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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위해 만든 '살 안찌는 한끼'…줄 서서 먹는 맛집 됐다

[기업, 사회와 함께⑤] 일본 체중계 생산업체 '타니타'의 변신
사내식당 '건강 메뉴'에 日전역 열광…건강 파는 헬스기업 도약

(도쿄=뉴스1) 김동규 기자 | 2019-12-04 07:00 송고 | 2019-12-04 09:13 최종수정
편집자주 자본주의 사회를 움직이는 건 소비이고, 이를 제공하는 건 기업이다. 경제적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기업의 활동으로 우리의 삶은 부유해졌다. 그러나 기업이 앞만 보고 달려가는 동안 발생한 사회문제는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환경은 파괴되고 자원은 고갈됐다. 빈곤의 격차는 더욱 심해졌다. 이제는 기업이 경제적 가치만 창출하던 시대가 끝났다. 이에 뉴스1은 기업이 영속하기 위해 시대적 요구에 어떻게 부응해야 할지 국내외 사례를 통해 짚어보고자 한다.
일본 도쿄 마루노우치에 있는 타니타 식당 입구 © 뉴스1 김동규 기자
일본 도쿄 마루노우치에 있는 타니타 식당 입구 © 뉴스1 김동규 기자

"건강식을 먹기 위해 시부야에서 왔어요."
지난 10월23일 일본 도쿄 중심부의 마루노우치(丸の内)에 자리한 타니타(タニタ) 식당. 입구에서 만난 마코토는 "이미 도쿄에선 매우 유명한 식당"이라고 말했다. 그의 사무실이 있는 시부야(渋谷)는 마루노우치까지 7㎞ 거리로, 차를 타도 20분가량 걸린다.

점심 한 끼를 먹기 위해 이런 노력까지 들여야 하나 했지만, 이날 기자가 방문한 타니타 식당 앞에는 개점 시간인 오전 11시 이전부터 사람들이 줄 서 있었다. 같은 시각 주변 지하 식당가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식당은 한두 곳에 불과했다. 2012년 처음 개장했을 땐 아침 8시부터 줄을 서야 할 정도였다고 하니, 그나마 편해진 셈이다.

엄청난 비결을 가진 맛집인가 싶지만, 그렇진 않다. 오히려 타니타는 1992년 세계 최초로 체지방 측정기를 만들어 낸 업체로 유명하다. 공산품 제조 업체가 만든 점심 식사에 사람들이 이렇게나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지난 10월23일 타니타 식당 앞 손님들이 줄을 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 뉴스1 김동규 기자
지난 10월23일 타니타 식당 앞 손님들이 줄을 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 뉴스1 김동규 기자

◇뚱뚱한 직원 살 빼려 만든 식단에…일본 전역에서 열광

지난 1999년 타니타 다이스케(谷田大輔) 사장의 눈에는 외부에서 식사하고 온 뚱뚱한 직원이 포착됐다. 그는 건강 계측기를 파는 회사 직원의 몸이 건강하지 않아 보인다는 건 모순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원식당에 '저염분·저칼로리면서 맛있고 배도 부른' 식단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아무리 좋은 식단이라 해도 직원들이 외면한다면 효과를 볼 수 없어서다.

많은 고민과 시도 끝에 불가능할 것 같았던 '맛있는 건강식'을 내놓자 사원식당은 직원들로 붐볐다. 이를 꾸준히 먹은 직원이 21kg을 감량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이 식당의 메뉴는 회사 외부로까지 알려졌고, TV 방송에도 소개되면서 유명해졌다. 2010년에는 타니타의 영양사가 쓴 식당 메뉴 책자가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를 누르고 그해 일본 국내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맛있고 건강한 직원식당으로 알려지자, 밖에서도 먹을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이 쏟아졌다. 이에 타니타는 지난 2012년 1월 마루노우치에 지금의 식당을 열었고, 현재까지 성업 중이다. 타니타의 저염분·저칼로리 식단을 참고해 식사를 만드는 가정이 늘어난 건 물론이다.

기자가 실제로 맛본 타니타 식당의 '돼지고기 검은후추볶음' © 뉴스1 김동규 기자
기자가 실제로 맛본 타니타 식당의 '돼지고기 검은후추볶음' © 뉴스1 김동규 기자

◇'맛있는데 건강한' 식단 대성공…'국민 건강' 사회적 가치도 발생

식단은 한 끼에 500Kcal 이하, 염분 3g 이하, 야채 200g 전후를 기본 조건으로 하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하루에 375g의 야채를 섭취할 것을 권장하는데, 한 끼 식사에 절반이 들어가는 셈이다. 이날 기자가 방문해 직접 먹어본 '돼지고기 검은후추볶음'도 평소 먹던 식사에 비해 덜 자극적이었다. 옆에는 빨리 먹지 말고 20분 동안 꼭꼭 씹어 먹을 수 있도록 타이머가 놓여있었다. 밥은 100g이라 적었지만, 식감이 있는 여러 가지 채소가 포만감을 줬다.

우에키 도모노리 타니타 식당 대표는 사업에 대해 "직원들의 건강을 추구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객의 건강이라는 회사의 목적에 충실하다 보니 직원의 비만이 눈에 들어왔고, 이를 해결하려다 보니 일본 전역에 저염분·저칼로리 식단을 알려 전체 국민들이 건강해지는 사회적 가치가 발생한 것이다.

식단으로 건강이 좋아진 점은 수치로도 드러난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발간하는 '노동백서'에는 일본의 의료보험비가 매년 증가하는 와중에 타니타 직원들의 의료비는 절감된 사례가 소개되기도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해 1인당 4766달러의 의료비를 지출해 세계에서 6번째로 높다. 이런 상황에서 타니타 식당의 건강 식단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평가다.

타니타 카페 © 뉴스1 김동규 기자
타니타 카페 © 뉴스1 김동규 기자

◇단순한 체중계 생산업체서 헬스케어 기업으로…도약 기회 잡아

이런 타니타의 시도는 경제적 가치 창출로 이어졌다. 현재 일본 전역에 28개가 있는 식당은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타니타는 장기적으로 이런 식당을 일본의 47개 현마다 1개 이상 개설할 방침이라, 수익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식당뿐만 아니라 카페도 운영하고 있다. 거기다 타니타가 검수한 도시락 상품도 판매하고, 아침·저녁 식사를 집으로 배달하는 사업도 시작했다. 직원의 건강을 증진하겠다는 생각이 신성장 사업으로 이어진 것이다.

단순한 체중계 생산 업체였던 타니타는 식당 사업의 성공으로 식사·운동·질병 등 '건강을 측정하는' 헬스케어 기업으로 거듭났다는 평가다. 다른 하드웨어 생산 기업은 시대의 변화를 놓치고 쇠퇴했지만, 타니타는 소프트웨어 영역까지 진화하며 도약의 기회를 잡았다. 단순한 이익 추구를 넘어 직원과 국민의 '건강'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생각했더니 새로운 사업이 열리고 또 다른 이익 창출로 이어진 타니타의 사례는 다른 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에키 대표는 "이 식당을 통해 일반 사람에게도 건강 정보를 전해주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고 있는데, 건강한 식단을 통해 일본인들이 건강하게 되면 결국 사회보장비도 절감된다"며 "우리는 물건을 파는 게 아니라 건강이라는 가치를 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에키 도모노리 타니타 식당 대표가 식당 입구에 서 있다. © 뉴스1
우에키 도모노리 타니타 식당 대표가 식당 입구에 서 있다. © 뉴스1



d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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