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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리듯 쫓아간 꽃에서 발견한 '아름다움·기묘함·더러움'

국제갤러리 문성식 개인전…12월31일까지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2019-11-29 13:49 송고
문성식 작가.© 뉴스1 이기림 기자
문성식 작가.© 뉴스1 이기림 기자

만개한 장미가 전시장을 가득 채웠다. 나비는 자연스레 꽃을 찾아 전시장을 방문했다. 겨울 추위를 뚫고 이른 봄이 찾아온 것만 같은 느낌이다.

물론 전시장을 채운 장미는 진짜가 아니다. 문성식 작가(39)의 작품에 그려진 꽃이다. 나비도 마찬가지이다.

이 작품은 12월31일까지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문성식 개인전 '아름다움. 기묘함. 더러움.'의 출발점이 된 장미 연작 '그냥 삶'이다.

문성식 작가.© 뉴스1 이기림 기자
문성식 작가.© 뉴스1 이기림 기자

28일 만난 문성식 작가는 "한때 장미에 꽂혀서 3년 정도 장미를 키운 경험이 있다"며 "그러다가 왜 내가 꽃에 꽂혔는지,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꽃을 주는 건지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고 말했다. 

문 작가는 "장미를 키우면서 벌레와 나비, 새가 꼬이는 장면을 목격했고, 세계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또한 식물의 '성기'인 꽃은 아름답다고 하면서 동물의 성기를 아름답다고 하지 않는 것을 보며 든 의문인 아름다움과 추함에 대한 생각도 그림에 반영됐다"고 했다. 

그렇게 장미의 '끌림'에서 시작된 작업은 이산가족의 이별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손에 집중한 작업, 본능적으로 뒤엉킨 남녀의 신체를 묘사한 작업, 물을 머금은 식물이 보여주는 다양한 형태의 작업 등으로 다양화됐다.

문성식 개인전 '아름다움. 기묘함. 더러움.' 전경.© 뉴스1 이기림 기자
문성식 개인전 '아름다움. 기묘함. 더러움.' 전경.© 뉴스1 이기림 기자

제작방식도 다양하다. 검은 바탕에 젯소를 바른 뒤 날카로운 도구로 이를 긁어 떼어낸 선에 과슈로 채색한 드로잉+페인팅 작업과 채색 드로잉, 유화 바탕을 연필로 긁어 그린 유화 드로잉 등이 작가가 구현한 방식이다.

문성식 작가는 "작가에게 드로잉은 단순한 과정이 아니라 결과물"이라며 "드로잉과 페인팅을 어떻게 결합할지 고민하고 그 경계를 없애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나는 어릴 땐 뭘 그리는 화가냐고 물어보면 '정원 시리즈나 한국 사람들의 삶에 대한 구체적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지만 지금은 '모든 걸 다 그릴 수 있는 작가'라고 대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성식 개인전 '아름다움. 기묘함. 더러움.' 전경.© 뉴스1 이기림 기자
문성식 개인전 '아름다움. 기묘함. 더러움.' 전경.© 뉴스1 이기림 기자

문성식은 1980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에서 수학한 작가로, 2005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전시에 최연소 작가로 참여하며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4년 만의 개인전으로, 전통과 현재, 동양과 서양을 잇는 고유한 정체성을 추구하는 신작 150여점으로 구성됐다.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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