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표예진/팬스타즈컴퍼니 제공© 뉴스1

"저는 불륜녀로 생각하고 연기하지는 않았는데, 반응이 그쪽으로만 나와서 속상하기도 했죠."

표예진은 지난 24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VIP'(극본 차해원/연출 이정림)에서 백화점 VIP전담팀 온유리 역할로 열연했다. 나정선(장나라 분)에게 남편 박성준(이상윤 분)이 불륜을 하고 있는 사실을 알리는 문자를 시작으로 긴장감 넘치는 전개를 이어온 이 극은 '불륜녀가 누구인지'를 알아가는 구조로 재미를 더해왔다. 내성적이고 쭈뼛거리는 듯한 모습이지만 실제로 강인한 성격을 지닌 온유리는 후반부에 진짜 박성준의 내연녀였으며, 백화점 부사장 하재웅(박성근 분)의 숨겨진 딸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며 최대 반전을 선사했다. 나정선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극에서 온유리는 가해자의 위치에 놓였다. 치솟는 드라마의 인기와 함께 온유리 그리고 이를 연기하는 표예진은 '불륜녀'라는 미움을 받아야 했다. 최종회가 방송되던 날 만난 표예진은 이 같은 반응에 속상하다면서도,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에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더불어 애정과 죄책감이 뒤섞인 온유리의 감정을 연기하는 작업이 배우로서 자신을 한 단계 더 성숙하게 만들었다며, 'VIP'가 자신에게 'VIP' 같은 드라마였다고 말했다.

다음은 표예진과의 일문일답.

-종영소감은.

▶기분이 진짜로 이상하다. 오늘 진짜 끝이라고 생각하니까 종영을 미루고 싶을 정도다. 'VIP'로는 더 이상 뭐가 없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아쉽다. 너무 좋아했다. 내가 좋아한만큼 반응도 잘 나와서 기쁘고 마지막까지 잘 나왔으면 좋겠다. -결말은 만족하나.

▶다소 통쾌하게 느껴지지는 않을 것 같지만, 저는 이 결말이 맞는 것 같다. 유리로서. 어차피 유리와 성준은 함께 해도 행복하지 않았을 거다.

-캐릭터의 반전을 알고 출연했나.

▶시놉시스를 받았을 때 전혀 몰랐다.유리가 어떻게 살아왔고 힘든 상황에서 꿋꿋하게 살아가는 아이라고 설명이 있다. 완전 초반의 온유리가 '미생' 캐릭터처럼 생각하고 너무 하고 싶었다. 감독님과 미팅했을 때 유리가 '그녀'라는 걸 듣고 너무 놀랐다. 나라고 해서 아 이거 보통 역할이 아니겠는데 그런 부담감 동시에 그런데 또 연기하는 재미가 있을 것 같더라. 입체적인 캐릭터일 것같고 언제 내가 이런 캐릭터를 만나나 싶었다. 대본을 받았는데 이 작품은 무조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대본만으로도 흡인력이 장난이 아니었다.

-불륜녀라는 캐릭터라는 게 욕을 많이 먹을 텐데.

▶지금 방송보면 내가 아무 생각 없이 했나 싶을 정도로 그때는 전혀 고민이 없었다. 유리가 어떻게 살아왔고 사연까지 가져온 캐릭터라는 점에 중점을 뒀다. 불륜 사실이 중요하지 않았다. 그런데 드라마상에는 그게 많이 부각되니까 반응이 다 그쪽이었던 것 같다. 불륜녀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면서 촬영하지는 않았다. 방송 후에는 '불륜녀'로만 불려서 조금 속상한 것 같기도 하다.

배우 표예진/팬스타즈컴퍼니 제공© 뉴스1

-살면서 이렇게 욕을 많이 먹은적이 있나.

▶중간부터 댓글을 안 봤다. 예상했던 것인데 그보다 더 세져서 안 봤다. 친구들이 굳이 굳이 찾아서 보내준다. 그게 내 욕으로 이어졌다. 내가 나온 건 믿고 거른다고 하더라. 나한테 DM으로도 욕이 많이 왔다. 성준이에게서 떨어지라고 하는데 그건 내가 이뤄줄 수가 없잖나. 현실에서도 그럴 것 같다고 하더라.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니고 그럴 배짱도 없어서.

-마인드 콘트롤은 어떻게 했나.

▶사실 괜찮다. 예전에 겪어봐서 그럴 수도 있다. '쌈마이웨이' 때.(웃음) 오히려 나를 주변에서 많이 걱정해주더라. 감독님은 방송 내내 연락이 많이 왔고 작가님도 성준과 유리가 많이 걱정된다면서 연락이 왔다. 주변에서도 밖에 나오지 말고 배달 시켜 먹으라고 하더라.

-온유리인 것이 밝혀질 때 배우들 다 같이 봤다고.

▶파티룸을 빌려서 스크린을 내려서 크게 봤는데 8부 엔딩을 보고 있는데도 너무 놀랐다. 생각보다 세더라. 저에게는 특히나 배신감이 컸던 것 같다. 정선이 너무 잘 해준 사람이어서 더 반응이 격했던 것 같다. 드라마가 끝나니까 같이 있는 배우들에게 동시에 전화가 오더라. '정말 온유리 맞냐'고.

-본인도 연락을 많이 받았을 텐데.

▶나도 연락 많이 왔다. 주변에 하나도 이야기 안 했다. 부모님에게도 연락이 왔다. '아니지?' 라고 하셨다. 엄마가 '딸을 그렇게 키우지 않았다'고.(웃음) 댓글을 보면서 걱정을 많이 하셨나보다. 보는 내내 속상해 하셨다. 친구들도 욕을 욕을 그렇게 하더라.

배우 표예진/팬스타즈컴퍼니 제공 © 뉴스1

-이상윤씨도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

▶힘들었던 것 같다. 나는 오빠가 되게 괜찮은 줄 알았다.'나는 너덜너덜하지만 잘 이겨내고 있어. 너도 힘내'라고 했는데 알고 보니 본인이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웃음)

-본인이 시청자였다면 어떻게 봤을까.

▶(웃음) 나도 완전히 정선의 편에서 봤을 거다. 나도 유리에게 쪽지 보내지 않았으려나 모르겠다.(웃음)

-작가가 위로와 치유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는데.

▶내가 느끼기에는 우리 드라마는 불륜 드라마라고만 하기에는 아쉬움이 있다. 각자 모두의 사정이 있고 우리는 절대 남을 알지 못 한다는 내용이 중요한 것 같다. 공적인 자리에서 불편한 사생활을 털어놓지 않고 모르지만, 내 아픔을 이야기하고 서로를 이해했을 때 오는 위로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N인터뷰]②에 계속>


ich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