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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NASA 한발씩 양보?…'달 궤도선' 궤적 변경, 긍정적 검토 가닥

NASA 제안한 WSB 전이 방식, 우리 기술로 가능할지 12월내 검토
NASA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의사 밝혀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2019-11-26 06:30 송고 | 2019-11-26 09:06 최종수정
달 궤도선 사업 관련 이미지(항우연 누리집 제공)© 뉴스1
달 궤도선 사업 관련 이미지(항우연 누리집 제공)© 뉴스1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오는 2022년 7월 발사될 한국의 첫 '달 궤도선'이 달 근처까지 도달하는 방식의 변경을 제안한 가운데 우리나라 정부가 이같은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기술적 난이도를 극복해야 하는 상황이라 국내 연구진들의 철저한 기술적 검토를 거쳐 올해 내로 공식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나사도 기술지원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우리나라의 궤도선의 변경 제안에 대해 나사가 반대 의견을 피력하면서 달 탐사 사업이 중단 위기라는 우려를 감안하면 양측 모두 전향적인 자세로 논의 테이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2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달 탐사 관계자들과 NASA측 관계자들이 지난 19~21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있는 존슨우주센터에서 만나 '제 2차 대면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우리나라 궤도선이 본래 계획했던 '위상궤도 전이 방식'(Phasing Loop)이 아닌 NASA측이 제안한 'WBS(Weak Stability Boundary) 전이 방식'으로 변경하는 것에 대한 얘기가 주로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NASA는 한국이 WBS를 택한다면 한국에 필요한 기술적 지원을 하겠다는 의견을 냈다. 더불어 한국은 이를 통해 긍정적으로 기술적 검토를 해보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의에 참석했던 달 궤도선 사업 관계자는 "달 궤도선이 달에 가는 궤적을 두고 얘기가 오갔으며 미국 측에서 제안한 'WBS 전이 방식'을 채택하는 데 우리나라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면서 "우리나라 기술로도 가능할지 12월까지는 상세하게 분석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의 내용에서 이 사업이 무산된다거나 백지화된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었다"면서 "논의와 협조를 통해 진행되고 사업이 진행되고 있음이 확인됐고, NASA측에서는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의사를 보이기도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부는 지난 9월10일 '달 탐사 사업 주요계획 변경안'을 발표해 궤도선 발사 시기를 2020년 12월에서 2022년 7월로 17개월 늦췄다. 궤도선 중량이 당초 550kg에서 678kg으로 증가함에 따라 달 공전 궤도도 고도 100㎞ 원형에서 타원형으로 바꾸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 결정에 지난달 17일 열린 '제1차 대면회의'에서 NASA가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타원궤도로 수정하자는 제안에 NASA가 '퇴짜'를 놓은 셈이다. NASA는 원궤도를 1년으로 유지하면서, 연료부족의 문제가 있다면 달 까지 가는 방법을 변경해 연료를 보존하자는 입장이다. 궤도선에 실리는 6개 과학탑재체 중 하나가 NASA가 개발해 싣는 음영지역 촬영 카메라인데 궤도를 바꿀 경우 달의 극기 부근에서 충분한 데이터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는 게 이유였다.

기존에 한국 연구진이 고려했던 궤적은 위상궤도 전이방식은 지구 근처를 굉장히 긴 타원궤도로 몇 차례 공전하고 달 궤도에 진입하는 방법이다. 한국형 시험용 달 궤도선(KPLO)는 3.5회 지구 공전 후 달 궤도에 진입할 예정이었다. 달 궤도 진입까지 1개월 시간이 소요돼 일정 정도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어 위성체의 주요 부품의 정상작동을 확인하는 등 여유가 생긴다. 첫 달탐사를 수행한 일본과 인도도 이 방식을 사용했다.

그러나 NASA는 달 근처로 가는 방식을 변경해 연료부족 문제를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제안된 방식은 WBS로 지구·달·태양 등 중력체의 약한 중력장 변동을 이용해 위성체의 연료 소모량을 최소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최근 미국 달 중력장 탐사 미션 그레일(Grail)에 사용됐다. 다만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 38만㎞에 비해 80~120만㎞까지 탐사선이 항해해야하기 때문에 '통신'에 어려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통신 문제에 있어서 어려움이 있기에 우리나라는 당초 검토를 하지 않았던 방식이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WBS를 성공시켰던 경험이 있기에 우리나라가 WSB를 채택할 경우 기술적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을 회의에서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항우연 관계자는 "WSB는 먼 곳까지 가야 하기 때문에 통신이 어려운 상태가 되지만 우리나라는 심우주통신기술이 부족해 고려하지 못했다"면서 "이러한 기술적 지원이 있다면 우리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차 대면회의 때와 비교해 좀 더 구체적인 자료를 제공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테면 NASA가 자체 운영 중인 심우주네트워크 망원경으로 데이터를 제공하는 방안 등의 가능성이 언급됐다.

또 이번 회의에서는 달에서의 운용 궤도를 타원형으로 운용하면 극지 부근의 데이터를 얻는데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 바뀌어 원활하게 얻을 수 있다는 쪽의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WSB로 달에 가면서 타원형과 원형 궤도를 유지하는 것도 가능해진 상황이다.

항우연 관계자는 "이번 협의 내용을 바탕으로 내달 예정된 설계검토회의에서 궤적과 궤도 변경의 기술적 가능성과 궤도선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할 예정"이라면서 "이후 과기정통부와 논의해 달 궤도선의 궤적과 궤도를 최종 확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3차 대면회의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우리나라 측의 기술적 검토가 마무리된 후에 회의가 열릴 계획이다.


somangcho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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