2019-12-31 06:01 송고
다국적제약사 MSD(미국명 머크)가 2019 ASCO에서 면역관문억제제 '키트루다'를 소개하고 있다.
다국적제약사 MSD(미국명 머크)가 2019 ASCO에서 면역관문억제제 '키트루다'를 소개하고 있다.

항암효과를 크게 높이고 부작용을 줄인 면역항암 신약이 해외 시장에서 1차 치료 보험급여를 확대해 가면서  암 환자들이 치료비 부담을 덜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선 1차 급여 적용이 2년 넘게 답보 상태다. 해외에선 아무 문제 없는 보험급여를 우리나라 보건당국이 외면하면서 하루하루가 소중한 말기 암 환자들이 고통받고 있다. 
3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호주 보건당국은 이 달부터 다국적제약사 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에 대해 기존 항암화학치료제와 병용요법으로 보험급여 적용을 승인했다. 모든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에서 단백질 'PD-L1'과 관계없이 처방된다.

이에 따라 호주의 진행성 폐암 환자 4000여명이 '키트루다'의 1차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전까지 '키트루다' 급여 적용이 가능한 진행성 폐암 환자 수는 'PD-L1' 발현율 50% 이상인 단독투여 환자 약 1200명 규모였기 때문에 이번에 급여 적용 대상이 3배 이상으로 늘어난 셈이다.

'키트루다'는 체내 면역 T세포 표면에 있는 'PD-1' 단백질을 억제해 암세포 표면의 'PD-L1'과 결합하는 것을 막는다. 이 때 평소 암세포를 인지하지 못하던 T세포는 활성화되면서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다. 기존 항암화학치료제와 완전히 다른 작용기전으로, 현재 가장 치료 효과가 높은 고형암 치료제로 주목받으며 출시 4년만인 지난해 세계 매출 8조원대를 기록한 매머드급 신약이다.

최근 임상에 참여한 마이클 보이어 호주 암센터(크리스 오브라이언 라이프하우스) 교수는 "폐암 극복을 위한 길이 아직 멀지만, 이번 호주의 키트루다 급여 확대로 환자와 의료진에게 더 많은 치료옵션이 생긴만큼 폐암 치료 여건은 더욱 좋아지고 있다"며 "출시 4년 만에 이룬 큰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마크 브루크 호주 폐질환 재단 대표도 "호주 폐암 환자들이 새로운 면역항암치료법에 대해 경제적 부담을 덜고 광범위하게 이용하게 된 것을 환영한다"며 "과거 모든 치료비를 직접 부담해왔거나 아예 치료를 받지 못했던 환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호주 '키트루다' 단독·병용 모두 1차 치료 급여적용

이번 '키트루다' 1차 병용요법 급여 적용은 비편평 비소세포폐암 환자 61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KEYNOTE-189'와 편평 비소세포폐암 환자 559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KEYNOTE-407' 결과에 따른 것이다.

'PD-L1' 발현율과 무관하게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 임상에서 '키트루다'와 항암화학요법을 병용투여한 결과, 항암화학요법 단독투여 대비 전체 생존기간을 유의미하게 개선시키고 사망위험을 감소시킨 것이 확인됐다.

호주는 이미 지난해 11월 '키트루다' 1차 단독요법에 대해서도 급여를 적용했다. 국내에선 '키트루다'의 1차 치료 급여적용이 2년 넘게 이뤄지지 않아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상황이다. 이번에 호주서 급여 적용된 병용요법 역시 한국MSD가 지난 10월 우리나라 정부에 신청한 동일한 급여 내용이다.

'키트루다'는 많은 국가들이 1차 단독 치료제로서 급여 적용을 하고 있지만 한국에선 약값이 비싸다는 이유로 외면받고 있다. 그러나 다른 나라들은 오히려 수명연장과 합병증 예방에 따른 보험재정 절감을 위해 일찌감치 급여 적용을 서두르고 있는 모양새다.

◇OECD 가입 36개국 중 27개국이 '키트루다' 1차 치료제 선택

실제 전세계 OECD 가입 36개국 중에서 '키트루다'를 1차 치료제로 급여 적용한 국가는 우리나라와 보험체계가 비슷한 영국과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등 유럽 대표국 그리고 일본, 호주, 이스라엘 등까지 27개국(75%)에 달한다. 모두 1차 치료시 '키트루다'의 비용 효과성을 인정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키트루다'는 기존 항암제 치료를 먼저 받은 뒤 효과가 없거나 병이 진행될 때 2차 치료제로 사용하는 경우에만 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 마저도 최근 임상데이터를 봤을 때 아쉬움을 남긴다.  

실제 올 6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키트루다'는 다른 치료경험이 없는 환자(1차 치료)에 대해 5년 전체 생존율 23.2%를 기록했다. 치료경험이 있는 환자(2차 치료)에서 보인 생존율 15.5%보다 7.7%p(포인트) 높아 1차 치료가 중요하다는 점을 뚜렷이 보였다. 기존 항암제의 5년 생존율이 5%정도 밖에 되지 않는 점과 비교해도 우수한 효과다.

더욱이 미국국가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은 'PD-L1' 발현율 50% 이상인 환자에게 '키트루다' 단독투여 또는 항암화학치료제와 병용요법을 1차 치료제로 아예 권고하고 있다. 'PD-L1'과 무관하게는 유전자 EGFR 또는 ALK 변이가 없는 모든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1차치료제로 '키트루다'와 병용요법을 우선 권고하고 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폐암은 초기 자각증상이 거의 없어 발견됐을 때 이미 많이 진행된 경우가 많아 치료옵션이 제한적"이라며 "수술이 불가능한 진행성 폐암환자의 5년 생존율이 6.1% 수준인 상황에서 최신 면역항암제의 1차 급여 적용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키트루다' 1차 단독요법 보험급여 적용 국가 현황. © News1
'키트루다' 1차 단독요법 보험급여 적용 국가 현황. © News1



ly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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