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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손담비 "섹시 편견에 고민…이제 배우로 2막 열었죠"(인터뷰)

[N인터뷰]② "치열했던 지난 10년, 이제 시작하는 기분"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2019-11-22 08:00 송고 | 2019-11-22 08:17 최종수정
배우 손담비/키이스트 제공 © 뉴스1
배우 손담비/키이스트 제공 © 뉴스1
지난 21일 종영한 KBS 2TV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손담비가 맡은 향미는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이었다. 제대로 손질하지 못한 염색머리, 툭툭 내던지는 말투, 손님들의 라이터나 훔치고 정곡을 찌르는 직설화법으로 많은 이들을 '불편'하게 했던 향미다. 손담비는 향미의 비밀 많은 묘한 분위기를 제 맞춤옷처럼 입었다. 손담비의 낮은 중저음과 사연을 담은 듯한 눈빛은 향미와 잘 맞아떨어졌다.
언제든 세상과 작별할 준비를 하고 있는 듯, 무서울 게 없는 듯한 향미였지만 후반부에 향미의 서사와 감정이 폭발하면서 시청자들을 제 편으로 끌어당겼다. 시청자들의 애정어린 시선이 가득할 타이밍, 손담비가 적절하게 표현한 향미의 이야기는 많은 이들을 울렸다. 향미는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지만, 손담비에게는 배우로서 길이 남길 캐릭터를 남기는 성과를 거뒀다.

손담비는 '동백꽃' 최종회 방송을 앞두고 지난 20일 인터뷰를 가졌다. '미쳤어' '토요일 밤에'를 히트시키며 섹시가수 이미지로 사랑받았던 그이지만, 배우로 전향하면서 과거의 성과는 편견으로 돌아왔다고 담담히 털어놨다. 편견을 넘기 위한 여러 차례의 좌절과 극복의 연속. 손담비는 마침내 향미를 만나 꽃을 피웠다. 지난 시간이 있어서 지금의 기쁨도 누릴 수 있다면서,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기운을 뿜어내는 손담비였다.

<[N인터뷰]①에 이어>

-공효진과의 호흡은.
▶친한 언니이고 연기자로서는 선배다. 조언을 많이 해줬고 같이 의지하면서 호흡했다. 감독님도 보시면서 '동백이랑 연기할 때 제일 자연스러운 것 같다'고 하셨다. 자유롭게 연기했고 자연스럽게 호흡했다. 둘 사이를 연기에 잘 녹인 것 같다.

-향미의 서사가 풀리기 전에는 노규태에게 돈을 뜯으려하는 게 '꽃뱀'같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인물의 안 좋은 점이 부각될까 우려하지는 않았나.

▶(그래도) 향미 캐릭터 그대로 뚝심있게 가야 한다고 했다. 톤이 뒤죽박죽이면 마지막에 향미의 서사가 드러났을 때 시너지가 안 나올 것 같더라. 내 톤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쭉 쌓아올리고 마지막에 터뜨리자는 것이 내 전략이라면 전략이었다. 그게 잘 전달이 된 것 같다.

-내가 봐도 제일 짠한 장면은 무엇인가.

▶스쿠터 앞에서 동백이랑 대화할 때. 정말 눈물이 많이 났고 가슴이 저릿저릿했다. 너무 슬펐다. 동백언니는 왜 이런 나까지 보듬어줄까 눈물이 났다. 사실 3000만원을 들고 도망간 나쁜 년인데 동백이는 아무렇지 않게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나. 그러면서 대사가 참 슬펐다. '나를 잊지 말아요'.
배우 손담비/키이스트 제공 © 뉴스1
배우 손담비/키이스트 제공 © 뉴스1

-동백이나 향미는 편견에 시달리는 인물이다. 인생은 다르지만 이런 설정에서 공감되는 부분은 없었나. 가수에서 배우로 전향했을 때도 마음고생이 있었을 것 같다.

▶아무래도 내가 연기를 하면서 과감하게 가수 시절을 버릴 수 있을까 고민했다. 연기를 시작하면서는 가수와 배우 둘 다 가지고 가진 못 한다는 생각이었다. (가수 때) 이미지가 워낙 강해서 그랬다. 그럼에도 연기에 대한 열정과 의지가 워낙 컸다. 계속 '그냥 가수하지' '왜 안하냐'는 반응도 있었다. 가수 시절의 나를 좋아했던 내 팬들도 '연기하는 모습도 좋지만 가수 손담비도 보여달라'고 했다. 그런데 연기를 하기로 한 이상, 그렇게 둘을 병행할 생각은 없었다. (무대에 대한) 갈망이 없던 건 아니지만 연기를 하는 게 그때의 나에게 맞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지금도 손담비의 노래가 회자된다. 노래의 힘이란 게 정말 대단하다. 아직도 섹시가수로 봐주시는 분들도 있고, 10년이 넘었는데도 '미쳤어'로 기억하시는 분도 많다. 물론 연기할 때는 그런 게 힘들었다. 감독님들도 '섹시가수 이미지잖아'라고 하시고, 캐릭터 편견이 많았다. 그게 싫었다. 연기하면서 기존 이미지를 없애고 싶기도 했다. 지금은 과거의 가수 시절이 아직까지 회자되는 것도 다 관심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잊힐만 하니 '할담비'가 화제가 되고 같이 무대도 했다.

▶하하. 맞다. 할담비 화제 이후 '미쳤어' 음원이 역주행을 했다. (웃음) 정말 이 곡이 대중에게 강하게 인식된 곡이구나 싶었다.

-가수 시절을 돌아보면.

▶처음부터 잘 된 건 아니고 음반도 망하고 이제 그만해야 하는 시점에 만난 곡이 '미쳤어'다. 살다 보니 꿈을 쫓다 보면 한 번씩 기회가 오는 것 같다. 그 기회를 잡느냐 아니냐 같다. 연기자도 꾸준히 해오다가 '동백꽃'을 만난 거다. 다행히 그 기회를 잡아서 '포텐'이 터진 것 같다. 오만가지 생각이 들더라. 가수로서도, 배우로서도 큰 사랑을 받았으니까 감사하다. '미쳤어' 이후 '토요일 밤에' 등 여러 곡을 이어간 만큼, 이번에도 배우로서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좋은 연기로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이다.

-'동백꽃' 향미 이후 들어오는 대본이나 캐릭터가 많이 바뀌었나.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좀 한정되어 있었는데 이젠 이런 캐릭터도 소화할 수 있구나 시선으로 봐주시는 것 같다. 대본이 더 다양해졌다. 공백기 길게 갖지 않으려고 한다. 물 들어올 때 노 젓겠다. (웃음) 고민하다가는 놓칠 것 같다.

-잘 할 수 있는데 아직 못 해본 것이 있나.

▶로맨스. 다른 건 다 해본 것 같은데 사랑이 없었다. '동백꽃'에서도 나만 사랑이 없잖아. 동백이 용식이 보면 너무 부럽다. 사랑하는 연기 해보고 싶다. 로맨스를 피한 건 아니었는데 유독 로맨스가 없었다. 그 중에서도 로맨틱 코미디는 꼭 해보는 게 소원이다. 언젠가는 기회가 오지 않을까.
배우 손담비/키이스트 제공 © 뉴스1
배우 손담비/키이스트 제공 © 뉴스1

-특히 여배우들이 나이를 먹을 수록 맡을 수 있는 캐릭터가 한정되는 편인데.

▶'동백꽃' 할 무렵에 나도 그런 고민이 있었다. 내가 이 캐릭터를 안 하면 그 이후에 다른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을까 싶었다. 고민이 엄청 많을 때였다. 나이도 먹어가는데 그만큼 제약이 있을 것 같았다. 다행히 향미를 만나 연기 스펙트럼이 넓어진 것 같아서 다행이다. 마음 속으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외치면서 받아들이고 있다. (웃음)

-이제 배우로서 시작이라고 했다. 배우로서의 지난 10년은 어땠나.

▶10년 동안 치열하게 달려온 것 같다. 가수 시절도 마찬가지다. 치열하게 임했고 힘든 점도 많았다. '동백꽃'을 하면서 '인생캐'라는 호평을 받았는데, 이제야 내 2막이 펼쳐진 것 같다. 또 인생캐 같은 수식어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을 더 해야 할 것 같다. 나중에 제일 큰 목표는 가수와 배우 모두 다 잘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엄정화 선배도 가수할 때는 멋진 가수고, 배우할 때도 배우 모습 그대로 분리가 되지 않나. 나는 아직 그럴 정도는 아닌 것 같다. 그 두 분야를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언제 힘들었나.

▶공백기가 힘들다. 배우들은 작품이 없을 때 어떻게 버틸 것이며 어떤 생각을 해야 할지가 중요한 것 같다. 고민을 계속 하게 된다. 나는 가수도 그만두고 배우로서 뭔가 보여줘야 했기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그 시절에는 내가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잠도 잘 못 잤다. 취미를 많이 만들었다. 운동 열심히 하고 서핑도 했다. 도자기를 만들기도 하고, 가까운 사람들과 만나서 수다도 떨고 그랬다.
배우 손담비/키이스트 제공 © 뉴스1
배우 손담비/키이스트 제공 © 뉴스1

-초반에는 주연이 아닌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은) 향미를 맡은 것이 의아하다는 반응도 있었는데.

▶초반에는 이걸 하는 게 맞는가 싶었는데, 그런 고민을 떨친게 대본의 힘이다. 향미가 워낙 잘 쓰여있었고 호감캐릭터였다. 후반부에 나에 대한 서사가 나올 것이지 내가 잘 표현하면 좋은 연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향미 캐릭터를 두고 배우들의 경쟁이 엄청 치열했다고 한다. 다른 배우들도 하고 싶어하는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동백꽃'은 손담비에게 어떤 작품인가.

▶내 인생의 2막을 열어준 작품이다. 지난 10년이 1막이었다면 이제 조금 더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장이 펼쳐진 것 같아서 그걸 만끽하고 노력을 해서 좋은 작품으로 인사드리려고 한다.

-향미에게 한 마디 해준다면.

▶일단 너무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고 우려도 걱정도 많았지만 잘 이겨내줘서 고맙다. 고생했다는 말 해주고 싶다.

-그건 손담비씨 본인에게 해주고 싶은 말 같은데.

▶하하. 맞다. 나한테 해주고 싶다. (웃음)


ich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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