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수소경제 가로막는 '오해의 벽', 혁신기술은 이미 넘어섰다

[수소시대 상용차가 연다⑤·끝] 산소결합으로 수소전기 생산 '안전'…태양광 등 활용 '친환경'
가스배관처럼 '수소 파이프라인' 공급망 구축, 차량용·가정용 수소에너지 대중화 준비 나설때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2019-12-18 07:00 송고 | 2019-12-18 09:45 최종수정
편집자주 민·관이 수소경제 시대 진입의 마중물로 상용차를 택했다. 자동차는 물론 발전 등 전 부문에서 활용도가 높은 수소 에너지가 널리 사용되려면 효용성을 증명해야한다. 상용차는 적재용량이 크고 주행거리가 늘어날수록 전기 배터리 차량보다 에너지 효율이 더 높다. 여기에 고정 노선을 운행하는 경우가 많아 충전 인프라를 계획적으로 공급만하면 활용에 제한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수소상용차의 가능성을 짚어봤다.
11월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국제 상용차 박람회(솔루트랜스)에서 올해의 트럭 '혁신상'을 받은 현대차 수소전기 대형트럭 프로젝트. (현대차 제공) © 뉴스1
11월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국제 상용차 박람회(솔루트랜스)에서 올해의 트럭 '혁신상'을 받은 현대차 수소전기 대형트럭 프로젝트. (현대차 제공) © 뉴스1

수소상용차가 수소경제 진입의 마중물 역할을 하려면 혁신 없이는 불가능하다. 경쟁국과의 주도권 다툼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아내겠다는 민간 기업들의 전략도 생각의 틀을 바꿨기 때문에 가능하다.

수소경제를 바라보는 시각 역시 전환이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현 정부 중점 추진사업인 수소경제에 대한 반감과 충전소 운영 수익에 대한 불신 등 여러 복합적인 이유로 수소시대에 부정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이같은 부정적 시각은 진영 입맛에 따라 수소경제를 흔드는 빌미가 될 수도 있다.

문제는 해보지 않고 수소경제를 헛된 청사진으로 치부하는 건 화석연료로의 회귀 주장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수소경제 전략이 혁신에 기반하듯 이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혁신이 필요하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에 불신보다는 답을 찾는데 뜻을 모아야 한다.

◇화석연료가 답?…생각 혁신 "생활 속에서 풀어야"

태안 해양바이오 수소 실증플랜트 모습(뉴스1DB)© 뉴스1
태안 해양바이오 수소 실증플랜트 모습(뉴스1DB)© 뉴스1

18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가 추진하던 강서 수소생산기지는 안전성 논란으로 사업이 백지화됐다. 시작단계인 수소생산 시설의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으니 주민반대가 생기는 건 당연하다.

결국 수소상용차를 지렛대로 수소경제 진입을 준비하려면 이같은 오해들을 먼저 풀어야만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 동력을 상실하는 원인이 될 수 있어서다.

가장 큰 오해는 안전성과 수소생산 방식에 대한 논란이다. 안전성의 경우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의 수소에너지는 수소폭탄과 전혀 다른 원리여서 대형사고 위험은 없다. 수소와 산소 결합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은 핵융합 반응과 전혀 다르다.

반응성이 뛰어난 수소가 누출되면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시각도 단편적인 불안감이다. 수소차 및 충전소에 적용되는 연료탱크는 낙하·파열·화염·총격 등 다양한 항목에서 엄격한 평가를 통해 안전성을 검증받는다.

더욱이 수소는 공기 중 농도가 4∼75% 범위에서 폭발하는데 수소탱크에서 만에 하나 연료가 누출되면 순간 수소 농도는 75%를 훌쩍 넘게 된다. 공기보다 14배가량 가벼운 수소는 바로 확산돼 농도가 즉각 4% 이하로 떨어진다.

폭발범위에 들어가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물론 절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볼 수 없지만 기존 화석연료보다는 오히려 덜 위험하다.

수소생산 방식의 비판 논리는 추가 수소 생산을 위해서는 화석 에너지를 투입해 물을 분해해야 하는데 이를 친환경 에너지로 볼 수 있냐는 의문에서 비롯된다. 이는 친환경 방식으로 수소를 생산하는 트렌드 변화를 감안하지 않아 나오는 오해다.

에너지 업계가 수소생산에 접근하는 방식은 혁신 기술에 기반한다. 예컨대 광활한 부지에 내리쬐는 태양광으로 물을 분해할 수 있는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 수소를 수급하는 식이다. 여기에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환경오염을 걱정할 필요 없는 미생물 생산 방식도 개발 중이다.

수소 생산에 화석연료가 투입되니 수소경제는 헛된 얘기라는 주장은 이런 준비를 배제한 대안 없는 비판이다. 여러 방식의 수소생산 방식의 개발 가능성을 부정하는 건 화석연료를 그대로 사용하자는 주장과 같다.

최근 한국가스공사 좌담회에 참석한 독일 에너지기후 연구소 데틀레프 스툴튼(Detlef Stolten) 박사는 "독일 국민들 사이에서 수소 안전성은 논란의 대상이 아니다"며 "주변 수소시설 설치·보급으로 새로운 에너지의 효과를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인지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가스처럼 배관으로 수소 공급 "인프라에도 혁신 있어야"

그래픽=이은현 디자이너© News1
그래픽=이은현 디자이너© News1

수소경제에 대한 인식 전환을 이끌어내려면 수소차는 물론 보급 방식에도 혁신이 뒷받침돼야 한다.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지 않고 "수소에너지는 안전하며 가능성이 무궁무진합니다"라고 말하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 수소사업의 혁신을 보여줘야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생각의 혁신을 유도할 수 있다. 이는 민·관이 풀어야할 숙제다.

수소 보급 혁신의 대표적인 사례는 배관망이다.

수소상용차는 보급 초기 단계부터 인근 부생수소, 수소생산기지 등과 연계해 충전소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방식을 취하면 수소충전소 공급 배관망 구축을 단계적으로 실시하기도 좋다. 우리나라에 비해 수소 인프라 부문에서 한발 앞선 일본은 이미 배관을 통해 들어오는 도시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해 공급하는 방식을 적용할 방침이다.

배관을 통한 저장·운송은 수소 공급 및 가격 안정화를 이룰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다. 이근제 현대자동차 연료전지사업기획팀 팀장은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원활하게 사용하려면 파이프라인 건설이 최선의 방법"이라며 "자동차 외에 발전용 등 산업군에서 수소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도시가스나 천연가스가 공급되듯이 배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소는 아직 가정용으로 사용되지 않기에 운송을 위한 파이프라인이 없다. 수소를 실은 튜브 트레일러로 충전소에 수소를 공급하고 있는데, 현재 1회 운송량이 300㎏에 불과하다. 부생수소 생산지가 특정 지역에 몰려 있어 운송비도 비싸다.

전용 공급망을 통해 수소상용차의 운행이 원활해지면, 수소차 보급 대중화 및 인프라 강화의 선순환 구조를 더욱 쉽게 갖출 수 있다.

물론 수소 파이프라인 건설은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현재 수소 운송을 위한 파이프라인 1㎞를 매설하는데 10억원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전국의 주요 수소 생산지를 기준으로 볼 때 도시와 도시를 잇는 파이프라인 건설에는 막대한 돈이 들어간다.

따라서 부생수소 등 에너지원 생산지에 파이프라인을 먼저 깔고 이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룩한 뒤 공급망을 체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울산과 인천 등이 후보지로 정부는 인천에 30㎞ 길이의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언급한 바 있다. 울산시도 배관 수소 공급체계 구축을 준비 중으로 이들 지역에서 먼저 공급 혁신이 성공해야 수소배관 보급이 전국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

구영모 한국자동차연구원 수소연료전지센터장은 "수출이 가능한 국가를 확대하기 위해서라도 수소 생산·저장·운송·활용 전반에 대한 정부의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cho84@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