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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계 자본 업은 C사 시장 파괴, '토종앱' 위기 느껴"…배민의 항변

'비전펀드' 투자 받은 쿠팡·그랩에 국내외 시장 '발목'
DH와 합병으로 플랫폼 지배력 갖춘 글로벌 업체들에 대항

(서울=뉴스1) 남도영 기자 | 2019-12-16 07:15 송고
16일 오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코리아스타트업포럼 2주년 기념 오픈 포럼에서 김봉진 의장이 코리아스타트업포럼 2주년 선언을 하고 있다. 2018.10.16/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16일 오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코리아스타트업포럼 2주년 기념 오픈 포럼에서 김봉진 의장이 코리아스타트업포럼 2주년 선언을 하고 있다. 2018.10.16/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배달의민족은 토종 애플리케이션으로 국내 배달앱 1위에 올랐지만 최근 일본계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C사와 국내 대형 IT플랫폼 등의 잇단 진출에 거센 도전을 받아왔다."

국내 1위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2위 '요기요'를 운영하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이하 DH)에 인수된다고 지난 13일 발표하면서 그 배경으로 밝힌 내용이다. C사에 대해 일본계 자본을 업었다는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배민이 꼭 집어 지적한 C사는 다름아닌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로부터 막강한 자본을 수혈받으면서 플랫폼 지배력을 공고히한 쿠팡이다.

결국 배민이 독일 DH와 손잡은 것은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에 맞서 '한-독 글로벌 배달 연합군'을 만들겠다는 전략의 발로다.

◇'배달비 0원' 자본력 앞세운 '쿠팡이츠'의 도발

쿠팡이츠 © 뉴스1
쿠팡이츠 © 뉴스1

2010년 설립 이후 배달의민족은 DH의 요기요, 배달통, 푸드플라이 등 차상위 배달앱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쳐면서도 'B급 문화'를 차용한 김봉진 대표 특유의 감각적인 마케팅 역량으로 배달앱 선두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배민은 지난해 12월 36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3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국내 6호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쿠팡의 '쿠팡이츠'가 지난 5월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자 상황이 달라졌다. 쿠팡이츠는 서비스 시작부터 배달비 무료, 최소 주문금액 0원, 첫 주문 최대 5000원 할인 등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펼쳤다. 시장 후발주자인 쿠팡이 시작부터 자본력을 앞세워 강력한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당시 우아한형제들은 쿠팡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등 예민하게 반응했다. 쿠팡이 음식점에 배민과 계약을 해지하고 쿠팡이츠와 독점계약을 맺으면 수수료를 할인 해주고 현금 보상까지 해주겠다고 제안했다는 이유였다.

쿠팡이 우아한형제들의 심기를 건드린 또 다른 요인은 '30분 이내 배송' 정책이었다. 기존 배달기사들은 여러 건의 주문을 모아 배달해 건당 시간이 최소 40~50분이 걸렸다. 이에 쿠팡은 주문 1건당 1명의 배달원을 배정해 배달시간을 30분 이내로 줄이겠다고 나섰다. 이용자들은 배민의 배달 속도에 불만을 갖기 시작했고, 결국 배민도 '로켓배달'에 맞서기 위해 부랴부랴 '번쩍배달'을 시작했다.

아직 쿠팡이츠가 두각을 나타내는 수준은 아니지만 자본력을 앞세워 출혈 경쟁을 일으킨 바람에 배민도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시장 상황이 '쩐의 전쟁'으로 흐르면서 배민이 내세웠던 안전한 배달문화와 라이더 근무 여건 개선 등을 지키기 점차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계 자본을 업은 쿠팡의 경우 각종 온라인 시장을 파괴하는 역할을 많이 해 왔다”며 “국내외 거대 자본의 공격이 지속될 경우 자금력이 풍부하지 않은 토종 앱은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는 게 업계 현실”이라고 시장 상황을 전했다.

◇베트남에선 '그랩'과 맞대결…플랫폼 한계 절감

동남아 최대 차량 공유 서비스 '그랩(Grab)' 2018.2.2/뉴스1
동남아 최대 차량 공유 서비스 '그랩(Grab)' 2018.2.2/뉴스1

국내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출혈 경쟁을 피하기 어려워지자 쿠팡은 올해 베트남을 타켓으로 해외 시장에 눈을 돌렸다. 지난 2014년 일본 시장에 진출했다 뼈아픈 실패를 겪고 1년 만에 돌아온 경험이 있는 만큼 베트남에선 현지 업체를 인수해 철저하게 준비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도 비전펀드로부터 막대한 투자를 받아 동남아 모빌리티 시장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그랩의 '그랩푸드'가 발목을 잡았다. 우버의 동남아 시장 철수로 '우버이츠'를 물려 받은 그랩푸드는 베트남 배달시장에서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빠른 음식 배달 서비스로 자리를 잡으며 순식간에 이용자들을 끌어 모았다.

그랩푸드의 힘은 동남아 1위 차량공유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그랩의 플랫폼 경쟁력에서 나온다. 그랩은 승차공유를 시작으로 배달, 금융, 커머스 등으로 플랫폼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배민은 물론 현지 업체들도 배달앱 하나로는 그랩과 경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태국, 대만, 싱가포르, 홍콩,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에 진출한 DH 역시 우버, 그랩, 고젝 등의 경쟁자들과 부딪히며 배민과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상황이다. 우아한형제와 DH 역시 한국 시장 내에서 경쟁하며 크고 작은 마찰들을 겪어 왔지만 '푸드테크 전문기업'으로써 방향성을 공유하는 두 기업이 거대 플랫폼사들에 대항하기 위해 의기투합 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한국은 물론 아시아 배달앱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라며 "시장 확장 여지가 많은 상황에서 대형 IT 플랫폼들에게 잠식당하기 보다는 협력체계를 구축함으로서 국내 시장 보호와 해외 진출을 동시에 꾀하는 차원에서 이번 딜이 성사됐다"고 전했다.


hy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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