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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홍콩 이공대 봉쇄 나흘째, 교내엔 '성조기'가…

美상원 '홍콩인권법' 소식에 "홍콩서 무너진 자유 상징"
취재진 만난 일부 학생은 "탈출 도와 달라" 부탁하기도

(홍콩=뉴스1) 한상희 기자 | 2019-11-20 18:04 송고 | 2019-11-20 22:33 최종수정
20일 오후 홍콩 이공대학교에서 시위 참여 학생들이 하수도를 이용한 탈출에 실패한 후 되돌아 나오고 있다. 2019.11.20/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20일 오후 홍콩 이공대학교에서 시위 참여 학생들이 하수도를 이용한 탈출에 실패한 후 되돌아 나오고 있다. 2019.11.20/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홍콩 시위 '최후의 보루'로 불려온 이공대를 현지 경찰이 봉쇄한 지 20일로 나흘째가 됐다.

지난 17일 경찰이 시위대를 상대로 무차별 체포 작전을 벌인 뒤 학교 내에 있던 시위 참가자들이 잇달아 투항하면서 이날 현재 이공대 내엔 30~40명가량의 시위대만 남아 있는 상황. 이 가운데 이른바 '용무파'(勇武派)로 불리는 강성 시위대는 10명 정도다.

그러나 경찰과의 대치가 장기화되면서 이들 '잔류' 시위대들도 극도의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는 모습. 심지어 일부 시위대는 취재진에게 자신들의 '탈출'을 도와 달라고 요청하기까지 한다. 지난 5개월 간 이어져온 홍콩 시위의 '동력'이 경찰의 이공대 봉쇄를 기점으로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공대 현장에서 뉴스1과 만난 19~20세 시위대 3명도 "지난주 목요일(14일)에 들어왔는데 빨리 나가고 싶다. 나흘째 씻지도 못했다"며 "혹시 백팩을 갖고 있으면 우리 좀 (넣어서) 데리고 나가 달라"라는 농담을 건넸다.

이날 일부 시위대 학생들은 학교 밖으로 연결된 하수도를 통해 탈출을 시도했으나 지독한 악취 때문에 5분도 버티지 못한 채 되돌아 나왔다. 주차장을 지나 기숙사가 있는 후문 쪽으로 이어지는 길 역시 경찰이 막고 있어 이들의 눈을 피해 빠져나가기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경찰은 교내에 남아 있는 시위대를 향해 '투항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 그러나 시위대는 "우린 범죄자가 아니다"며 투항을 거부하고 있다.

'잔류' 시위대 가운데 1명은 "학교 안에 먹을 게 전부 떨어지면 경찰이 우릴 데리고 나갈 것"이라며 "그러나 이는 우리가 싸움에서 졌다는 걸 의미하는 만큼 (우리로선)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20일 오후 홍콩 이공대 교내에 미국 국기인 성조기가 내걸리고 있다. © AFP=뉴스1
20일 오후 홍콩 이공대 교내에 미국 국기인 성조기가 내걸리고 있다. © AFP=뉴스1

미국 상원에서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안'(홍콩 인권법)이 가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날 오후 이공대 교내엔 미국 국기인 성조기가 내걸렸다.

현장에 있던 40대 남성은 "성조기는 자유에 대한 나의 믿음을 표현한 것"이라며 "국기마다 상징하는 바가 있는데 지금 홍콩에선 그 가치(자유)가 무너져 내렸다"고 말했다.

'용무파' 시위대는 미 의회의 '홍콩 인권법' 제정 움직임에 대해 "캐리 람 정부에 시위대를 무자비하게 대하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미 의회의 압박과 경고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시위 진압 방식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봤다. "왜냐고요? 그들은 (미국이 아니라) 홍콩 경찰이거든요." 시위대의 답변이다.

검은 옷에 야구방망이·쇠파이프 등으로 무장한 '용무파' 시위대 무리와 함께 있던 한 소녀(12)는 '경찰의 무차별 진압이 두렵지 않냐'는 질문에 "물론 두렵다. 하지만 그건 모든 홍콩인이 마찬가지"라며 "그들은 중국 정부가 홍콩을 없애고 미래엔 홍콩이란 '국가'가 지도상에 사라질까봐 두려워하고 있다"고 답했다.

'용무파' 등 강성 시위대는 홍콩 시위 상황이 앞으로도 수개월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일반 시민들로부턴 "늦어도 연말쯤엔 끝나지 않겠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최근 1주일 간 지속된 휴교령 탓에 학부모들의 불만이 쌓인 데다, 2주째 접어든 교통대란 때문에 시민들이 적잖은 불편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 당국은 지난 19일 홍콩 내 모든 초·중·고교에 내렸던 휴교령을 이날부로 해제했다. 홍콩 당국 또한 일단 '위기는 넘겼다'고 판단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시위대가 운영 중인 이공대 학생식당 안에서 만난 한 30대 여성은 "현 사태의 본질은 홍콩의 지도자가 중국 정부의 '꼭두각시'라는 데 있다"며 "이번 시위는 우리(시위대) 요구사항을 정부가 듣고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인데, '무능한' 정부는 경찰의 폭력 뒤에 숨어 있기만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9일 오후 홍콩 이공대학교에서 경찰의 시위대 체포 과정에 부상을 입은 학생이 들것에 실려 나오고 있다. 2019.11.20/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19일 오후 홍콩 이공대학교에서 경찰의 시위대 체포 과정에 부상을 입은 학생이 들것에 실려 나오고 있다. 2019.11.20/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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