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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체육회장 선거, '정치로부터 독립' 가능한가

정당 지역대표 입후보 제한 규정없어…혼란 가능성

(부산=뉴스1) 박기범 기자 | 2019-11-18 17:41 송고 | 2019-11-18 18:18 최종수정
박기범 기자 © 뉴스1
지방 자치단체장이 당연직으로 맡던 각 지자체 체육회장을 민간으로 이양하기 위한 선거가 전국적으로 치러지고 있는 가운데 부산에서도 부산시체육회장을 비롯한 체육회장 선거가 본격화되면서 지역 내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 체육회장 선거는 올해 1월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의원의 체육단체장 겸직을 금지한 '국민체육진흥법 일부 개정 법률안' 공포되면서 치러지는 것이다. 개정안은 '체육단체의 장은 지방자치단체의 장 또는 지방의회 의원이 직을 겸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부산시체육회장을 두고는 벌써부터 3명의 유력 후보가 거론된다. 현재까지는 정정복 전 부산시축구협회장만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체육회장 출마를 선언했지만, 물밑에서는 선거전이 뜨겁게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각 구군에서도 지역 유력 인사들이 출마를 공식화하고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선거열기가 뜨거워지는 만큼 선거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모습이다. 이번 선거는 정치와 체육을 분리해 체육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추진 중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치로부터의 독립’ 논란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 인사의 출마를 제한하는 법률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민체육진흥법과 선거법 등을 살펴보면 국회의원 등 현역 정치인은 '겸직 금지'로 인해 입후보할 수 없는 것은 맞다.

하지만 총선 유력 후보인 각 정당 지역대표(지역위원장·당협위원장)의 입후보는 제한받지 않는다.

체육회장은 정치인을 꿈꾸는 이들에겐 매력적인 자리일 수 있다. 선거법에 따라 행동이 제약받는 다른 후보와 달리 ‘체육회장’ 명함을 무기로 다양한 활동을 하며 지역에서 이름을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언제든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체육회장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다면 겸직 금지로 인해 보궐선거를 치러야 한다.

예를 들어 내년 1월 중순으로 예정된 체육회장 선거에서 당선된 체육회장이 4월 총선에 출마해 당선된다면 체육회장 보궐선거를 치러야 한다. 이로 인한 혼란은 고스란히 지역 체육계와 시민들의 몫이다.

이 같은 우려에 부산시체육회장 출마를 선언한 정정복 전 회장은 자신이 맡고 있던 민주당 부산 남구갑 지역위원장을 전격 사퇴하기도 했다.

최근 부산시 연제구에서 우려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구체육회는 이사회와 대의원회 의결을 거쳐 각 정당의 대표가 구체육회장에 입후보하는 것을 막는 안건을 공식 의결했다. 정치와 체육의 분리라는 취지에 맞춰 입후보 조건을 강화한 것이다.

그러나 시체육회는 ‘대한체육회의 시군구 체육회장 선거관리 표준규정’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구체육회의 안건을 승인하지 않았다. 실제 선거규정에 따르면 정당 대표의 입후보를 막는 조항은 없다.

지역에서는 규정에 없는 조항을 만든 구체육회도 문제지만 민간 체육회장 선거를 준비하면서 관련 규정을 준비하지 못한 정치권과 체육회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선거에 맞춰 김재원 의원은 ‘공직선거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는데, 민간 체육회장은 '정치적 영향력을 배제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하면서도 입후보자를 제한하는 부분에 각 정당의 지역 대표를 포함하지 않았다.

다행히 부산에서는 현재까지 내년 총선 출마후보자 가운데 체육회장에 도전한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체육회장 자리가 매력적인 만큼 얼마든지 정치꿈나무들이 도전장을 낼 가능성은 높다. 매년 총선이 다가오면 이런 움직임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첫 민간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과 체육계가 그 취지를 다시 한 번 살펴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이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pkb@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