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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일의 맥] 황인범 쓰면 고집이고 이강인 쓰면 전술가일까

(아부다비(UAE)=뉴스1) 임성일 기자 | 2019-11-18 14:49 송고
파울루 벤투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16일(현지시간) 오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셰이크 자예드 크리켓 스타디움에서 가진 훈련에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2019.11.17/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파울루 벤투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16일(현지시간) 오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셰이크 자예드 크리켓 스타디움에서 가진 훈련에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2019.11.17/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여론의 방향이 또 바닥을 보고 있다. 축구대표팀과 그 팀을 이끄는 사령탑이 세간에 놓인 도마 위에서 날카로운 혀들에 요리되는 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어떻게 이리도 온도가 크게 변하는지 때마다 신기하기도 하다.  

지난달 평양에서 열린 북한과의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3차전 그리고 지난 14일 베이루트에서 펼쳐진 레바논과의 4차전이 모두 0-0 무승부로 끝나면서 벤투호를 향한 부정적인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정확히는 벤투 감독을 조준하는 화살이다.
반응을 정리하면 '뻔하다'라는 것으로 귀결된다.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변화 없고 전술도 그게 그것이라는 목소리다. 사실 감독이 누구든, 대표팀이 부진할 때마다 수면 위로 올라오는 단골 레퍼토리 같은 쓴 소리다. 응당 결과가 좋지 않으면 받아들여야할 충고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의 시점이나 지적 방향을 보면 물음표가 떠다닌다.

2경기 무승부와 함께 비판에 날이 섰다. 물론 답답한 경기였다. 하지만 조건도 답답했다. 평양 원정은 선수들 모두 '무서웠다'고 전할 정도. 대표팀 관계자는 "북한 선수들은 휘슬이 울리자마자 우리 선수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첫 충돌과 함께 다 알아들을 수 있는 높은 수위의 욕설이 쏟아져 나왔다"면서 "그냥 부상 없이 끝나기를 바랐던 경기"라고 하소연했다.

레바논전도 그랬다. 레바논 반정부 시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고 심지어 그날 아침에 무관중 경기가 결정될 정도로 어수선했다. 그라운드 상태는, 한숨이 나왔다. 이천수 인천유나이티드 전력강화부장은 한 축구채널에서 "저런 잔디에서는 대표급 선수들도 실수가 나올까봐 두려운 마음이 든다. 그래서 시도조차 못했을 것"이라며 선수들의 고충을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래도 환경 탓은 핑계이니 길어져 좋을 것 없다. 선수들 역시 잔디 등에 대한 질문이 나올 때면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고 말하고 있다. 선수들은 변명 없다. 그런데 밖에서만 "변명하지 말라"고 차갑게 쏘고 있다. 더 갸웃하게 만드는 것은 '뻔한 베스트11'이라는 지적이다.

사실 이전까지는 잘 나오지 않았던 비판이다. 부임 후 1년이 지날 때까지 다양한 선수들을 호출하면서 테스트를 진행했기에, 변화가 적잖았던 게 '뻔하다'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다. 그런데 이상하게 11월 원정부터는 '고집스럽다'는 말과 함께 선수기용에 대한 불만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황희찬, 황인범이 2022년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 4차전 레바논과의 경기를 하루 앞둔 13일(현지시간) 오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셰이크 자예드 크리켓 스타디움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2019.11.13/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황희찬, 황인범이 2022년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 4차전 레바논과의 경기를 하루 앞둔 13일(현지시간) 오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셰이크 자예드 크리켓 스타디움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2019.11.13/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지금 벤투호의 베스트11을 미리 그릴 수 있다는 말에 동의할 수가 없다. 벤투의 속을 읽는 독심술을 지닌 이가 아니라면 납득이 어렵다. 현재 대표팀에서 '붙박이'라 말할 수 있는 이는 에이스 손흥민과 간판 스트라이커 황의조 그리고 수비라인의 기둥 김민재 정도다. 나머지는 거의 매 경기 달라지고 있다.

2선에 배치할 수 있는 자원이 황희찬, 남태희, 이재성, 황인범, 권창훈, 나상호, 이강인, 정우영 등이다. '그래 이 선수도 대표팀에 있었지' 싶을 정도로 차고 넘친다. 호불호는 갈린다. 내가 좋아하는 선수가 필드에 서면 다른 이가 선호하는 이는 빠질 수밖에 없다. 수비도 그렇다.

김민재가 고정이 되는 분위기 속에서 김영권과 권경원이 파트너가 되고 있으며 박지수도 종종 선을 보인다. 좌우 풀백은, 자원 자체가 부족하다. 레바논전은 일찌감치 왼쪽 김진수-오른쪽 이용이 예상됐다. 이는 왼쪽자원 홍철이 부상으로 낙마한 탓이다. 오른쪽 이용의 경쟁자 김문환은 아직은 다소 부족한 모양새. 골키퍼는 김승규 쪽으로 살짝 기울어지고 있으나 그래도 조현우의 출전도 꽤 많다. 요컨대 다양한 선수들이 경기장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도 잡음이 들리는 까닭은 특정 선수 때문이고 숨길 것 없이 그 대상은 황인범이다. 황인범은, 아쉽지만 근래의 폼은 인상적일 때보다 떨어져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벤투 감독은 기회를 계속 주고 있는데 이것이 못마땅하다는 게 큰 줄기다. 맞물려 지난 U-20 월드컵을 통해 스타덤에 오른 이강인의 출전을 늘리라는 주장도 많다. 결국 선호도 차이에서 나오고 있는 비판이다.

황인범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참가해 손흥민-황희찬-황의조 등과 호흡을 맞추며 숨은 진가를 표출할 때 많은 이들이 김학범 감독의 혜안에 박수를 보냈다. 그 선택을 존중하면서 벤투 감독이 2부리거(아산무궁화. 대전시티즌)를 A팀으로 불러들일 때 팬들은 이름값에 연연하지 않는 외국인 지도자의 판단에 환호했다.

'포스트 기성용'이라는 수식이 따랐고 능력에 공감한 밴쿠버 화이트캡스의 러브콜과 함께 해외진출까지 성공했으니 황인범의 재능을 인정한 이들은 여럿이라는 방증이다. 어떤 선수든 폼이 떨어질 때가 있다. 물론 그것을 줄이는 게 선수의 '급'을 가리겠으나 누구든 기복은 있다.

적어도 지금 시점에서 특정 선수를 기용하는 것을 두고 감독의 '고집'이나 '무전술'을 이야기할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대표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지금껏 많은 대표팀 감독들을 봐왔지만 지금 벤투 사단처럼 철두철미하게 해당 경기에 대한 플랜을 짜오는 지도자는 본적이 없다"고 말했다.

황인범을 쓰면 고집스럽고 이강인을 쓰면 참신한 전술가일까.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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