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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 대신 오작교 놓은 김용택 시인…흐릿해진 시와 산문 경계

[신간] 김용택 산문집 '나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면 좋겠어요'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2019-11-30 09:00 송고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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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산문집인 줄 알고 읽었는데, 시집을 읽는 것 같다. 다른 책을 고른 건 아닌가 싶어 표지를 살펴보지만 김용택 시인의 신간 '나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면, 좋겠어요'가 맞다.

운문과 산문의 경계가 흐려진 지 오래, 그럼에도 이런 김용택 시인의 방식은 낯설다. 낯설다는 게 절대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신선하다는 게 맞는 표현일지도 모른다.

"당신의 목소리는 내 몸과 마음으로/ 번져나가 그리움이 되어요./ 강가의 나무가 되어요./ 물결이 닿는 돌이 되어요./ 나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면 좋겠어요./ 물결이 되어 가닿으면/ 출렁여주는 바위 속 말고/ 가만히 날 보는/ 산기슭이면 좋을텐데."(나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면 좋곘습니다)

김용택 시인은 책을 통해 오늘 무슨 글을 읽었는지, 어떤 축구경기를 봤는지, 딸 김민해씨와 어떤 말을 주고받았는지 일일이 밝힌다.

그의 일상을 담은 이야기들이지만, 어쩐지 아포리즘(인생의 깊은 체험적 진리를 간결하고 압축된 형식으로 나타낸 짧은 글) 같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든다.

어쩌면 반 세기 이상 자연과 함께 어울려 살아낸 경험 덕분일 것이다. 그렇게 김용택은 책의 마지막 문장까지 자신의 경험을 시인지 일기인지 알 수 없는 형식으로 마무리짓는다.   

책 속 김용택의 글 옆에 나란히 있는 그림은 그의 딸 김민해씨가 그린 것으로, 김씨 부녀에게는 더욱 의미가 있는 책이다.

김용택 시인은 책 앞부분 '들어가며'에서 "시와 산문 사이에/ 다리를 놓았다./ 왕래하라."라고 밝혔다.

김용택은 1948년 전북 임실에서 태어나 1982년 '창비 21인 신작시집 '꺼지지 않는 횃불로'에 '섬진강 1' 등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시인이다.     

시집 '섬진강' '맑은 날' 등과 산문집 '김용택의 섬진강 이야기', 동시집 '콩, 너는 죽었다' 등 다양한 책을 펴냈다. 김수영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윤동주상 문학대상을 수상했다.

◇ 나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면 좋겠어요 / 김용택 지음 / 난다 / 1만4000원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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