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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향(書香) 가득한 도서관, '전자코'로 책 상태 알아낸다

[세계의지성 ⑪]전자코 개발한 포르투갈 아베이로 대학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2019-11-22 11:00 송고
편집자주 [세계의 지성]은 동서양 석학들의 이론이나 저서, 지성계의 흐름을 다양한 방식으로 소개합니다. 열한번째는 비파괴적인 방법으로 책의 노화를 감지하는 전자코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자료사진> © AFP=뉴스1
<자료사진> © AFP=뉴스1

오래된 책에서는 무슨 냄새가 날까.

과학자들에 따르면 출판사들이 목재 펄프를 사용해 책을 만들면 그 안에 리그닌이라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S)이 포함돼 있기에 책은 해가 지날 수록 바닐라향을 발산하게 된다. 어떤 성분이 포함되었느냐에 따라 아몬드나 캐러멜, 초콜릿 냄새가 나는 책도 있다. 하지만 포름알데히드의 쏘는 냄새, 낡은 옷이나 쓰레기에서 날 법한 불쾌한 냄새가 나는 경우도 있다.
아무리 발달한 인간의 코라도 책 냄새는 맡을 수 있지만 그걸로 어떤 책이 잘 보존되고 있는지 아니면 썩어가고 있어서 어떤 처리가 필요한지 구분하긴 어렵다. 그래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책으로부터 샘플을 떼어내어 기계를 사용해 종이 상태를 확인해왔다. 역사학자나 서지학자들이라면 책에 파손을 주는 이 방법을 질색할 수 밖에 없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새로 개발된 전자 코 덕분에 상황이 바뀌었다.

지난주 영국의 과학기술매체 'phys.org'에 따르면 포르투갈의 아베이로 대학 연구팀은 책의 냄새를 맡는 전자코를 개발했다. 미국화학회(ACS)가 발간하는 학술지 'ACS센서'에 수록한 논문에서 연구팀은 책의 파손 없이 냄새로 책의 상태를 살필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책은 다른 식물 성분 및 첨가물과 함께 기본적으로 셀룰로스(섬유소)로 만들어진다. 셀룰로스는 외부 자극에 강하지만 다른 식물 성분들은 열이나 습기, 자외선에 취약하다.

1845년 전까지 책은 주로 면과 아마 섬유로 만들었다. 이는 상대적으로 안정된 형태의 셀룰로스로 상당히 견고했다. 그러다 1845년에 발명가들은 목재 펄프 섬유로부터 종이를 만들어냈다. 이 종이는 면으로 만든 종이보다는 내구성이 떨어졌지만 값이 쌌고 더 쉽게 구할 수 있었다.
1980년에는 산성을 띠는 목재 펄프보다 훨씬 더 천천히 분해되어 보존에 더 유리한 무산 종이가 개발됐다. 책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냐에 관계없이 대부분의 책들은 오래될수록 휘발성유기화합물을 공기중에 배출하게 된다.

책의 냄새를 맡는 비파괴적 방법으로 종이의 퇴화의 초기 신호을 감지하고 싶어한 과학자들은 6가지 다른 센서를 지닌 전자코를 개발, 실험에 착수했다. 1567년과 2016년 사이에 출간된 19종의 다른 책들을 모아놓고 냄새를 맡게 했는데 결과 전자코는 면과 린넨 책과 목재 책 사이의 차이를 정확히 잡아냈다. 또 같은 시기에 만들어진 새책과 헌책도 구별해냈으며, 다른 추가 실험 없이도 누렇게 변색되는 책의 냄새를 맡아낼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 전자코로 책손상 없이 보존처리가 필요한 책을 쉽게 구별하고 서가에 있는 악취를 뿜어내는 책들로부터 다른 책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열렸다"고 반겼다.


ungaung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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