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관심 밖 한국 남자골프, 흥행메이커 '굿샷' 기대하세요"

[인터뷰] 구자철 KPGA 신임 회장 "스타 육성·스폰서 협약 올인"
"다이내믹 男골프 활성화…조카 구본혁 대표, 의지 강한 사람"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2019-12-12 07:30 송고 | 2019-12-12 11:04 최종수정
구자철 한국프로골프협회 신임 회장이 6일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12.6/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구자철 한국프로골프협회 신임 회장이 6일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12.6/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누군가가 꼰대가 됐는지 판단하기 위해선 '내가 왕년에'라는 말을 쓰는지 보라고 하지만, 이번만은 틀렸을지도 모른다. 지난 6일 서울의 한 중식당에서 만난 구자철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신임 회장(64)은 골프 실력과 관심도를 묻는 질문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제가 왕년에는 노핸디에다가 언더파(72타 미만)도 많이 쳤어요. 고등학교 총동문회 기수별 대표로도 나가 3회 연속 우승해 처음으로 트로피를 영구 보관하기도 했다니까요! 지금도 일주일에 두번은 필드에 나가고, 새 장비가 출시되면 바로 테스트해봐야 직성이 풀립니다. 선수들의 과거 대회 성적과 여러 명장면을 말하라고 하면 밤새 이야기할 수도 있어요."

아마추어지만 골프를 좋아하는 기준이라면 '프로'라고 자부하는 그는 지난달 26일 6500명의 회원을 보유한 한국프로골프협회 회장으로 당선됐다. 요즘 말로 '성공한 덕후'가 된 셈이다. 눈을 반짝이며 한국 골프의 발전을 위해 즉석에서 수많은 아이디어를 내놓는 구 회장의 모습은 꼰대라기보다 호기심이 많은 어린아이와 같았다.

구자철 한국프로골프협회 신임 회장. 2019.12.6/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구자철 한국프로골프협회 신임 회장. 2019.12.6/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구 회장이 골프에 처음 입문하게 된 건 LG상사 뉴욕지사 주재원으로 일하던 1984년이었다. 사촌 형이자 당시 뉴욕지사 과장이었던 구자열 LS그룹 회장의 '이왕 미국까지 온 김에 골프 한번 배워보라'는 추천에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이내 흠뻑 빠져버렸다.

"그때 집을 구할 때까지 잠깐 형님 댁에 머물렀는데, 새벽 4시만 되면 당시 호남정유 주재원이던 허진수 과장(현 GS칼텍스 회장)이랑 두 분이 부스럭거리면서 라운드하러 차를 몰고 나가는 겁니다. 그래서 '저 양반들이 제정신이 아니구나' 했는데, 제가 골프를 배우니까 새벽 3시에 눈이 떠지더군요."
그는 골프의 매력에 대해 자기 혼자만의 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내가 어떻게 칠지 항상 생각해야 하고, 팀경기와 달리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신세지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라운드를 하며 누군가와 끊임없이 이야기를 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재미도 있다. 필드 위에 개인과 사회가 함께 있는 점을 좋아하는 셈이다. 그에게 있어 그렇게 좋아하는 골프에 헌신하기 위해 KPGA 회장이 된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구자철 한국프로골프협회 신임 회장. 2019.12.6/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구자철 한국프로골프협회 신임 회장. 2019.12.6/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다만 밖에서 본 남자 골프에는 아쉬운 점이 많았다. 우수한 남자 프로골퍼들이 많은데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비해 대중적인 관심이 저조하다. 어쩌다 해외에서 한국의 골퍼가 우승하고 명장면을 연출해도 여자와 달리 남자 선수는 아무런 조명도 없이 기사 몇줄에 그친다. 국내 투어와 주니어 대회는 더욱 위축되는 악순환이다.

그래서 구 회장은 한국 남자골프의 활성화를 가장 큰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다양하고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전개할 계획이다. 선수들이 갤러리에게 다가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가족 단위 고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대중에게 코리안 투어를 널리 알려 흥행시키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남자골프의 '다이내믹(dynamic)'에 그 해답이 있다고 본다. 폼이 예쁘고 스타일도 멋있으며 맵시있는 여자골프도 매력적이지만, 호쾌하고 도전적인 남자선수의 플레이가 스폰서와 팬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면 국내에서도 남녀가 동반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남자선수들이 드라이버를 치는 장면을 옆에서 직접 보셨나요? 소름이 끼칠 정도입니다. 이런 걸 제대로 보여주자는 겁니다. 남자골퍼들이 백스핀을 하는 장면도 제대로 보면 평가가 달라질 겁니다. 남자골프만의 장점을 팬들에게 어필해야 합니다." 구 회장은 선수들의 이런 다이내믹한 샷을 대중에게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방송 콘텐츠를 도입할 생각이다.

구자철 한국프로골프협회 신임 회장. 2019.12.6/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구자철 한국프로골프협회 신임 회장. 2019.12.6/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스타 플레이어도 중요하다. 실제로 여자골프의 경우 IMF 외환위기를 겪은 1990년대 말 박세리 선수의 활약으로 골프를 모르는 사람도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구 회장은 스폰서십을 통해 2부 격인 챌린지 투어 선수들이 안정적인 전문 직업선수로 참가할 수 있게 하고, 해외에서 활약 중인 국내 유명 선수들이 국내 투어에 출전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스타 플레이어를 키워낼 계획이다.

이렇게 저변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기업인 출신인 자신의 장점이 드러날 것으로 자신한다. 그는 2017년 19개에서 올해 15개로 줄어든 코리안 투어 대회를 내년에 5개 늘려 20개로, 2023년까지 25개로 만들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기업을 경영했던 경험을 살려, 산업계를 대상으로 스폰서 참여를 독려하겠다는 것이다.

"각 기업을 따라다니면서 설득하는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요즘은 완전히 을이 돼서 틈만 나면 쫓아가 '대회 하나 부탁드린다'며 다니고 있어요. 여기에 언론, 마케팅 분야 전문가를 영입해 과거보다 전문적인 마케팅을 전개할 생각입니다. 멋진 대회, 훌륭한 선수들이 많아도 소비자에게 어필하지 못하면 그들만의 리그에 머물고 말아요. 회사 브랜드, 제품 홍보를 통한 매출 증대 효과가 있다면 스폰서 참여를 망설일 기업은 없습니다."

구자철 한국프로골프협회 신임 회장. 2019.12.6/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구자철 한국프로골프협회 신임 회장. 2019.12.6/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이전까진 회사(예스코홀딩스) 경영에 집중해야 해 골프에 큰 힘을 쏟을 수 없었지만, 지난달 말 조카인 구본혁 대표이사가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로 부임하면서 다소 짐을 덜게 됐다. LS그룹 3세 중 처음으로 경영 전면에 나선 구 신임 대표는 구 회장의 셋째 형인 고(故)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의 장남이다. 구 회장은 예스코홀딩스의 회장직을 유지하면서 구 대표를 후방에서 지원할 계획이다.

신임 대표에 대해 구 회장은 강한 의지를 가진 게 큰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식스팩 사진을 찍겠다고 6개월 동안 고구마와 닭가슴살만 먹더군요. 결국에는 완전히 초콜릿 복근을 만들었죠. 그게 아무나 하는 의지인가요? 나이 마흔에는 더 어려운 일입니다. 그게 무엇이든, 그런 의지를 가질 수 있다는 건 대단한 겁니다."

동시에 남을 배려할 줄 알고 심성이 곱다고 평가했다. 구 회장은 "(구 대표는) 의지가 강한데도 뭔가 악독하지가 않다"며 "주변을 고려하지 않고 치고 나가기보다는 함께 가는 걸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이날 인터뷰에 배석한 한 임원은 10여년 전 겪은 구 대표에 대한 기억을 들려줬다. "한번은 외부 일정으로 회사에 오후 늦게 들어갔는데, 당시 부장으로 새로 부임한 구 대표가 제게 인사하기 위해 늦게까지 기다리고 있더군요. 직급은 저와 같은 팀장급이었지만, 오너 집안 사람이 직원에게 그렇게 한다는 건 상상하기 힘들 겁니다."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대표이사 CEO. (LS그룹 제공) 2019.11.26/뉴스1

그러면서도 냉철해져야 할 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결정을 내린다는 평가다. 구 회장은 "저처럼 나이 든 세대들은 사업이든 인사든 어떤 결정을 내릴 때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며 정에 이끌리는 경우도 있지만, 구 대표는 공사를 구분하는 게 확실하다"며 "요즘 젊은 세대처럼 제게도 확실하게 의견을 제시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구 대표의 부임은 아버지의 회사로 돌아온 의미도 있다. 고(故)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은 예스코홀딩스의 전신(前身)인 극동도시가스에서 근무하며 회사를 키우고 회장까지 지낸 바 있다. 그런 형의 회사를 이어받았던 구 회장은 그 아들과 소통하며 경험을 전수할 생각이다.

"돌아가신 아버님의 이름에 걸맞게 잘 할 겁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고, 아버지가 일으킨 회사를 다시 맡았으니 사명감이 많이 있을 겁니다. 때로는 격려하고 또 꾸짖기도 하겠지만, 구 대표를 끝까지 밀어줄 겁니다. 대표도 자신이 생각하는 걸 제게 이야기 하겠죠. 그렇게 우리가 계속 소통하면 됩니다. 모든 건 회사를 좋은 쪽으로 가게 하기 위한 것이니까요."

구자철 한국프로골프협회 신임 회장. 2019.12.6/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구자철 한국프로골프협회 신임 회장. 2019.12.6/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구자철 한국프로골프협회 신임 회장 / 예스코홀딩스 회장
△경기고등학교 졸업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 학사
△1983년 3월 LG상사 뉴욕/도쿄지사 주재원
△1993년 5월 세일산업㈜ 대표이사
△2003년 8월 ㈜한성 대표이사 회장
△2013년 1월 ㈜예스코 회장
△2016년 3월 한국도시가스협회 회장(現)
△2018년 4월 ㈜예스코홀딩스 회장(現)
△2020년 1월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회장(現)


themoon@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