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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재건축 2억 떨어진 급매물 등장…대책 약발 먹히나

잠실5·은마 등 최대 2억원 낮춘 급매물에도 매수자 관망
"관망세 장기화할 경우 집값 하락 확대될 수도"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2019-12-23 06:05 송고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 전경.©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 전경.©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 강남 재건축 시장에서 호가를 2억원 가량 낮춘 급매물들이 등장했다. 고강도 대출·세금 규제인 12·16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지 1주일이 지나면서 규제 약발이 먹히기 시작한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23일 중개업계에 따르면 송파구 대표 재건축인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전용면적 76㎡ 주택형이 지난 주말 20억원에 급매물로 나왔다. 종전 시세 대비 2억원 가량 내린 값이다. 해당 주택형은 지난 11일 저층 매물이 21억500만원에 신고가 거래된 뒤 호가가 22억원 이상까지 올랐었다.

이 아파트 전용 82㎡도 주말 23억원에 급매물이 나왔다. 역시 대책 전 시세보다 2억원 가량 떨어진 값이다. 해당 주택형은 지난 4일 22억6000만원에 최고가 거래된 뒤 호가가 25억원 이상까지 올랐었다.

잠실동 A 공인중개소 대표는 "12·16 대책을 기점으로 일주일 새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며 "대책 전엔 매물이 귀해서 비싼 값에 나와도 서로 잡으려고 난리였는데, 지금은 값을 내린 매물이 나와도 매수자들이 관망하면서 거래되지 않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강남구에선 인기 재건축인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가 22억원에 급매물로 나왔다. 해당 주택형은 지난달 22억5000만원 신고가에 거래된 뒤 호가가 24억원 이상으로 뛰었으나, 현재는 2억원 낮춘 급매물에도 매수 문의가 없다.
대치동 B 공인 관계자는 "대책 이후 관망세가 이어지다 급매물을 내놓는 집주인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그러나 15억원 이상 아파트의 주택담보 대출이 막히면서 매수 문의는 뜸해졌다"고 말했다.

두 단지는 강남권 아파트 시세 '풍향계'로 불린다. 주택시장 악재와 호재에 민감하게 반응해 집값이 가장 먼저 움직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두 단지의 추이를 유심히 살핀다.

중개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 아파트 시세를 리딩하는 두 단지에서 급매물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며 "초고가 아파트의 대출이 막히고 세금이 올라 보유 부담이 커지자 위기감을 느낀 일부 집주인이 서둘러 움직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12·16 부동산 대책에서 강남권 등의 초고가 아파트를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보고 강도 높은 규제를 가했다.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는 한편, 자금조달 증빙서류 제출을 의무화해 편법·불법 증여의 진입을 차단했다. 이어 고가 아파트의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을 최대 80%까지 올려 보유세마저 높였다.

시장 관계자들은 급매물이 주변 재건축과 일반 아파트로 확산할 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규제가 나오면 투자수요 중심의 재건축 아파트값이 먼저 하락하고, 이후 일반 아파트값이 떨어지는 경향을 보여왔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가격을 낮춘 급매물 등장에도 불구하고 매수 관망세가 장기화할 경우 급매물 범위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며 "지금 분위기가 계속되면 서울 아파트 시장은 향후 변곡점을 맞이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jhk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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