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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 제국]①"이정도면 절도 아닌가요"…디자인 표절 '도' 넘었다

'임블리'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카피논란 왜 나오나
'관행' 이유로 사실상 방치…정부도 '심각성' 인지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2019-11-20 07:30 송고 | 2019-11-20 09:19 최종수정
편집자주 "이른바 '짝퉁'(위조 상품)보다 심각한 게 '카피 상품'입니다." 주요 패션업체 관계자의 말입니다. '카피 상품'이란 말 그대로 특정 브랜드 제품 디자인을 고스란히 베낀 제품을 의미합니다. 상표까지 도용해 누구나 불법임을 아는 '짝퉁'과 비슷한 듯하지만 다릅니다. 업계 일각에서는 디자인 도용을 일종의 '관행'으로 여깁니다. 그러나 디자인 카피도 명백한 법적 처벌 대상입니다. <뉴스1>은 국내 패션업계의 '경각심'을 일깨우도록 디자인 카피의 문제점을 짚어봤습니다.
'카피 했다'는 의혹을 받는 내셔널지오그래픽 패딩(왼쪽·무신사 홈페이지 캡처)과 '카피 당했다'는 의견이 나오는 노스페이스 패딩(오른쪽·노스페이스 홈페이지 캡처)©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카피 했다'는 의혹을 받는 내셔널지오그래픽 패딩(왼쪽·무신사 홈페이지 캡처)과 '카피 당했다'는 의견이 나오는 노스페이스 패딩(오른쪽·노스페이스 홈페이지 캡처)©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패션업계 표절 분쟁 해결 가능할까?'

지난 5일 중구 을지로 7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정책간담회 '주제'다. 서울시가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김지훈 특허청 국제지식재산연수원 사무관, 유제우 서울시 패션정책팀장, 이정구 한국패션산업협회 차장, 문정옥 디자이너 등 21명이 참석했다. 패션업계에 만연한 디자인 도용(카피)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정책적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패션업계 종사자들은 '이례적인 간담회'라고 입을 모았다. 지방정부(서울시)와 중앙정부(특허청)가 모처럼 손잡고 카피 논란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국내 패션 산업의 경쟁력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디자인 카피가 심각해졌다는 의미다. '디자인 카피는 어쩔 수 없는 관행'이라는 인식이 업계에 자리 잡은 상태다.

◇'유행'인가 '카피'인가…내셔널지오그래픽은 노스페이스 제품을 베꼈을까

20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카피 상품은 사실상 법 '무풍지대'에 놓여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올 가을·겨울(F/W) 시즌에도 어김없이 '카피 상품 논란'이 불거졌다. 논란이 된 제품은 내셔널지오그래픽의 '바이슨 RDS 덕 다운 점퍼'다. 노스페이스의 브랜드 정체성을 담은 헤리티지 상품 '눕시 다운 재킷'을 베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눕시 다운 재킷은 앞면 왼쪽 가슴 부분과 뒷면 오른쪽 어깨 부분에 브랜드 로고가 새겨진 게 특징이다. 또 앞면 가슴 위 상단 부분을 검은색으로 처리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의 바이슨 RDS 덕 다운 점퍼에서도 발견되는 디자인 요소들이다. 국내 주요 포털사이트 패션 커뮤니티 '디젤매니아'에는 "노스페이스 눕시 패딩을 모방한 제품이 많다. 특히 내셔널지오그래픽의 도용은 심각한 수준"이라는 내용의 글이 최근 게시됐다. 

이와 관련해 내셔널지오그래픽 관계자는 "가로형 박음질, 어깨 컬러블록 등 노스페이스 제품과 동일한 디자인 유형이라고 지적된 부분은 이미 2011년부터 다양한 브랜드에서 선보였다"며 "가로형 박음질은 충전재 쏠림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고, 컬러블록 적용 시 배색을 넣어 디자인 포인트를 주는 것도 패션 디자이너들이 많이 사용하는 기법"이라고 정보기술(IT) 전문매체 '아이뉴스24'에 해명한 바 있다.

국내 최대 패션몰 '무신사' 방문객 게시판에 제기된 '카피의혹 상품'. 오른쪽 브랜드 제품이 왼쪽 제품을 베꼈다는 의혹이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국내 최대 패션몰 '무신사' 방문객 게시판에 제기된 '카피의혹 상품'. 오른쪽 브랜드 제품이 왼쪽 제품을 베꼈다는 의혹이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국내 최대 온라인 패션몰 무신사에 입점한 브랜드 제품도 카피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정도 (카피)면 고소당해야 하지 않나요?" 한 입점 브랜드의 플리스 재킷을 놓고 '카피 의혹'을 제기하는 글이 지난 9월 무신사 게시판에 올랐다.

'뽀글이'로 불리는 플리스 재킷은 올 가을·겨울(F/W) 최대 유행 상품이다. 색상과 자수, 구조 등이 비슷한 제품이 수두룩하다. 도용인지 유행인지 이제는 헛갈릴 정도로 카피 의혹 상품이 쏟아지고 있다. 다만 이번 시즌 플리스 재킷들을 일방적으로 '카피'로 간주하는 것은 유행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패션업계의 특징을 간과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올해 '카피 논란'에 불을 지핀 것은 여성 의류 쇼핑몰 '임블리'다. 판매 제품 디자인이 명품 브랜드 구찌의 원피스 등을 도용했다는 의혹에 줄줄이 휩싸였다. 임블리 상품들이 일본 가방 브랜드 사카이의 '사첼백', 프랑스 패션 브랜드 르메르의 '카트리지 백' 등을 카피했다는 글도 온라인을 들끓게 했다.

◇'카피'는 왜 사라지지 않는걸까?     

업계에서는 카피 제품이 계속 나오는 이유로 법적 절차가 복잡하고 '카피'로 인정받기도 어렵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유행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SPA브랜드, 제대로 된 '카피 검증' 없이 제품을 판매장에 올리는 오픈마켓(온라인몰)도 카피 확산에 책임이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카피에 대한 문제 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디자이너의 도덕적 해이가 무수히 많은 카피 상품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재경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 운영위원(변호사·건국대 교수)은 "디자인 카피는 쉽게 말해 남의 아이디어를 훔친 행위로 물건을 훔친 것과 다를 바 없는 심각한 범죄"라며 "디자이너의 '도덕적 해이'가 결국 카피 상품 생산으로 이어져 국내 패션산업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특히 자본력이 취약한 신진 디자이너는 디자인 권리 취득 과정에서 비용·시간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카피 피해 관련 절차나 지원제도(특허청 공익변리사상담센터 등)에 대한 정보가 취약해 분쟁 발생 시 적극적인 권리 행사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mr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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